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Watch]팬데믹 특수 티엘비, 엔데믹 초입서 '투자 숨고르기'서버·데이테센터 공급량 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불황 예고된 올해 설비투자 '홀딩'
조영갑 기자공개 2023-02-21 08:18:01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7일 10: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PCB(회로기판) 제조사 티엘비가 코로나19 팬데믹의 끝물을 타고,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대용량 서버용 고사양 SSD(Solid State Drive) PCB 제품의 출하가 3분기까지 몰리면서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크게 뛰었다. 다만, 올해부터 주요 고객사가 메모리 감산에 돌입한다고 밝힌 만큼 비수기를 대비해 예정돼 있던 CAPEX(자본지출) 투자는 보류하기로 했다.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티엘비는 지난해 매출액 2215억원, 영업이익 38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021년 1781억원 대비 24.4%, 영업이익은 134억원 대비 187.5%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21년 124억원에서 지난해 306억원으로 146.3% 늘었다.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티엘비는 메모리 모듈(Memory Module)과 SSD의 핵심 부분인 PCB를 생산하는 전문 제조사다. 대덕전자 출신 백성현 대표가 2011년 관련 전문가들과 의기투합해 국내 최초로 SSD PCB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SSD 사업 초기 하이엔드급 SSD PCB를 제조해 삼성전자에 공급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2020년부터 반도체 후공정 검사장비용 PCB 사업에 진출해 세를 불리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90% 이상의 수출 강소기업이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다. 초기 삼성전자의 매출비중이 가장 컸으나 SK하이닉스가 DRAM의 생산량을 늘리면서 현재는 SK하이닉스향 공급 비율이 가장 크다. 마이크론은 전체 매출비의 약 5% 수준이다.
지난해 호실적을 이끈 원동력은 2019년부터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비대면 화상회의, 대용량 콘텐츠 등이 대거 유통되면서 글로벌 데이터 시장이 '트래픽 홍수'를 맞게 된 것과 관련, 티엘비의 전문 영역인 대용량 서버용 PCB 발주가 지난해 3분기까지 쇄도하면서 매출을 이끌었다. 티엘비는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 모바일, PC의 회로기판이 아니라 ASP(평균공급가)가 높은 데이터센터, 서버의 회로기판 제조에 특화된 기업이다.
특히 지난해 고객사들의 DDR(Double data rate)4 기반 고사양 SSD, D램의 발주가 이어지면서 이익률이 대폭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DDR5의 출하가 시작되는 상황이지만, DDR4 기반 반도체의 용량과 스펙이 계속 높아지면서 이에 특화된 PCB 제조사로 티엘비가 지목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독보적인 캐파(capa)를 기반으로 고객사 단가 협상력 우위를 점하면서 순이익도 치솟았다. SSD, DRAM의 선발주자이자 글로벌 1위의 삼성전자의 경우 공정라인의 내재화가 비교적 잘 갖춰졌지만,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등의 후발주자는 PCB 제조부문을 외주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선발주자 대비 단가 협상력이 떨어진다. 하이엔드 SSD의 경우 티엘비의 기술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달러환율이 1400원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환차익이 발생한 것도 순이익에 영향을 줬다.
다만, 올해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SK하이닉스가 'D램 재고이슈'로 인해 대규모 감산을 예고한 것은 올해 티엘비의 수익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티엘비 총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객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는 재고이슈의 여파가 이어진다는 게 중론"이라면서 "SK하이닉스와 거래하는 벤더사들 역시 지난해 4분기부터 이 파고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티엘비는 올해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티엘비는 지난 202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공모자금의 상당 부분을 캐파(capa) 증설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2021년 약 150억원을 투입해 신설 공장(2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후공정 테스터 PCB 라인의 증설을 계획했다. 하지만 올해 메모리 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보류'로 선회했다. 불황 장기화에 대비한 현금 비축 차원이다.
티엘비 관계자는 "(전방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예정돼 있던 설비 투자는 일단 홀딩(holding)한 상황"이라면서 "올 하반기 DDR5와 관련 서버 및 데이터센터 투자가 재개된다는 관측이 있는데, 반도체 업황이 정상화될 경우 투자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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