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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 펀드의 '길'과 '끝'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3-02-15 07:54:26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4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란했던 오스템임플란트 M&A 여정도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 초유의 횡령 배임 사건,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의 주주권 행사, 유니슨캐피탈코리아-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의 경영권 인수, 공개매수 추진 등 설립 후 한번도 겪기 힘든 경영 이슈가 1년 새 동시 다발적으로 쏟아졌다.

단언컨데 이 M&A는 훗날 경영학 교재의 한 페이지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 기존 M&A 문법을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 의외성을 만든 변수가 바로 'KCGI'다.

KCGI는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다. 강성부 대표를 필두로 기업 지배구조 이슈의 중심에 들어가 투자 기회를 엿보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강 대표의 이력이 곧 KCGI의 철학을 보여준다. 강 대표는 2005년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약 스타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떨친다. 대주주 횡령과 갑질, 편법증여만 바로 잡아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골자였다.

이후 LIG그룹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LK파트너스 대표를 맡아 자신의 철학을 실제 투자로 구현해냈다. 다만 대주주와 강성으로 맞붙기보다는 LIG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실상 중견기업 오너들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며 돈을 벌었다. 요진건설 상속 이슈, 대원그룹 순환출자 해소 등이 대표적인 트렉레코드다.

KCGI를 창업한 후에도 대림그룹 세금 이슈, LIG 지주사 이슈 등을 다루며 이 같은 행보를 이어갔다. 모두 그룹 오너들과의 끈끈한 인연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쏠쏠한 수익을 얻었다. 한진칼 투자의 경우 조씨 일가의 지배구조 이슈를 파고들면서 대치 구도를 만들었지만 결국 투자 자산을 또 다른 대기업인 호반그룹에 매각하며 손을 털었다.

이후 오스템임플란트를 투자 타깃으로 삼았다. 거버넌스 개선과 주주권 회복 등의 기치를 내걸고 진격을 외쳤다. 다만 그 기세는 짧고 굵었다. 진격 직전 보여줬던 날선 결기와 포부를 뒤로 한채 투자자에 대한 신의성실과 선관주의 의무를 들며 최근 아름다운(?) 퇴장을 선언했다. 4개월 새 통장에 찍힌 150% 넘는 투자 수익률은 이 같은 선택의 명분이다.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에 응하면서 언론에 뿌린 보도자료는 강성부 펀드의 존재 이유와 지향점 그리고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KCGI는 남의 돈을 굴리는 운용사다. 투자의 제1원칙은 출자자들의 수익률 제고다. 행동주의 역시 이 투자 원칙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공개매수 수용의 변 역시 장황하게 늘어놨지만 단순하게 보면 '벌만큼 벌었다, 더 이상의 고집은 펀드 출자자들의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안 된다'로 요약될 수 있다.

KCGI를 선악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되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오스템임플란트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큰 과업의 초입길에서 홀로 뒤로 떠나는 KCGI를 욕할 필요도 없다.

KCGI에게 최고선은 바로 '펀드 출자자들의 이익'이다. 투자의 명분과 논리도 결국 투자자들의 수익 지표 앞에서 그 힘을 잃는다. 반대로 명분과 논리가 약해도 숫자가 확실하면 언제든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성공한 투자다. KCGI의 존재로 많은 투자자들이 이익을 봤다. 하지만 이는 KCGI의 선의가 아닌 돈을 좇는 전략의 결과물이다.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겉은 다를지 모르나 그 속은 한결 같을 것이다. 고객 최우선 주의(Client First). 돈 앞에 무한히 변신했던 KCGI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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