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테슬라발 기회와 위기]'배터리 독립' 선언한 테슬라, 韓 양극재 '청신호'①기회 : IRA 이후 LG엔솔에 러브콜...中 배터리물량 전환도 호재
정명섭 기자공개 2023-03-07 07:40:10
[편집자주]
미국 테슬라가 국내 배터리 셀, 양극재 제조사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최근 국내 양극재 제조업체 엘앤에프를 배터리 밸류체인 내 양극재 메인 공급사로 낙점한 게 대표적인 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더 많은 배터리를 공급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의 최종 목표는 배터리 내재화다. 이는 다른 완성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국내 배터리업계에 큰 위협요인이다. 이에 더벨은 테슬라발 기회와 위기 요인을 살펴보고 K배터리가 나아가야 할 점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2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양극재 제조업체 엘앤에프는 테슬라의 양극재 메인 공급사로 선정됐다. 양사는 2024년부터 2025년 말까지 2년간 29억 달러(약 3조7800억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공급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테슬라 ‘모델Y’를 52만~55만대가량 생산할 수 있는 양극재 7만톤을 공급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배터리업계에서 테슬라향 양극재 직납 물량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엘앤애프의 작년 매출에 버금가는 수주 규모다.◇‘배터리 독립’ 테슬라, 업체 추가 선정 가능성도
양극재는 음극재와 전해액, 분리막 등과 함께 배터리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로,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용량과 전압을 결정한다. 배터리 제조원가의 43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양극재에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같은 원소가 들어가는데, 1~2년 전부터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는 니켈 함량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값비싼 코발트 비중은 낮춘 하이니켈 양극재가 양산되기 시작했다.
엘앤에프는 에코프로비엠 등과 함께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력이 높은 국내 제조사에 손꼽힌다. 테슬라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었던 것도 기술 수준에 대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엘앤에프는 2020년에 세계 최초로 니켈 함량이 90% 이상인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개발해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엘앤에프는 니켈 비중을 90%대 중반 이상으로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도 연내 시작할 계획이다.
엘앤에프가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온 점도 테슬라의 선택을 받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적인 양극재 공급사다. 2020년 1조40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7조원 규모의 공급 물량 계약을 맺었다. 장기계약을 지속해서 맺는다는 건 기술력 외에 신뢰성 측면에서도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엘앤에프가 테슬라와 직접 손을 잡으면서 LG에너지솔루션 의존도를 일부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엘앤에프의 작년 양극재 매출 중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 SK온은 20%로 추정된다. 테슬라에 양극재 공급이 시작되는 2024년 이후 LG에너지솔루션 비중은 5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엘앤에프 입장에선 특정 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테슬라 공급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다른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2020년에 ‘배터리 독립’을 선언한 테슬라는 지난해 8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네바다, 텍사스 공장의 배터리 생산 설비를 공격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네바다 공장의 경우 현재 100GWh 규모인 생산 설비를 50GWh까지 확대하고, 텍사스 공장에도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을 들여 배터리 생산 능력을 40GWh에서 100GWh로 늘릴 계획이다.
테슬라는 중장기적으로 총 1000GWh 규모까지 생산 능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생산 설비 100GWh당 필요한 양극재가 약 14만톤인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의 설비 규모가 커질수록 엘앤에프가 2026년 이후 추가 물량을 수주할 가능성도 더 커진다.
배터리업체들이 복수의 양극재 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가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LG화학 등 국내 다른 양극재 업체와 추가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LG에너지솔루션에 원통형 배터리 러브콜...IRA 시행에 韓 LFP 배터리 사용도 검토
테슬라는 원통형 배터리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에 손을 내밀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지을 원통형 배터리 공장 물량을 테슬라에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3월에 1조7000억원을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11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가 3개월 만에 계획을 보류했다. 고물가, 고환율 등으로 당초 계획 대비 투자금이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IRA 시행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내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 시 일정 비율 이상의 부품을 북미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려면 전기차·배터리 업체 모두 미국 내 생산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테슬라는 미국에서 생산된 원통형 배터리가 필요해지자, LG에너지솔루션에 먼저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원통형 배터리를 테슬라에 공급해왔는데, 이는 주로 중국 내수용으로 판매된다.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하고 있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이 사용되는 삼원계 배터리와 달리 양극재에 인산과 철이 들어간 배터리를 말한다. 가격은 더 저렴한 대신 에너지 밀도는 낮다.
테슬라는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 일부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IRA 시행으로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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