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 빅뱅 2라운드]3박자 갖춘 LG화학, 선택의 시간은 온다③자본력·내재화·기술력 모두 갖춰...다양한 포트폴리오에 따른 에너지 분산 리스크 상존
이호준 기자공개 2023-02-22 07:35:47
[편집자주]
진입 장벽을 넘기 위한 양극재 경쟁 1라운드가 마감되고 2라운드가 시작됐다. 이제는 양극재 고도화 경쟁·공급망 확보 경쟁이다. 주요 플레이어로는 에코프로비엠·LG화학·포스코케미칼·엘앤에프 등이 꼽힌다. 여기에 배터리사들과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인 코스모신소재 등 막 차를 탄 후발주자도 보인다. 이중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자본력을 등에 입은 대기업부터 기술력과 내재화로 똘똘 뭉친 전통의 강호들까지, 양극재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의 면면을 더벨이 집중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6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에게 양극재는 배터리 사업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 목적 자체가 아니었다. 양극재 톱티어 기업이라는 원대한 목표가 아니라 그룹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야만 했던' 사업이다. 그 때문인지 LG화학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이다.그런 LG화학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선택은 자사의 배터리 소재 사업 중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제한된 자원을 양극재 사업에 활용할지 아니면 분리막 사업에 쓸지, 균형감각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재화에 따른 높은 수익성 우위
LG화학의 강점은 내재화다. LG화학은 현재 중국 우시와 국내 청주, 익산 등에서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때 양극재의 중간재인 전구체는 취저우에서 화유코발트와 전구체의 원료가 되는 니켈 등의 광물은 화유코발트 및 현지 광산 업체들과 협력해 공급받는다.
국내에서 화유코발트와 양극재 신공장도 건설 중이다. 연간 6만톤(t)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다. 이때도 화유코발트를 통해 메탈 소싱의 우위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와의 리사이클·전구체 합작법인을 세워 전구체도 납품받는다.
기술력 역시 탁월하다. LG화학은 2000년대 후반부터 양극재를 자체 생산해 왔다. 에코프로에 이어 두 번째로 빨랐다. 양극재 품질 안정성을 조기에 확보한 상황이라 에너지 밀도가 높고 내구성이 좋은 하이니켈, 단결정 양극재 개발에서도 앞서 있다는 평가다.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추가 투자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등 비교적 다양한 사업군을 영위하고 있어 안정적인 현금창출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회사의 에비타(EBITDA, 상각전 영업이익)는 약 5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석유화학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경우 투자 여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영향으로 배터리 셀 업체들은 공급 안정성 확대를 이유로 북미 현지 납품을 요청하고 있다. 신규 투자의 명분이 충분한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본력, 내재화, 기술력이라는 세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업체가 LG화학"이라며 "단순히 주가 측면에서만 보면 국내 2차전지 소재 플레이어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균형감각이 필요한 시점
그럼에도 LG화학이 양극재 1등 기업에 오를 수 있을지는 생각이 더 필요한 지점이다. LG화학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는 매출 다변화 측면에선 뚜렷한 장점이지만 양극재 사업만 보면 투자 여력 분산, 사내 에너지 소진 등의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LG화학은 2차전지 소재 중 분리막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8년 전 수익성을 이유로 분리막 사업에서 철수했었지만 지난 2021년 이 분야에 다시 진출했다. 일본 도레이와 함께 헝가리에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는데 투입하기로 한 금액만 6500억원에 이른다.
분리막은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15%를 차지한다. 양극재와 음극재의 접촉을 막아 화재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사업 내재화를 추구하는 LG화학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분야다. 현재 LG화학의 분리막 사업 규모는 글로벌 3위권으로 추정된다.
IRA 등을 기점으로 분리막 해외 진출 가능성도 가시화되는 가운데 LG화학으로선 전략적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할지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회사의 곳간을 양극재 사업에만 열기엔 석유화학과 분리막, 바이오 사업 모두를 살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일단 LG화학은 올해 4조원의 캐팩스를 설정해 뒀다. 이달 컨퍼런스콜을 통해 배터리 소재 쪽 투자 계획에는 변동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현재 계획대로면 LG화학의 양극재 생산능력은 2027년 34만톤 수준이다. 그래도 국내 양극재 4사 중 가장 적다.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LG화학은 분리막 사업 확장 의지도 큰 상황"이라며 "지금이야 자금이 충분하다고 해도 생산 경쟁이 본격화하면 여러 소재 사업 중 에너지 분산이 안되도록 투자와 사업에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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