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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을 움직이는 사람들]'역발상의 기린아' 전문영 상무, 기술기업 DNA 혁신 이끈다②메카트로닉스 연구소장, 설계 바꿔 부품 쇼티지 극복+원가절감 모범사례 주인공

조영갑 기자공개 2023-03-06 08:11:36

[편집자주]

고영테크놀러지(고영)는 글로벌 SMT 분야의 최강자다. 세계 3200여개 고객사에 3D 검사장비를 공급하면서 점유율 50%를 유지하는 필드의 챔피언이다. 하지만 창업주 고광일 대표와 키맨들의 눈은 필드 그 너머에 있다. 더벨은 '10년 후 미래를 창조한다'는 정신으로 오늘을 임하는 고영의 사람들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8일 11: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영테크놀러지(이하 고영)는 명실상부한 R&D(연구개발) 중심 기술기업이다. 고광일 대표가 일평생 연구자를 자처하며 로봇개발, 연구에 매진한 만큼 내부적으로 치열한 R&D와 혁신이 장려된다. 이런 기업문화는 조직구성, 의사결정 및 예산안배 시스템 곳곳에 묻어난다. 고영의 전 임직원 735명 중 330여 명(45%)이 R&D 관련 인력이다.

조직 구성도 연구소 중심이다. 고 대표가 연구조직을 총괄하면서 CEO(최고경영자)를 겸직하는 시스템이다. 고 대표 직속으로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연구소, 소프트웨어(SW) 연구소, 머신비전(Machine Vision) 연구소, KYRA(Koh Young Research America) 등이 도열, 각 연구소가 협업과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영은 해마다 픽스(fix)돼 있는 예산안 자체가 없고, 보고 프로세스 역시 매우 간결하다"면서 "이는 엔지니어 출신 고광일 대표 특유의 실용주의(pragmatism)라 볼 수 있는데, 훌륭한 혁신안이면 발 빠르게 채택될 수 있고, 예산도 금세 배정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고 대표는 정기적으로 임직원과 비전 공유회도 갖고, 기술 및 경영 전반에 대해 논한다.

◇창업 이래 20년 넘게 고광일 대표 곁 지킨 개국공신

연구소 조직의 주포는 메카트로닉스 연구소다. 명칭 그대로 로봇 하드웨어의 개발을 전반을 이곳에서 담당하고 있다. 메카트로닉스 연구소를 이끄는 전문영 상무는 고광일 대표와 '풍찬노숙'을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락을 함께 한 사이다. 고 대표와 일종의 사제지간이면서 고영의 기술철학과 정체성을 함께 쌓아올린 파트너라는 평가다.

1973년 생인 전 상무는 중앙대 기계공학과 학사, 석사를 거쳐 한라중공업 연구소 연구원으로 산업로봇 세계에 입문했다. 2000년 미래산업 연구소 연구원으로 적을 옮기면서 당시 미래산업 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고 대표와 연을 맺었다. 코스피 상장사인 미래산업은 1991년 설립된 반도체 검사장비, 칩 마운터(Chip Mounter) 제조사다. 한때 나스닥에 상장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고영의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당시 미래산업에는 고 대표를 비롯해 산업로봇 개발에 인생을 바친 젊은 개발자들이 다수 이직, 근무하고 있었다"면서 "밤을 부지기수로 새면서 칩 마운터 등의 주력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전우애가 형성됐고, 이것이 고영의 창업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전 상무는 2002년 창업 때부터 고 대표의 곁을 지킨 고영 핵심 엔지니어다.

전 상무는 고 대표와 유사하게 뼛속까지 엔지니어면서 과감한 '역발상의 소유자'로 평가된다. 전 상무와 그가 이끄는 메카트로닉스 연구소의 역발상을 말해주는 일화가 있다. 장비 제조사의 기술 역발상은 제조원가 절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지난해 일부 부품의 쇼티지가 발생, 제품의 생산원가 상승이 불가피해진 상황이 도래했었다"면서 "이때 보통 기업의 경우는 공급 이슈가 해결되고 가격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리지만, 고영은 연구소를 중심으로 해당 부품을 재설계하고 대체해 테스트까지 단숨에 완료해 버렸다"고 말했다. 부품 개발과 대체가 채 반년이 걸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부품 수입에 의존하는 코스닥 장비섹터 기업들이 수급 문제로 지난해 원가율 상승 압박에 시달린 반면, 고영은 '역발상' 부품 대체를 모멘텀으로 원가율을 오히려 줄일 수 있었다.

2021년 고영의 원가율은 36.43%에서 지난해 35%(감사 전)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56%, 7% 늘어났다. 원가율 상승의 압박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면서 채산성을 높였다. 2019년 일본과의 무역갈등 시기를 거치면서 공압 실린더 등 일본산 부품을 대체품으로 신속하게 갈면서 원가절감을 이뤄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 상무는 역발상과 기술 혁신성을 인정 받아 2011년 차장 시절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정하는 '이달의 엔지니어상'을 수상하고, 고영테크놀러지 최우수직원상을 7회 수상하기도 했다. 30건의 국내특허와 10건의 해외특허를 출원했다.

◇"세계 최고만 만든다" KY Pride 새로 써내려간다

전 상무가 이끄는 메카트로닉스 연구소의 모토는 "세계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다. 고 대표가 강조하는 미션과 일치한다. 실제 고 대표와 전 상무 팀은 국내 검사장비 로봇 업계의 새 이정표를 써내려가고 있다. △SPI(납도포검사)용 3차원 측정센서 △AOI(자동광학검사)용 3차원 측정센서 △투명체 측정용 2D/3D센서 △초소형 6자유도 Tracking 센서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글로벌 1위' 고영을 만든 핵심 기술들이다.

전 상무와 메카트로닉스 연구소는 고영의 새 '비기(祕器)'를 준비하고 있다. 3D SPI, AOI 장비를 내세워 단기간에 선두가 됐듯 제조분야 스마트 솔루션과 헬스케어 로봇으로 새 시장의 '퍼스트무버'가 되겠다는 포부다. 보안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기 출시된 뇌수술로봇 '카이메로(KYMERO)'와 별개로 다양한 헬스케어 디바이스 역시 개발하고 있다.

전 상무는 이 과정에서 이른바 '그룹지니어스(Group Genius)' 방법론을 강조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 사이의 통찰력을 이끌어 내 혁신성을 배가하는 의사결정 방식이다.

전 상무는 "고영 내부 각 전문가들의 그룹지니어스 토론을 통해 기존 반도체검사 제품군이 갖고 있는 광삼각법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제품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면서 "우리 연구소가 보유한 영상 기반 자동화기술은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한 기술이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제조, 의료분야에서 세계 일류 상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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