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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K반도체·소부장]'마스크 명가' 케이엠, ESG 순류 타고 엔데믹 돌파한다2000만→300만장 마스크 대량 감산, 리싸이클 원사 GRS 제품으로 부가가치 창출 목표

조영갑 기자공개 2023-02-13 08:18:41

[편집자주]

올해 반도체 전방산업의 불황이 예고된 가운데 생태계 일원인 소부장 중견기업들은 이 파고를 넘을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 '세미콘코리아2023'을 통해 K반도체·소부장 기업들이 갈고 닦은 신기술과 전략 제품, 그리고 그들의 항로를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0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클린룸 소모품 제조 명가 '케이엠'이 엔데믹의 기로에서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제품으로 활로를 찾는다. 20년 이상 효자 품목이었던 마스크 제품이 엔데믹 국면에서 대대적인 감산에 들어가면서 고부가가치 ESG 제품으로 이 공백을 메우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세미콘코리아 2023'에서 만난 조전수 케이엠 전무는 "현재 KF94 마스크를 생산하는 기업만 3300여 곳이 넘는데다 2021년 2분기부터 마스크 제품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올해부터는 삼성전자 등 대형 반도체 메이커를 대상으로 ESG 인증제품을 공급하면서 활로를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 전무는 케이엠의 영업마케팅을 총괄하는 키맨이다.

케이엠은 엄밀히 말하면 반도체, 소부장 관련주가 아니라 섬유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하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의 소모품 공급망을 장악한 강소기업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포함 글로벌 5500여 곳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연 15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조전수 케이엠 전무가 GRS 신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력제품은 마스크, 방진복 등이다. 특히 닥터퓨리(Dr.Puri) 브랜드를 단 KF94, KF80, KFAD 마스크 제품이 유명하다. 사스(SARS), 메르스(MERS) 발발 이후 시장에서 꾸준히 입지를 다져왔다.

조 전무는 "월 마스크 생산능력이 2000만장 정도 되는데, 재고가 쌓여 있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발발 이후 중국 삼성전자, 현대차 공장 등에 대량 공급됐다"면서 "700만장이 3일만에 소진될 정도로 2019~2020년에는 마스크 업황이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 마스크 제품의 대량 출하에 힘입어 케이엠은 2020년 말 매출액 1879억원, 영업이익 426억원의 호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50%, 영업이익은 600%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제조사들이 들어서고, 각국의 자체 수급률 역시 올라가면서 마스크 부문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황이다. 월 생산량 기준 2000만장에서 현재 300만장 수준까지 감산에 들어갔다. 국내 생산을 대체하던 베트남 설비를 중심으로 전면적인 캐파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조 전무는 "마스크 의무착용 해제와 엔데믹으로 마스크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엠은 올해부터 마스크의 공백을 고부가가치 ESG 제품으로 메운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메이커들이 탄소 배출량을 일제히 줄이고 있고, 내부 소모품을 리싸이클(재활용)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원사가 아닌 리싸이클 원사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고객사들에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른바 GRS(Global Recycled Standard) 제품이다. GRS는 섬유 원료, 의류 생산에 재활용 원료가 사용됐음을 인증하는 국제기준이다.

조 전무는 "삼성전자의 총 직원이 6만5000명 정도 되는데, 내부에서 나오는 폐 페트병을 수거해 녹여서 레진사를 만들고 케이엠이 방진복을 제작해 공급하는 구조"라면서 "지난해 7월부터 일부 라인에 리싸이클 소재 방진복 공급을 시작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액을 키워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효성그룹과 계약을 맺고, 레진사를 공급받고 있다. 방진복을 포장하는 포장 소재, 클린룸 내에서 반도체 장비를 닦는 와이퍼(wifer) 제품, 수용성 점착액을 사용한 접착 테이프 등 리싸이클 제품군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주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글로벌 톱티어 IDM 이기 때문에 일단 삼성전자 공급 레퍼런스가 확보되면 해외 타 고객사 역시 발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세미콘코리아2023 전시장 내 케이엠 부스.
조 전무는 "현재는 삼성만 쓰고 있지만 삼성그룹 자체의 글로벌 법인망이 넓고,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 등의 고객사가 북미와 유럽 각국에 설비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부터 글로벌 수출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엠은 지난해 매출액 1516억원,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ESG 제품을 필두로 약 15%의 성장을 노리고 있다.

다만 올해 캐파 조정 등에 의해 설비 투자는 보수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지난해 베트남법인에 약 250억원 가량을 투입, 방진복 등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확충해 놓은 상황이다. 경상연구개발비 지출 역시 총 매출의 약 2% 수준으로 잡고 있다.

조 전무는 "올해 업황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투자를 하더라도 최대 50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와 별개로 ESG 관련 제품에 대한 R&D는 지속적으로 진행해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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