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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크래프톤]자회사 제어법, '자금지원'과 '사업정리' 양면책②'타이트한 관리' 기조…'유증'과 '개발프로젝트 이관' 병행

박동우 기자공개 2023-03-21 07:35:03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5일 15:3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이후 뚜렷한 흥행작이 나오지 않자 게임개발 전문 자회사들을 제어하는 원칙을 세웠다. 올해 경영진이 천명한 기조는 '밀착 관리'다. 자금 지원과 사업 정리를 병행하는 방향이 핵심 골자다.

성과 부진에 굴하지 않고 신사업을 모색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유동성을 수혈해줬다. 계열사가 진행하던 게임 제작 프로젝트를 본사로 이관하는 등 관여 수준이 심화됐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자회사를 겨냥해 청산하거나 다른 기업과 통합하는 선택지도 유효하다.

◇계열사 자본잠식, '해결사' 자처한 본사

크래프톤이 투자한 회사들의 면면을 살피면 대부분 △게임 개발 △모바일 앱 제작 등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사업의 성패는 출시한 게임이나 앱의 흥행에 달렸다. 이용자들의 유입이 미미하고 관심이 저조하면 실적이 위축되는 수순으로 이어진다. 본업으로 이익을 실현키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재무 여건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라이징윙스가 대표적이다. 크래프톤이 인수했던 딜루젼스튜디오와 피닉스를 2020년에 통합하면서 출범한 업체다. 매출은 2020년에 245억원을 기록했으나 2021년 186억원으로 24% 감소했다. 같은 기간에 순손실은 64억원에서 248억원으로 4배 가까이 불어났다.

실적 반등을 노리고 실시간 전략 게임(RTS) '캐슬 크래프트', 캐주얼 게임 '캠핑 캣 패밀리' 등을 잇달아 선보였지만 앱스토어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자본잠식 상태는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자본총계가 △2020년 말 마이너스(-) 210억원 △2021년 말 -426억원 △2022년 9월 말 -410억원으로 나타난 대목이 방증한다.


2020년 12월에 물적분할을 단행하면서 설립한 블루홀스튜디오 역시 경영난을 겪었다. 2021년 255억원, 2022년 3분기에는 93억원의 순손실을 시현했다. 주력 서비스로 설정한 MMORPG(모바일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 '테라'와 '엘리온'이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2022년 6월에 테라 PC버전을 종료하고 올해 3월에는 엘리온도 중단했다.

계열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크래프톤이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했다. 2022년 5월 블루홀스튜디오가 진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115억원을 납입했다. 올해 2월에는 추가로 60억원을 지원했다. 라이징윙스의 유증에도 등판해 90억원을 투입했다. 인터렉티브 콘텐츠 앱 제작사인 띵스플로우에는 운영자금 명목으로 65억원을 빌려줬다. 이자율은 4.6%로 책정했다.


기존 게임의 성과 부진을 딛고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 실적 반전을 모색하라는 취지가 반영됐다. 라이징윙스는 인도 시장 출시를 목표로 모바일 전략 게임 '디펜스 더비'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블루홀스튜디오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을 위시한 블록체인 사업에 관심을 뒀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해 가상 아바타를 판매하는 중장기 구상을 그렸다.

◇성과감독 강화 방향, '부실계열사 청산' 선택지 유효

계열사에 재무적 지원을 병행하는 동시에 경영 통제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크래프톤 측은 지난달에 개최한 2022년 연간 실적 설명회에서 '타이트(tight)한 관리'를 강조했다. 자회사들의 게임 개발 자율성을 존중했다면 앞으로는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성과 실현 여부를 감독하겠다는 방향이 골자다.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성공을 거둔 이래 뚜렷한 흥행작이 나오지 않자 사내 위기의식이 커진 대목과 맞물렸다. 2022년 3분기에 가장 많은 영업수익을 올린 종속기업은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Striking Distance Studios)'로 1122억원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의 3분기 연결 매출(4338억원)과 견줘보면 25.9%에 불과한 금액이다.

2018년~2020년 크래프톤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당시 배틀그라운드 개발 업체인 펍지가 연결 기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웃돌았다. 전사 실적을 좌우하는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2020년 말 크래프톤은 펍지를 합병하는 선택을 내리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자회사 경영을 제어하는 취지에서 계열사 사업을 본사로 가져오는 조치도 단행했다. 올해 1월에 크래프톤이 '프로젝트 블루'라는 이름을 붙인 게임 제작 사업 일체를 블루홀스튜디오에서 넘겨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양수가액은 57억원이었다. 계열사에서 진행하기보다는 크래프톤의 내부 자원으로 게임 개발을 촉진하고 퍼블리싱하는 방안이 유효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기간 실적 부진을 겪는 자회사에 대해서는 청산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2020년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경영이 부실한 계열사들을 솎아내 정리한 사례가 방증한다. 이때 레드사하라스튜디오, 스콜 등 개발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미주 권역에서 테라 게임을 서비스하던 법인 엔메스도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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