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리더는]남은 건 주총…윤경림 사장에게 무게추 기우나의결 행사 곤란한 주요 주주, 찬성 돌아서는 외국계 지분…'디지 AI' 비전 실현 적임자
이장준 기자공개 2023-03-15 10:44:14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5일 10:0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차기 CEO 선임을 두고 이제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주요 주주들은 사실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리더십이 교체될 경우 사업적 협력 역시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윤경림 사장은 구현모 대표의 디지털 플랫폼 회사(디지코, DIGICO) 전략을 이어받아 확장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디지코에 AI를 결합한 '디지 AI(DIGI.AI)'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최근에는 소액주주에 이어 외국계 지분도 윤경림 사장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로 바뀌는 양상이다.
◇사업 협력 필요한데…찬성도 반대도 던지기 애매한 주요 주주
KT는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열어 윤경림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다만 주요 주주로부터 찬성표를 얻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KT는 지난달부터 국민연금이 요구한 대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CEO 후보를 결정했다. 공개경쟁 과정에서 인선자문단이 국민연금을 비롯한 30대 주주 및 노동조합으로부터 KT 대표이사상(像)에 대한 의견을 물어 검증했다.
하지만 범여권에서 윤 사장 선임 전부터 반대 의견을 표한 만큼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KT 지분 10.63%를 보유하고 있다. 단일 주주로는 최대 규모다.
2·3대 주주는 현대차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다. 이들은 지난해 KT와 사업적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지분을 상호 취득하며 혈맹을 맺었다. KT는 신한금융지주 지분 1.91%를, 신한은행은 KT 지분 5.58%를 확보했다. KT는 현대모비스 지분 1.46%와 현대차 지분 1.04%를,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는 KT 지분을 각각 3.1%, 4.69%씩 보유하게 됐다.
물론 현대자동차와 신한금융지주의 주요 주주로 국민연금이 있는 만큼 이들에게 적극적인 '백기사'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그렇다고 이번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현대차가 최근 KT에 최대 주주 의견을 고려해달라 요청한 것 역시 부담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해석된다. 오히려 윤 사장이 현대차 부사장을 지낸 만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행보일 수 있다. 신한금융 역시 정부 입김이 강한 업권에 속해 있으나 재일교포라는 우군이 있어 그나마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더욱이 사업 협력 지속을 위해서는 KT 리더십이 바뀌는 게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KT는 과거 수장이 바뀔 때마다 전임자의 치적을 지우곤 했다. 아직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단계인 만큼 구현모 대표의 디지코 전략을 이어가지 않는 인사가 부임할 경우 사업 협력마저 어그러질 수 있다.
이에 따라 2·3대 주주는 '색깔 없는 의결권'으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제외한 주요 주주들은 지분 스왑의 의미를 살리려면 주총에서 최소한 반대표를 던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다고 찬성을 던지기엔 부담이 되는 만큼 아무 액션을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KT에 힘 싣는 '캐스팅보트' 소액주주·외국인
이에 따라 윤 사장의 선임 여부는 '주인 없는 회사'답게 소액주주와 외국인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9월 말 기준 KT 지분의 57.36%는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와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현재 KT의 외국인 지분 보유율은 42.5%에 달한다. 이들의 표만 결집해도 앞선 주주들 지분 합을 넘어선다.
소액주주들은 네이버 카페 등 커뮤니티를 통해 윤 후보 선임 안건 찬성표를 결집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있고 실시간 인증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외국계 지분도 윤 후보 선임에 대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인다. 네덜란드 연금자산 투자(APG Investments Asia)는 지난달 KT에 정관 변경에 관한 주주제안을 한 바 있다.
KT는 이 가운데 △정기 주주총회에서 매년 자사주 보유 목적, 소각 및 처분 계획 보고 △자사주를 통해 다른 회사의 주식을 상호 보유 주식 형태로 취득할 경우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도록 정관 변경 등 내용을 받아들였다. 이에 APG는 지난 9일 국내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를 통해 주주제안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 역시 윤 후보자 선임에 찬성을 권고하며 힘을 실었다. 글래스루이스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함께 손꼽히는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힌다.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 의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코+AI 비전 제시한 윤경림 사장…사업의 연속성 측면에서 우수
정치권 눈치를 보는 주요 주주들과 달리 시장 참여자들은 공정경쟁을 통해 선출된 윤 후보자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특히 구 대표가 펼친 디지코 전략의 배턴을 이어받아 이를 키울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의 연속성을 고려할 때 다른 어떤 후보보다 앞섰다는 것이다.
KT는 이번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통해 차기 CEO 선임 배경을 소상히 밝혔다. KT 이사회는 윤 후보자가 ICT뿐 아니라 미디어, 모빌리티 등 다양한 디지털융합 분야에 대한 독보적인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를 갖춰 AI 혁명 등 기술 변화에 따른 혁신을 주도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통찰력과 실행력을 가진 리더라고 평가했다.
또 이제 막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한 디지코 전략을 완수하고 'AI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그룹 차원의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
특히 그는 면접 과정에서 '디지 AI(DIGI.AI, DIGICO+AI)'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주력사업과 성장사업의 차별적 전략에 기반한 질적 성장 및 AI·DX, 제휴·협력, 글로벌을 중심축으로 '개방형 혁신성장'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기업문화 개선, 핵심인재 확보·육성, 이해자들과의 협력관계 조성, ESG 경영 강화와 준법경영 실천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를 드러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최근 KT는 윤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단체가 제기한 일감 몰아주기, 검찰 수사 전 중요 자료 삭제 등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이미 수차례 외압에 지배구조를 흔들린 만큼 더는 불확실성을 키우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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