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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샘운용 시딩투자 '선구안 부각' 샘19-1 대표펀드 자금 투입, 선별 투자

양정우 기자공개 2023-02-06 08:45:33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1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헤지펀드 루키'로 떠오른 샘자산운용에 단행했던 시딩투자로 선구안을 드러냈다. 증권사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파트마다 시드머니 투자를 거부해온 시기에 성장 잠재력을 가진 신생사를 발굴해 초기 운용 자금을 제공했다.

31일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샘운용의 '샘19-1 일반사모투자신탁 제1호(지난해 말 기준 설정액 501억원)'에 시딩투자를 벌였다. 총 20억~30억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말 기준 KB증권이 PBS 계약을 체결한 펀드가 600여개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생 하우스가 결성한 펀드 1개에 투자한 20억원 안팎은 전체 시드머니 운영을 감안할 때 작지 않은 금액이다. 근래 들어 증권사 PBS 중에서 시딩투자가 거의 자취를 감춘 곳도 있는 여건에서 내린 과감한 결정이었다.

본래 한국형 헤지펀드의 생태계가 조성될 초창기엔 증권사마다 PBS 사업을 확대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운용사의 펀드레이징 부담을 낮추는 시딩투자는 PBS 계약을 확보하려는 영업 전선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확실한 카드였다. 초기 경쟁이 과열될 당시 시딩투자가 펀드 결성액의 30%를 넘는 경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PBS 사업의 리스크가 부상했다. 수탁사 지위에서 관리와 감독 의무가 강화된 건 물론 직접 돈을 투입하는 시딩투자도 재평가를 받았다. 업계가 시딩 비중을 10% 안팎으로 낮춘 건 물론 아예 PBS 파트의 자체 시드머니 북을 없앤 증권사도 등장했다.

그럼에도 KB증권은 이런 시장 여건에서 시딩투자를 이어온 하우스로 손꼽힌다. 2021년엔 다른 증권사보다 한발 빠르게 시드머니 투자를 확대하는 기조로 돌아서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이제 샘19-1 펀드의 경우 KB증권이 공들여온 시딩투자에서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샘운용은 샘19-1 펀드로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지난 한 해 연초 이후 누적수익률이 14.4% 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지수 자체가 두자릿수로 급락한 시기에 설정 규모가 500억원 이상(설정 기간 1년 이상)인 대형 펀드 중에서 최상위 성적이다. 상장주식을 다루는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단연 1위 수익률로 집계됐다.

헤지펀드 시딩은 △대차·신용공여 △차익거래 △스왑 △마케팅 △수탁연계 등 PBS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 중에서도 핵심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신생사인 자산운용사는 시딩 자금을 유치할 경우 리테일 판매 이전에도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다. 운용을 통해 두각을 드러낼 자신이 있으나 인지도가 낮아 펀딩이 어렵다면 시드머니 수익률로 세일즈를 벌일 기회를 얻는 셈이다.

증권사 PBS 입장에서도 시딩투자를 통해 잠재 고객인 운용사와 긴밀한 관계를 먼저 형성해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들 하우스가 수익률 잭팟을 거둔다면 추가 수익원도 확보한다. 여기에 시장 참여자로서 신생사 인큐베이팅(incubating)에 일조하는 결과까지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때 미국 시장처럼 활발한 시딩 정책을 펼쳐왔던 것이다.

WM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의 PBS 파트는 중장기적으로 시딩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정량적 지표에 따른 접근법으로 투자처를 선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샘운용은 지방에 둥지를 튼 운용사이지만 폭넓은 투자 전략과 섬세한 운용 방식으로 후한 점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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