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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삼성전자 vs 애플]스탠더드로 통하는 이사진 구성…연임에선 차이[이사회]⑦위원회 세분화한 삼성전자, 사외이사 롱런하는 애플

김형락 기자공개 2023-03-17 10:25:4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0일 08:0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이사회 구성에 정답은 없다. 각국이 정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내면 된다. 삼성전자와 애플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구성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삼성전자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조화를 추구한다.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내이사의 판단력과 외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외이사의 감독과 조언이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

반면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를 빼고 모두 사외이사로 이사진을 채웠다. 경영진이 가지지 못한 시각을 담아내는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모습이다.

◇ 촘촘한 매트릭스로 이사회 조직하는 애플, 20년 이상 재임한 사외이사도 존재

애플은 이사진은 총 9명이다. 사내이사는 팀 쿡 CEO뿐이다. 나머지 8명은 사외이사다.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편이다. 알파벳은 이사진 11명 중 8명(73%)을 사외이사로 구성한다.

이사회는 애플의 제품 전략부터 공급망, 경영진 관리·평가, CEO 승계 계획 등을 결정한다. 지난해 이사회는 총 5번 열렸다.


이사진의 핵심 역량은 △리더십 △기업 지배구조 △위험 관리 △재무다. 애플이 제시한 이사회 구성 매트릭스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이사진이 핵심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세부 전문성은 전략적 역량에 따라 나뉜다. 애플은 △글로벌 사업·운영 △브랜드·마케팅 △인력 관리 △혁신·기술 △기후·환경 △정부 정책 △개인정보 보호 등 7가지 역량으로 나눠 이사진 전문성을 평가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은 아서 레빈슨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구글 창업자(세르게이 브린·래리 페이지)와 칼리코(바이오)를 공동 설립한 뒤 CEO로 활동 중인 생명공학 전문가다. 2005년부터 애플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 또는 글로벌 기업 CEO 경력을 지닌 사외이사도 다수다. 존슨앤존슨 이사회 의장(전 CEO)을 맡고 있는 알렉스 고르스키, 전 노스롭 그루먼(방위산업체) CEO였던 로널드 슈가 등이다. 2008년 애플 사외이사로 합류한 안드레아 정도 에이본(화장품 방문 판매 업체) CEO를 지냈다.

재무 분야 전문성을 지닌 사외이사도 눈에 띈다. 블랙록 공동 설립자 겸 이사인 수 와그너, 전 보잉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제임스 벨 등이다.

정부와 공공 분야에서 활동한 전문가들도 있다. 미국 부통령을 지낸 엘 고어는 환경·기후 문제, 공공 정책 분야 전문가다. 2021년 이사회에 들어온 모니카 로자노는 기존 이사진과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저소득 학생들의 대학 졸업률을 높이기 위한 자선 단체인 컬리지 퓨처스 재단 CEO로 활동했다. 다양한 관점을 이사회에 녹여 경영 혁신을 추구하는 애플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연임에서 자유로운 점도 특징이다. 레빈슨 의장은 2000년 애플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애플은 이사 임기를 1년으로 정해두고, 연임을 허용한다. 레빈슨 의장은 20여 년간 매년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엘 고어(2003년), 안드레아 정(2008년), 로널드 슈가(2010년), 팀 쿡(2011년)도 10년 이상 연임하는 이사진이다.

이사회 내 위원회는 3개다.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있다. 각 위원회 위원장은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 사내이사·사외이사 균형 추구하는 삼성전자, 위원회 세분화해 권한 분산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총 11명으로 꾸렸다. 사내이사는 5명, 사외이사는 6명이다.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사외이사가 과반인 이사회를 유지하는 게 원칙이다.

각 사업 부문 책임자가 이사회에 참여한다.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춘 이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CEO와 CFO가 의사결정을 책임지도록 하는 구조다. 한종희 대표이사(DX 부문 경영 전반 총괄), 경계현 대표이사(DS 부문 경영 전반 총괄), 노태문 MX사업부장, 박학규 CFO,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이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들어와 있다.

사외이사는 재무·법률·IT(정보기술)·ESG(환경·사회·지배구조)·금융·투자 분야 전문가로 꾸렸다. 외부 시각으로 사내이사와 경영진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도 사외이사 중심으로 운영한다.


이사회 의장은 김한조 사외이사에게 맡겼다. 2020년 2월 의장으로 선임됐다. 한국외환은행 은행장(2014~2015년) 등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 사외이사에는 관료 출신이 두 명이다. 법제처장(2005~2007년)을 역임한 김선욱 이화여대 명예 교수는 준법 경영 체계를 감독한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2019~2021년), 외교부 경제통상대사(2021~2022년)로 활동했던 유명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전문가로 들어왔다.

나머지 사외이사는 삼성전자 경영 전략과 관련 있는 분야의 전문가로 채웠다. IT 분야 전문가인 김종훈 키스위모바일(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 회장,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2017~2019년)을 지낸 허은녕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국제 경제·투자 전문가인 김준성 싱가포르투자청(GIC) 토탈리턴그룹 이사 등이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기능을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애플보다 많은 6개 위원회(경영·내부거래·보상·지속가능경영·사외이사후보추천·감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사회는 경영의 기본 방침·업무 집행에 관한 중요 사항을 의결하고, 특정 사안은 전문성을 갖춘 위원회가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경영위원회를 제외한 5개 위원회는 모두 사외이사로만 구성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등기이사 재임 기간은 애플보다 짧은 편이다. 정관에는 이사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하고, 사외이사만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상법이 사외이사 임기를 최장 9년(계열사 포함)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내이사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2018년 최초로 선임돼 한 차례 연임한 김선욱 사외이사가 가장 재임 기간이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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