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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스타, 자동차 전장산업]'포니' 눈 밝힌 에스엘, 전기차 램프 선두된 사연은⑥전기차 시대 맞춰 'LED램프' 집중개발…현대차그룹·GM 등 '맞손'

허인혜 기자공개 2023-03-07 07:34:30

[편집자주]

10년전 전자업계의 미래 동력으로 낙점됐던 자동차 전장사업이 이제 '진짜' 성과를 내며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퍼스트무버로 나선 사이 국내 전자업계의 전장사업 부문도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상대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더벨이 전기차 대전환기를 맞아 전성시대를 맞은 자동차 전장사업의 성장 히스토리와 현황, 미래 전망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2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람이 불면 꺼지는' 차 헤드램프를 상상해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1800년대에는 실제로 램프에 불을 붙여 밝힌 등불을 헤드램프로 썼다. 1900년대 들어서야 전기식 램프가 도입됐고, 완성차 출발이 늦었던 우리나라는 1975년 현대자동차 '포니'에 들어간 필라멘트 실드빔 헤드램프가 혁신이었다. 포니의 눈을 밝혀준 부품사가 에스엘(SL)이다.

글로벌 모빌리티 매체와 컨설팅사들은 각각 매년 100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계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각 순위표마다 약 10곳이 진입할 만큼 성과가 좋다. 대부분은 앞에 '현대'가 붙거나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기업이지만 독자적으로 성장한 중견 기업들도 여럿 끼어있다. 그중 70위권으로 순위가 가장 높은 에스엘이 대표적이다.

에스엘은 현대차그룹의 오랜 파트너사다. 1차 협력사로 현대차그룹이 해외 진출에 고전할 때 든든한 벗이 되어준 곳들이기도 하다. 에스엘은 현대차와 기아보다 먼저 해외터를 닦아 전장사업 진출도 빨랐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퍼스트무버'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자 해외 진출의 핵심 파트너였던 에스엘의 전장사업도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륜차에서 사륜구동차, 전기차 눈 밝힌다

에스엘은 국내 운송수단의 발전과 족적을 함께했다. 1954년 자전거 부품사로 출발했고 1970년대 현대차의 '포니'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했다. 현대차에 헤드램프 납품을 시작한 건 1969년이다. 1976년 포니가 첫 생산된 뒤 자동차 부품사로 완전히 전환해 현대차그룹과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협업해 온 토종 중견업체다.
현대차 포니1.
자전거와 내연기관차 등 전통 운송수단 부품을 오래 만졌지만 전장부품 업력도 적지 않다. 2000년대 후반부터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GM 등 글로벌 업체와 맞손을 잡았다. 램프 부문 전문사답게 전장부품에서도 램프에 천착했는데, 2009년 이미 야간 보행자 감지 시스템이나 사각지대, 차로이탈 경고, 전방표시장치 등의 전장부품을 개발해 기아에 수주했다.

지금도 에스엘이 가장 잘하는 분야는 램프다. 자전거 부품사 시절에도 램프를 개발한 바 있다. 램프 부문은 사실 자전거나 내연기관차, 전기차를 가리지 않는 부품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로 넘어오면서 세부 포트폴리오는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에스엘의 전문 분야는 LED램프다. 램프 상품 중 전기 소모량이 적고 활용도가 높은 데다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는 장점도 갖춰 에스엘이 집중적으로 개발해온 분야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모델 8종과 제네시스 모델 대부분에 LED램프를 납품하고 있다. 아이오닉5와 EV6 등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출시 예정인 신 모델에 에스엘의 램프가 낙점된 셈이다. 2021년을 기준으로 GM 램프 납품 비중의 40%도 에스엘이다.
에스엘의 LED 램프를 단 기아 EV6(위)와 현대차 아이오닉5.
에스엘의 새 먹거리는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다. 전기차 배터리 셀과 시스템의 품질, 열 전도, 과부화 상태 등을 센서를 통해 감지하는 시스템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품질이 BMS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상용화 단계다. 에스엘은 지난해 기아 전기차의 BMS 납품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2024년부터 5년 6개월 동안 2025억원 규모로 연간 매출은 360억원 수준이다. 앞서 2020년에도 현대차를 대상으로 627억원 수준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2024년 12월까지 3년간이다.

◇세계무대 일찍 밟은 SL, 전장R&D센터 선제적 구축

에스엘은 2014년 '전자개발센터'를 출범시켰다. 2017년에는 램프사업 관계사인 에스엘서봉, 에스엘라이텍, 에스엘라이팅 등을 에스엘라이팅으로 결집시켰다. 연구 부문은 △전장설계센타 △전자개발센타 △신뢰성연구센타 △생산기술센타 △미래기술연구센타 △국내전장사업본부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R&D 비용이 높다보니 전문 투자자들이 '부담 요소'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꾸준히 연구개발 비용을 늘리며 수익성이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약6%대로 전망되는데 국내 대기업 평균인 3.6%, 중소기업 1.6%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매출액은 현대차와 기아, GM, BMW, 스텔란티스 등을 대상으로 지난 한해 4조1745억원을 기록했다. 평년 3조원대에서 약40% 늘어난 수치다.
2005년 인도 첸나이 협력업체 에스엘 루막스를 찾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에스엘의 발빠른 전장사업 돌입은 글로벌 진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에스엘은 현대차그룹의 해외 진출과 동시에 현지에 진출한 다른 협력사들과 달리 2000년대 초 일찌감치 미국과 중국에 터를 잡았다. GM과의 공조 덕이다. 현재는 미국과 브라질, 중국, 인도와 폴란드 등에 현지 법인을 둔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완성차 선진 시장에 먼저 진입하며 자연스럽게 전기차 부품으로 시선을 넓혔다. 현대차와 기아가 현대모비스를 통해 자체 생산 물량을 확대하며 매출액이 줄었지만 전화위복 삼아 글로벌 기업 공조를 늘린 점도 전장사업 확대의 발판이 됐다. 2020년까지 현대차그룹의 비중을 50%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고 실제 매출 비중도 48%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자회사인 'SL아메리카'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40만주 신주를 취득해 513억5000억원을 조달한다는 목표다. SL 테네시의 신차 양산에 필요한 개발비 및 설비투자 등의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에 전기차 신 공장을 세우며 협력사들도 생산라인을 늘리고 있다. 조지아 공장과 함께 에스엘의 전기차 부품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미국에서 불거진 고용 관련 문제는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시장 진출 기업인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기준 마련이 요구된다. 에스엘 앨라배마 법인은 미국 노동부로부터 미성년자 고용으로 아동노동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고발됐다. 에스엘은 외부 인력회사를 통한 채용이었다며 외주 인력업체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관리자를 교체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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