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유니콘 넥스트 스텝]'무에서 유' 숙박 O2O 모델 선구자 '여기어때'①탈선의 온상, 음지에서 양지로…창업자 심명섭 전 대표 '전기' 마련

이명관 기자공개 2023-03-17 09:00:04

[편집자주]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이르는 말이다. 스타트업이 상장 전에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성장하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유니콘과 같이 희귀하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2013년 벤처 투자자 에일린 리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부터 유니콘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는 총 22곳의 유니콘이 등장했다. 지난해 새로 유니콘에 이름을 올린 곳은 7곳이다. 더벨이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유니콘의 성장 전략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4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비채널을 융합한 마케팅으로 보면 된다. 쉽게 온라인 채널에 존재하는 잠재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이는 식이다. 차츰 O2O 서비스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유휴자원을 활용한 형태로 확장됐다. 택시공유, 숙박공유, 차량공유 등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셈이다.

시장이 커진 만큼 O2O 서비스 스타트업의 몸집도 커졌다. 유니콘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곳이 '여기어때컴퍼니(이하 여기어때)'다. 여기어때는 O2O 서비스의 선구자격이다. 숙박시설을 연결해주는 컨셉으로 시작해 현재는 여행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온라인 마케팅 채널 부재한 모텔시장 잠재력 눈도장, 2014년 창업

여행할때 여기어때
여기어때는 2014년 4월 출범했다. 창업주는 심명섭 전 대표다. 마케팅 채널의 부재와 독과점 구조, 오프라인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기회요인을 발견하고 여기어때를 차렸다.

여기어때는 숙박업소 중에서도 모텔에 초점을 뒀다. 모텔 시장의 잠재력은 상당했다. 출범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호텔과 비교할 때 객실수가 10배 가까이 많았다. 호텔의 객실수가 13만개인 반면 모텔은 100만개에 달했다. 시장 규모도 모텔 시장은 12조원 선으로 호텔의 3조6000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그런데 모텔의 경우 오프라인 기반의 시장 구조 중심으로 온라인 마케팅 채널이 부재했다. 이는 당시 모텔은 탈선의 온상으로 여겨졌진 탓이기도 하다. 양지보단 음지에 가까웠던 게 사실이다. 인식 전환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결과적으로 보면 양지로 이끌어내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단기간에 제휴 업소를 늘리고,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확보해 상당한 수준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면서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충성도 높은 사용자의 확보는 O2O 서비스에서 가장 큰 숙제나 다름없는데, 이를 해결해낸 것이다.

여기어때는 출범 초기만 해도 별도의 수익 모델을 내세우지 않았다. 초반엔 어플리케이션에 등장하는 모텔 수를 늘리는데 집중했다. 이에 더해 사용자 후기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는데 열중했다.


이 기간 동안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지난해 벤처캐피탈(VC)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충당했다. 이 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VC들은 2015년 130억원을 투자했다. 초기 라운드치고는 상당히 큰 액수였다. 당시 투자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이 참여했다.

여기어때는 어느정도 DB가 쌓였다고 판단하고 차츰 유료화에 나섰다. 유료화는 2016년부터 점진적으로 시작했다. 자칫 업소들로부터 반발을 살 경우 제휴 업소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사용자 이탈까지 일으킬 수 있는 탓이다.

여기어때에겐 나름의 승부수였던 셈이다. 여기어때도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지속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실제 여기어때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던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 역시 대다수 O2O 서비스들이 표방하던 '선 저변확대, 후 수익실현'의 모델이 숙박 중개 서비스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지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었다.

여기어때의 유료화 모델은 두 가지였다. 광고 수수료와 예약 수수료다. 광고 수수료는 어플리케이션에 업소 소개를 올려주는 대가성이다. 업소마다 매달 30만원 안팎으로 책정했다. 예약 수수료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발생하는 모텔 이용료의 일정 퍼센트(%)를 여기어때가 가져가는 구조였다.

광고 수수료의 경우 광고를 낼 곳이 마땅찮은 모텔들 사이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하루 1만원 꼴의 광고 비용을 써서 하나의 객실만 판매하더라도 본전을 뽑을 수 있는 구조였던 까닭이다. 예약 수수료는 여기어때의 서비스가 호텔과 펜션 등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어때가 던진 나름의 승부수가 통한 셈이다. 수익 모델이 확립되면서 자연스레 추가투자유치까지 받을 수 있었다. JKL파트너스는 수익모델에 대한 물음표가 지워지자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렸고, 2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심명섭 전 대표 엑시트, 기업가치 3000억까지 성장

여기어때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광고 매출이 여기때의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이를 기반으로 여기어때는 차근차근 몸집을 키워나가는데 집중했다.

여기어때는 2018년 여기어때 액티비티를 론칭했다. 여기에 호텔타임, 호텔 여기어때, 망고플레이트 등의 다수의 플랫폼을 선보이며 여행·여가까지 곁들였다. 모텔 중심에서 여행 전문 플랫폼으로 변모했다. 사업 확장 속에 매출도 자연스레 증대됐다.

2016년 246억원이었던 매출은 2019년 1027억원을 1000억원을 돌파했다. 물론 사업을 확장을 해가는 과정에서 흑자와 적자를 오가기도 했다. 여기에 자본잠식도 계속 이어졌다. 꾸준한 외연 확장은 분면 긍정적인 신호였지만, 근본적으로 사업 안정성을 갖기 위해선 탄탄한 재무구조도 필요했다.


이즈음 여기어때는 변곡점을 맞이한다. 심 전 대표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엑시트를 결심했다. 심 전 대표의 심경 변화가 시작된 지점은 2018년 갑작스레 불법음란물 방조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다. 무혐의로 수사가 빠르게 종결되면서 헤프닝으로 끝났던 사건이다. 다만 심 전 대표는 수사를 받기 시작하면서 여기어때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는 것을 우려해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그리고 이듬해엔 경영권을 영국계 사모펀드인 CVC캐피탈에 넘겼다.

CVC캐피탈은 심 전 대표와 투자사들이 보유 중이던 지분을 인수했다. 이때 책정된 기업가치는 3000억원 정도다. 3년 전 JKL파트너스가 투자했을 때 책정된 기업가치 2000억원 대비 1000억원 가량 상승한 셈이다. 심 전 대표의 손으로 일군 여기어때는 2019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CVC캐피탈의 품에 안긴 여기어때는 한층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대주주 변경 이후 3년만인 2022년 5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받았는데, 이때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1조2 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근거로 지난 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유니콘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