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하는 STO 시장]통합 플랫폼 개발 급물살 탈까…유통 채널 개설도 숙제③투자계약증권·수익증권 등 비정형증권 유통시장 필요
황원지 기자공개 2023-03-08 08:15:18
[편집자주]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몇 년간 시중 자금을 쓸어담았던 블록체인 시장에 기존 금융권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새 먹거리가 필요한 증권사들은 조각투자 플랫폼과 합종연횡에 나서면서 잇따라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새롭게 구축될 STO 시장의 면면을 더벨이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3일 06: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로운 증권 형태인 토큰증권(ST)이 만들어지면 이에 걸맞는 유통시장이 필요하다. 특히 대부분 토큰증권이 그간 금지됐던 투자계약증권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존 증권시장에서는 거래가 어렵다. 금융당국은 한국거래소 안에 디지털 증권시장을 만들고, 증권사 등 유통업자에게 장외거래사업자 허가를 내줄 방침이다.유통 플랫폼의 형태도 주목된다. 가이드라인 발표 전까지는 KB증권, 키움증권 등 각 증권사별로 자체 플랫폼을 만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보다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 공동플랫폼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 테이블 위에 올랐다.
◇토큰증권 유통시장 구조, ‘디지털 증권시장+장외거래 플랫폼’
토큰증권이 새로 생기면 이를 유통할 시장이 필요하다. 증권 종류가 달라 기존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거래소에서 거래되던 증권은 지분증권(주식), 채무증권(채권), 파생결합증권(펀드)와 같은 종류다. 하지만 토큰증권의 경우 조각투자 상품이 대부분이라 수익증권이나 투자계약증권 등의 종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계약증권이란 특정 투자자가 타인간의 공동사업에 금전을 투자하고 그 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 권리가 표시된 증권이다. 손익을 공유받는다는 점에서는 기존 증권과 비슷하지만 해당 사업의 소유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투자자가 헷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간 당국에서 금지해 왔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투자계약증권은 태생부터가 규제를 위해 만들어진 증권”이라며 “이전까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아예 거래가 정지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없었던 증권인 만큼 새로운 거래 시장이 필요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비정형적 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든다고 밝혔다. 구조는 기존 주식이나 채권 시장과 비슷하다. 한국거래소에서 운영하는 장내 거래소를 만들고, 이외에 상장되지 않은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장외거래시장을 조성한다.
먼저 한국거래소에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KRX 디지털 증권 시장’을 시범 개설한다. 기존 증권 인프라를 통해 대규모 거래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주목할 점은 토큰증권을 이곳에 상장할 경우에는 기존의 전자증권 방식으로 변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환 후 기존 KRX 회원사인 증권사를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상장하지 않는 상품을 위한 장외거래시장도 활성화한다. 장외거래중개업자 라이선스를 발급해 이를 취득하면 토큰증권을 유통할 수 있게 했다. 기존 채권시장과 같이 장외시장에서는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증권사(유통업자)와 고객이 직접 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장외거래업자는 기존 증권사들이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채권중개전문회사 요건 등을 감안해 인가요건을 정할 예정이라서다. 자기자본, 물적·인적·대주주·임원요건 등 요건들이 필요할 전망이다.
◇증권사 개별 플랫폼 구체화…공동 채널 구축도 물망
한국거래소를 이용하든, 장외시장을 이용하든 결국 라이센스를 가진 증권사들의 유통 플랫폼이 필요하다. 다만 이 경우 아직 금융당국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을 뿐, 법안이 통과된 것은 아니라 명확한 그림이 나온 상태는 아니다. 때문에 증권사들이 각자 자체 플랫폼을 만들 수도, 공동 플랫폼을 구축할 수도 있다.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대형증권사 위주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KB증권은 SK C&C와, 신한금융투자는 람다256과 손을 잡고 자체 STO 플랫폼을 구축해 올 상반기 중 시스템을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서 발행과 유통을 명확히 분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실질적으로 유통만 가능해질 경우 예상보다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일반투자자 투자한도가 생각보다 낮게 결정될 경우 시장에 먹거리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증권사별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체 플랫폼 구축 비용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때문에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도 물망에 올르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증권사 실무진을 대상으로 개최한 디지털 자산 관련 회의에서 대부분 증권사들이 공동 유통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고 전해진다. 공동플랫폼을 구축할 경우 추가 투자금을 아낄 수 있고, 소비자 편의성이 커진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공동플랫폼이 실제로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벽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투자금이 있는 대형사와 일반 증권사들 모두의 이해관계를 맞춰 플랫폼이 탄생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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