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경쟁하던 영풍, 고려아연 손 들어줬다 박기덕 사장·최윤범 회장 사촌 최내현 이사 선임 등 주요안건 찬성
허인혜 기자공개 2023-03-24 09:10:31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7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와 영풍그룹 총수인 장형진 고문 일가의 사내이사 선임 표 대결이 전망됐던 고려아연 주주총회가 영풍의 100% 찬성표로 내홍없이 마무리 됐다. 캐스팅보트로 꼽혔던 국민연금도 주요 안건에는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최 회장과 장 고문의 임기가 1년여 남은 만큼 아직까지는 경쟁 구도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평가다. 최 회장 일가가 이끌어온 고려아연의 지난 성과가 좋았고 주주환원 정책도 확대됐다는 점도 주주들의 표심을 끌어 당겼다.
◇고려아연, 박기덕 사장·최윤범 회장 사촌 최내현 이사 선임
고려아연은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는 주요 주주인 영풍과 국민연금을 포함해 의결권이 있는 주식 수의 85.93%(1706만7966주)가 참석했다. 전자투표 참석과 위임장 제출 등이 합산된 수치다.
고려아연의 주요 주주로는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일가,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가 등재돼 있다.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이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50%가 넘는다. 이밖에 국민연금이 8.28%, 최씨 일가에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한화H2에너지 USA' 지분이 5% 수준이다.
주주총회에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과 박기원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장의 신임 사내이사 선임의 건이 상정됐다. 최 회장의 사촌이자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장남인 최내현 켐코 대표는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에 올렸다.
사외이사로는 올해 3월 임기가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김보영 사외이사가 재선임 안건으로 표결에 부쳐졌다.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 변호사와 서대원 BnH 세무법인 회장(감사위원)이 사외이사 후보로 명시된 바 있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모두 통과됐다. 최윤범 회장에 우호적인 인물로 꼽히는 사내이사 후보들도 압도적인 찬성 표로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박기덕 사장과 최내현 이사에 대한 찬성 비율은 99%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영풍 100%, 국민연금 주요안건 모두 찬성표
관심을 끈 것은 영풍과 국민연금의 표심이다. 장형진 고문과 최윤범 회장이 2021년부터 고려아연의 지분을 각각 확대해 가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우호지분을 포함해 장씨 측 지분이 32.23%, 최씨 일가 지분이 28.82%로 집계됐다.
최윤범 회장 일가는 2월 계열사 유미개발과 해주최씨종중의 지분 매수로 우호 지분율이 늘었다. 장형진 고문 일가는 계열사 씨케이와 에이치씨로 지배력을 확대했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3~4%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영풍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의 모든 안건에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김보영 사외이사 선임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외에는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김보영 사외이사의 경우 재선임 안건으로 국민연금의 통상적인 반대 사유 등을 고려했을 때 장기 연임 등의 이유로 반대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이나 국민연금이나 올해 안건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게 찬성의 배경인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최윤범 회장과 장형진 고문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 보장돼 있다. 만약 고려아연을 두고 경쟁에 나서더라도 진짜 싸움은 최 회장과 장 고문의 연임이 걸린 내년 주총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국민연금으로서는 고려아연이 여태 장사를 잘했고 주주환원 정책도 섭섭치 않게 마련했다는 근거가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축소됐지만 2021년까지는 매년 성장가도를 달렸다. 또 그동안 최씨 일가 쪽에 유리한 주주총회 안건에 찬성표를 던져왔는데 굳이 표심을 바꿀 만한 사유도 없다.
고려아연은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환원 정책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예측가능한 배당정책과 건전한 지배구조 구축, 회사의 성장 등을 주주이익 극대화 전략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고려아연이 2월 공개한 주주친화 정책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부터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한편 별도 재무재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배당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노진수 고려아연 부회장은 "당기순이익의 일정 부분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기로 하고 주당 2만원의 배당금을 결의했다"며 "지난달 초 공시한 것처럼 올해부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간배당을 실시해 배당금을 연 2회 지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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