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는 지금]대한전선 이기원 전무의 '9년 동행길'IMM 인수 당시 합류, 호반에 팔린 이후에도 잔류…경영정상화 공신
고진영 기자공개 2023-03-22 10:39:47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6일 14:3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전선이 오랜 곳간지기 이기원 전무에게 다시 최고재무책임자(CFO) 책임을 맡긴다. 이 전무는 회사가 사모펀드에 매각됐을 때부터 경영정상화 과정을 함께해온 인물이다. 최대주주가 호반산업으로 바뀐 뒤에도 자리를 지켰는데 2년 만에 연임에 성공했다.이 전무는 컨설팅펌 출신이다. 대한전선 토박이는 아니지만 외부인사라 보기엔 이제 무리가 있을 만큼 재무를 오래 봐왔다. 1971년생으로 2006년~2010년까지 글로벌 컨설팅회사 AT커니코리아의 파트너로 있었다. 그러다 ㈜효성으로 옮겨 중공업PG(Performance Group)/전략본부 상무이사로 일했고 대한전선과는 2015년 10월 연을 맺었다. 대한전선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다.
대한전선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산제조업체다. 2008년까지 54년간 내리 이익을 낼 정도로 굳건했지만 경영난을 겪으면서 2015년 9월 사모펀드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팔렸다. 동시에 집행임원제를 도입, 주요 임원들을 물갈이했는데 이기원 전무도 그 직후에 들어왔다.
집행임원제는 이사회와 경영진을 분리하는 제도다. 이사회가 집행임원 즉 경영진에 대한 선임과 해임, 업무감독 권한을 모두 갖는다. 당시 대한전선은 이사회에 IMM 측 인사가 기타비상무이사로 포진하고 집행임원을 아래 두면서 경영진 관리와 감시에 최적화된 형태를 갖췄다.
이기원 전무의 경우 재무기획실 상무로 시작해서 2017년 집행임원에 올랐다. 재무기획실의 유일한 집행임원이었고 이듬해는 정식으로 CFO(재무기획총괄) 타이틀을 달았다.
그가 재무기획실에서 일하던 시기 대한전선은 남부터미널사업을 1775억원에 매각하는 등 자산을 잇달아 처분, 2014년 1조원대였던 순차입금을 이듬해 절반 수준으로 감축했다. 이후에도 본업인 전선사업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업을 줄이면서 차입금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갔다. 재무라인의 뒷받침이 필요했던 작업이다.
경영정상화 과정에서도 재무적인 뒷정리가 중요했다. 인수된 뒤 대한전선은 순손실 기조가 수년간 이어졌는데 높은 금융비용 부담이 원인이었다. IMM 품에 안기면서 채권은행 자율협의회와의 이행약정이 종결됐고, 이에 따른 차입금 출자전환과 함께 ‘5년간 상환유예 및 이자율 변경’이라는 채무 조건변경이 이뤄졌다.
대한전선은 조건변경 관련 이익 960억원을 인식하고 이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상각, 이자비용으로 회계처리를 했다. 또 부실계열사와 비영업자산 정리과정에서 생긴 비경상적 손실도 있었다.
순손익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은 2020년이다. 종속기업 투자 처분손실이 290억원가량 발생한 탓에 세전에는 적자였으나 이연법인세 자산 증가로 법인세수익이 반영됐다. 이후론 쭉 흑자를 내고 있다. 순이익 구조를 만들기까지 이 전무를 비롯한 재무조직의 노고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상기업으로 탈바꿈한 대한전선은 2021년 5월 호반그룹에 다시 매각된다. 하지만 주인이 재차 바뀐 뒤에도 이기원 전무를 비롯해 나형균 대표이사 등 핵심 임원들은 그대로 중용됐다.
또 집행임원제를 없애면서 이 전무가 사내이사로도 합류했다. 호반 측으로선 익숙지 않은 사업에 진출한 데다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본 것으로 여겨진다. 경영정상화에 대한 그간의 성과 역시 좋게 판단했다는 평가다.
선택은 옳았을까. 호반그룹 품에 안기기 전인 2020년 말과 비교해 대한전선의 연결 부채비율은 266.4%에서 2022년 말 81.9%로 대폭 줄었다. 투자부담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 전환한 점을 감안해도 유의미한 성과로 볼 수 있다. 부채비율이 급격히 좋아진 이유는 자본확충 덕분이다.
이 전무는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잇따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한 몫했다. 2021년 말부터 추진한 유상증자의 경우 약 163.5%의 청약률로 성황리에 마무리됐고 대금 4854억원이 지난해 들어왔다. 자기자본은 2021년 3878억원에서 작년 말 8807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이 전무의 임기가 끝나는 해였지만 연임에 성공했다. 이달 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치면 사내이사로 재선임이 확정된다. 벌써 9년째 재무를 담당하는 셈이다. 대한전선 측은 “이 전무는 재무분야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경험도 풍부한 만큼 기업가치를 높이고 회사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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