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10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3년 카드사태가 발생한 후 20년이 흘렀다.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 속 소재로 쓰일 만큼 시장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지만 이제는 먼 옛날의 얘기다. 오랜 기간 동안 카드사들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고도화됐고 그때와 같은 대규모 부실의 위험은 사실상 사라졌다.하지만 그 흔적이 완벽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의외의 부문에 그 여파가 아직 남아 있다. 바로 인사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의 경우 그룹 내 타 계열사들에 비해 CEO 선임의 독립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같은 여신전문금융사인 캐피탈사만해도 캐피탈업계 출신 CEO들을 일부 찾아볼 수 있다. 황수남 KB캐피탈 사장과 박춘원 JB우리캐피탈 사장, 김병희 DGB캐피탈 사장 등이 대표적 예시다. 증권이나 보험 계열사의 경우 비은행 출신 CEO를 더욱 자주 볼 수 있다. 반면 카드사는 은행 출신 임원들이 사장으로 오는 것이 일종의 공식처럼 돼 있다.
카드사의 역사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민카드와 우리카드, 외환카드(현 하나카드) 등은 모두 독립된 법인으로 존재했다. 하지만 카드사태를 계기로 모두 은행에 합병되며 은행의 카드사업 부문으로 들어간다.
길게는 10년 넘는 시간동안 은행 산하 조직으로 있었기 때문에 카드 경영이 은행 경영의 일부로 여겨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대형 사고를 친 전력이 있는 조직의 경영 독립성을 일부 제한하는 것도 일견 이해가 된다.
문제는 카드사가 재분사한지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는 점이다. KB국민카드는 국민은행으로부터 2011년 독립했으며 우리카드와 외환카드도 각각 2013년, 2014년 은행에서 다시 분사했다. 그동안 마이데이터, 프로세싱 대행업 등 은행업과 차별화되는 사업들이 크게 늘어났다. 카드사 CEO들에게 점차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은행 임원들의 전유물처럼 남아있다.
문동권 신임 신한카드 사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 사장은 통합 신한카드 최초의 내부 출신 CEO다. 신한카드는 2007년 LG카드를 인수합병한 이후 줄곧 신한은행 출신 인사들이 사장직을 맡아왔다.
임기 초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해 말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까지 내려졌던 임금단체협상 교섭 갈등이 문 사장 취임 이후 약 10일 만에 해결됐다. 내부 출신 사장으로서의 소통 강점이 발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 내부에서는 “최초의 내부 출신 사장을 성공 사례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사내 문화는 올해 카드업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첫 사례는 만들어졌다. 카드사태 이후 남아있던 상흔을 씻어내기 시작한 셈이다. 임기 종료 시점 문 사장이 이룬 성과와 그 평가에 따라 신한카드는 모든 영역에서 카드사태의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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