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삼성전자 vs 애플]공조 체제서 경쟁자로…달라진 지형[공급망]③삼성전자, 아이폰 반도체 생산하다 애플 생태계 견제
김형락 기자공개 2023-03-10 07:30:30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6일 08:5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공급망 관리에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설계부터 완제품 조립까지 단일 기업에서 소화할 수 있는 제조 역량을 가지고 있다. 주요 부품 생산을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나눠서 수행하는 수직 계열화 체제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이후 주요 부품과 제품 생산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양 사 모두 수직 계열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 논리로 단순히 설명할 수 없는 공급망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 MX(Mobile eXperience)사업부(스마트폰·태블릿·PC·웨어러블 등 담당)는 수직 계열화 공식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올해 출시한 갤럭시 S23 시리즈에는 삼성전자 시스템LSI(고밀도직접회로)사업부가 아닌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퀄컴이 설계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했다.
애플은 과거 삼성전자에 맡겼던 모바일 AP 설계를 내재화해 반도체 개발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필요하다면 삼성그룹 계열사(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 등)에서도 부품을 가져다 쓴다.
◇ 단일 부품 복수 벤더 선정·최종 조립은 폭스콘이 담당하는 애플
애플은 자체 생산 라인 보유하지 않고도 높은 수익성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아이폰을 포함한 모든 제품을 위탁 생산업체에 맡긴다. 2007년 아이폰 출시 때부터 완제품 조립은 대부분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이 수행하고 있다. 애플은 제품 개발과 영업에 집중하고, 외주업체는 저비용 생산에만 주력하는 분업 체계다.
자체 개발로 방향을 튼 부품도 있다.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셋인 AP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초기 AP 설계와 위탁생산은 삼성전자 몫이었다. 아이폰4S(2011년 출시)의 AP인 A5까지 둘의 협력 관계가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2010년부터 갤럭시 스마트폰 시리즈를 내놓으며 라이벌로 떠오르자 애플은 공급망을 손봤다.
AP는 스마트폰 성능과 품질을 좌우하는 부품이다. 이런 핵심 부품 설계와 생산을 경쟁사에 의존할 수만은 없었다. 지금은 애플이 모바일 AP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 주문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업체인 TSMC에 내고 있다.
나머지 부품은 대부분 복수의 공급업체 선정해 조달하고 있다. 가격 경쟁을 붙여 매입가를 낮추고, 공급 안정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 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으로 나눠 발주를 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가 집계한 지난해 아이폰14 패널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 74%, LG디스플레이 16% 순이다.
시장 지위도 애플이 가진 무기다. 공고한 시장 지배력(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수량 기준 시장점유율 18.7%, Strategy Analytics 발표)은 애플의 가격 협상력을 높여준다. 부품 공급사들의 애플향 매출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폭스콘, TSMC뿐만 아니라 LG이노텍(카메라 모듈 공급) 등 나머지 협력사들도 마찬가지다. 공급망에서 애플이 우위에 서 있는 구조다.
◇ 개발부터 제조까지 일원화, 수직 계열화 체제 유연하게 운영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개발부터 생산까지 일원화한 전형적인 수직 계열화 형태의 사업 구조를 갖췄다.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수행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자 스마트폰 세트사(완제품)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안에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 위탁 생산 사업을 펼치는 파운드리사업부가 있다. MX사업부는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에 속한다.
그룹 계열사들도 공급망을 뒷받침한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은 자회사(지분 84.78%)인 삼성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은 계열사 삼성전기, 배터리는 계열사 삼성SDI에서 조달한다.
수직 계열화 체제는 여러 제조업체에서 검증된 사업 구조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평균 고정비가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 효과 덕분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통제력을 보유해 품질 관리와 수요 대응도 외주 생산보다 수월한 편이다.
삼성전자는 틀에 박힌 형태로 수직 계열화된 생산 체제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내재화 역량을 보유한 부품이라도 파트너십을 활용하기도 한다. 갤럭시 S23에 퀄컴이 설계한 AP를 탑재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에 자사 설계 AP와 퀄컴 설계 AP를 혼재해 탑재하다 이번에는 퀄컴이 설계한 AP만 채택했다.
AP는 스마트폰 원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이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 DX 부문 전체 원재료 매입액(58조5438억원) 중 13.9%(8조1423억원)가 퀄컴과 대만 팹리스업체 미디어텍에서 구입한 모바일 AP다. 8.2%(4조8011억원)를 차지한 카메라 모듈은 삼성전기, 캠시스 등에서 사왔다.
매출원가율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유사한 수준이다. 최근 3년(2019~2021년) 삼성전자 전사 연결 기준 평균 매출원가율은 61%다. MX사업부 외에 다른 사업부 손익을 합한 실적이다. 애플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매출원가율이 59%(9월 결산 기준)를 기록했다. 두 기업의 수익성은 매출총이익 산출 이후인 판매비와 관리비 등에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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