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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 Tracking]'가이던스 수치없는' LG전자, 잉여현금 예측하는 월풀2014년 이후 비공개 전환, "시장 변동성 심화 고려"…경쟁사 월풀과 대조적

고진영 기자공개 2023-02-24 08:19:41

[편집자주]

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4일 10:4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는 다소 보수적인 성격으로 잘 알려진 그룹이다. IR(Investor Relation) 스타일에서도 신중한 경향성을 엿볼 수 있는데, 간판 계열사인 LG전자가 시총 2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에도 불구하고 9년째 실적 가이던스 비공개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틀린 전망치를 반복해서 내놓기 보다는 아예 발표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목표실적 잇단 미달에…'방향성'만 발표

LG전자는 매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 실적을 발표하지만 예상 전망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없다. 대략적인 시장의 흐름과 이에 대응하는 전략의 방향성 등을 밝힐 뿐이다.

올해의 경우 기업설명회(IR)에서 “1분기 전사 매출은 가전과 TV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나 영업이익은 원가구조와 비용 개선 노력으로 안정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설명했다.

또 상반기에는 수익성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고, 하반기에는 수요 개선 가능성에 대응함으로써 연간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이루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부문별로도 시장 전망과 사업목표의 큰 줄기를 밝혔으나 이를 가시적인 수치로 정리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

이전과는 달라진 정책이다. LG전자는 인적분할을 진행했던 2002년 한 차례 가이던스를 공시한 적이 있지만, 연례화했다고 볼 수 있는 때는 2007년이다. 당시 LG전자 재경부문장(CFO)이 권영수 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에서 정호영 현 LG디스플레이 사장으로 바뀐 것과 맞물려 매출과 시설투자, R&D(연구개발)비용에 대한 연간 전망을 5년 만에 공시했다.


이듬해는 CFO가 정도현 전 LG전자 사장으로 다시 교체됐으나 가이던스 공시는 정례로 굳어졌다. 2009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2014년까지 매년 연간 잠정실적 발표와 동시에 ‘영업실적등에대한전망’ 공정공시를 진행했다. 가이던스 공시 항목은 2007년과 동일(매출, 시설투자, R&D비용)했으며 2013년과 2014년만 R&D비용이 빠졌다.

그러나 2015년부터 가이던스를 비공개하는 쪽으로 돌연 정책을 전환했다. 사업부문이 TV와 모바일(2021년 철수), 가전, 전장 등으로 방대한 만큼 시장 변수도 많아 실적 예측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실제 LG전자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2013년을 빼고는 매출이 모두 목표치에 미달했다. 오차율 역시 5~11%포인트로 작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이던스를 제시한 2014년의 경우 62조3000억원을 예상 매출로 제시했으나 실적은 59조원에 그쳤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업환경 변동성이 전점 심화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실적 전망을 안 하는 편이 낫다고 결정했다”며 “공시 후 오차가 예상되면 다시 정정 공시를 해야하는 등의 작업이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경쟁사 살펴보니…삼성전자 대동소이, 월풀은 '정반대'

이런 IR 정책은 국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도 크게 다를게 없는 형태다. 삼성전자는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수치적인 가이던스를 내놓지 않고 사업 전략을 밝히는 것으로 이를 대신하고 있다. 최근 컨콜에서 삼성전자는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해 연간 가이던스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컨콜에서 올 1분기 LCD TV 판매는 전분기 대비 10% 중반 하락,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생산량 증가율)는 한 자릿수 초반 감소 등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제한적 범위와 방식이긴 하지만 판매량 추정치를 어느정도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LG전자보다는 덜 보수적이다.

글로벌 가전사업 라이벌 ‘월풀(Whirlpool)’과 비교하면 LG전자의 IR 정책은 더 아쉬운 측면이 있다. 월풀은 순매출과 영업이익률, 잉여현금흐름(FCF)에 대한 가이던스를 모두 공개하고 있으며 지역별 예상 영업이익률도 제시한다.

잉여현금흐름의 경우 8억달러라는 2023년 연간 목표치를 밝히면서 현금순이익(14억달러), CAPEX(자본적지출, -6억달러), 운전자본(2500만달러), 구조조정에 따른 지출(Restructuring Cash Outlays, -2500만달러) 등 그 기반이 되는 구성요소들의 예상 수치까지 상세히 기재했다.


또 월풀은 구조조정에 따른 지출에 대해선 올해 2500만달러가 나갈 것으로 예상했고 이중 1500만 달러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조치, 1000만달러는 이미 진행된 다른 조치와 관련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손익계산서상 이자비용, 원자재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 관련 수치, 조정 후 세율 등에 관해서까지 추정치를 정확한 숫자로 공개하고 있다. 매크로 변수를 감안해도 투자자 입장에서 실적을 예측하기 훨씬 쉽고, 경영진의 책임 역시 분명한 구조인 셈이다.


다만 LG전자 관계자는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사업의 경우 시장 수요를 봐야하기 때문에 중후장대 사업들보다 더 변동성이 크다"며 "(가이던스 미공개 기조는) 아마 가까운 시일 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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