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02일 07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겨우내 이어진 BNK금융 CEO 승계 작업이 지난달 말 부산은행, 경남은행, BNK캐피탈 대표 선임으로 마무리됐다. 전임 회장의 사퇴로 일찌감치 막을 올린 CEO 선임 레이스는 새 선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를 방불케 했다. 다양한 특장점을 자랑하는 후보들이 물망에 올랐고 숱한 하마평이 쏟아졌다.회장 후보 면접장 근처에서 숏리스트 면면을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다채로운 경력 만큼 포부도 각양각색이었다. 한 후보는 동남권 금융 기반을 활용한 글로벌 진출 아이디어를 풀어 놓았다. 다른 후보는 면접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한 영업 문화 혁신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수도권 경험과 네트워크를 강조한 후보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빈대인 BNK금융 회장 내정자는 가장 과묵한 후보였다. 최종 후보 선임이 확정된 후 통화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연 빈 내정자는 '조직 안정'을 얘기했다. 글로벌, 디지털, 수도권 등과 비교하면 화려하지 않은 키워드다.
빈 내정자는 강판된 역대 회장들을 떠올리며 면접에 임하지 않았을까. 그는 초대 이장호 전 회장의 비서팀장을 지냈다. 이 전 회장은 파벌을 조장했다는 금융 당국의 지적을 받고 사퇴했다. 공을 넘겨 받은 성세환 전 회장 겸 행장 구속으로 빈 내정자가 행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구원투수의 구원투수였던 셈이다.
외부에서 영입한 김지완 전 회장마저 자녀 의혹을 빌미로 사퇴하면서 차기의 역할은 명확해졌다. 회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징크스를 깨야 한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안정감을 중시한 빈 내정자는 면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이번엔 선발투수로 등판할 기회를 얻었다.
승수, 방어율, 탈삼진 등 야구에서 투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이닝 소화 능력은 기본이다. 아무리 낮은 방어율을 기록해도 규정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면 유의미한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투수가 실점을 내주거나 볼넷을 허용하더라도 마운드에서 주어진 이닝을 책임질 때 동료들은 안정감을 얻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친다.
빈 내정자는 '이닝이터'로 손색이 없다. 그룹 내에서 자기 관리가 철저한 워커홀릭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정 학벌에 속하지 않아 계파 갈등에 흔들리지도 않는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배터리도 꾸렸다. 부산은행장 시절 3년 간 CFO로 기용했던 방성빈 전 지주 전무와 이번엔 회장과 행장으로 호흡을 맞춘다.
빈 내정자 앞에는 막강한 타순이 기다린다. 계파 갈등 해소, 부산은행-경남은행 통합, 금융 당국의 공공성 요구 충족, 사외이사 제도 개선 등 과제가 산적하다. 하나만 제대로 해내도 임기 내 업적으로 남기에 손색이 없다. 다만 무엇보다 빈 내정자의 완투를 바란다. 규정 이닝을 채워야 그가 남길 기록도 빛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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