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크래프톤]'주식 교환' 기법, 사업 외연확대 밑거름①M&A 연계, 유동성 부담 완화…'배틀그라운드' 자회사 편입 성장기반
박동우 기자공개 2023-03-20 07:30:0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4일 16:4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개발업체인 크래프톤은 2007년 창사 이래 극적으로 성장했다. 한때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만큼 존폐의 기로에 놓였던 업체였으나 이제는 조(兆) 단위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으로 도약했다.시련을 딛고 사업 외연을 확대한 밑거름은 '주식 교환' 기법에 있었다. 실질적 현금 유출이 제한적이라는 이점을 살려 인수·합병(M&A) 방식으로 구사해왔다. 덕분에 사업 초기 가용 유동성이 부족하던 어려움을 극복해 투자를 전개했고,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펍지 등을 자회사로 편입해 성장 기반을 닦았다.
◇2015년 '지분 스와프' 방식 본궤도
크래프톤은 2017년에 온라인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선보이며 시장에서 명성을 얻은 기업이다. 배틀그라운드를 제작한 업체는 펍지(옛 지노게임즈)로, 2015년에 크래프톤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기존 출시작인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 '테라'의 흥행이 신통치 않았던 만큼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장병규 이사회 의장의 주도 아래 M&A 전략을 설정했지만, 회사의 재무 여력이 제한적인 대목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자본잠식을 오랫동안 겪은 대목이 단연 걱정거리였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이어갈 정도로 재무 구조가 불안정했다.
유동성 역시 녹록지 않았다. 지금은 가용 실탄이 조 단위지만 2010년대 초반에는 200억원 안팎에 그쳤다.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을 더한 금액은 △2013년 말 228억원 △2014년 말 165억원 △2015년 말 194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영진은 현금을 동원해 기업을 사들이기 여의치 않다는 한계를 깨달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주목을 받은 방안은 '지분 스와프(swap)'였다. 기업 간에 동일한 금액 규모의 주식을 맞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질적으로 유출되는 현금이 없는 장점이 존재했다. 재무 여건이 악화되지 않도록 면밀히 관리하는 과제가 부각된 만큼, 지분 교환이 최선의 선택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크래프톤은 보통주 4만6154주, 우선주 5만1847주 등 펍지의 지분 일체를 인수했다. 대신 주당 3만원에 책정한 자사주를 86만주가량 발행해 지노게임즈로 넘기는 거래 구조를 짰다. 257억원어치 주식을 맞바꾼 덕분에 크래프톤은 현금 소진 없이 M&A를 마무리짓는 성과를 실현했다.
◇피인수기업 일부 폐업·파산 '옥에 티'
자신감을 얻은 크래프톤 경영진은 다른 인수 사례에서도 지분 스와프 기법을 활용했다. 2015년 5월에는 피닉스와 스콜을 잇달아 계열사로 편입했다. PC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모바일 게임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목표가 맞물렸다. 인수를 진행하면서 크래프톤은 320억원 규모의 신주를 찍어내 피인수기업 주식과 교환했다.
2018년에 경영권을 확보한 레드사하라에 대해서도 동일한 방식을 구사했다. 거래액 규모가 540억원이었으나, 현금 유출 최소화를 염두에 두고 양사 지분을 맞바꾸는 길을 택했다. 크래프톤과 레드사하라의 주식 교환비는 0.039 대 1로 설정했다. 크래프톤은 포스코기술투자, 아이디벤처스 등 벤처캐피탈이 운용하던 펀드로부터 레드사하라 우선주 지분을 사들이는 조치도 병행했다.
다만 지분 교환으로 편입한 자회사들의 경영 성과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스콜은 2020년에 폐업하는 수순을 겪었다. 피닉스는 '경영 효율화' 조치의 타깃이 되면서 딜루젼스튜디오와 합병했고, 이후 라이징윙스라는 법인으로 재편했다. 레드사하라는 MMORPG '테라히어로'를 개발했지만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다가 2021년 6월 법원의 파산 선고를 받았다.
유일하게 펍지만 크래프톤의 실적 '효자' 역할을 해냈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이 국내외에서 흥행을 거둔 덕분이다. 2020년 펍지에서 발생한 영업수익은 1조5383억원으로 당시 연결기준 매출(1조6704억원)의 90%를 웃돌았다.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해 크래프톤은 그해 펍지를 흡수 합병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국면이었던 만큼 회사 밸류에이션을 최대한 올리려는 취지가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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