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인도네시아 IB 비즈니스 본격화 작년 인수한 발부리증권 거점...박성원 부사장 등 현지 조사
오찬미 기자공개 2023-03-28 07:14:04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4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올해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통해 해외 투자은행(IB) 사업 확장에 본격 시동을 건다. 최근 KB증권의 박성원 부사장과 글로벌 채권 전문가인 이기우 이사가 계열사 비즈니스 협업 전략 수립 차원에서 현지 기업과 투자자들을 만났다. 올해를 원년으로 인도네시아 IB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포석이다.◇투자 매력 높은 인도네시아…박 부사장, 현지 기업 만나 조달 니즈 파악
박성원 KB증권 부사장과 이기우 글로벌 채권 발행 담당 이사가 이달 중순 인도네시아 출장길에 올랐다. 현지 법인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사전 조사 차원에서 다녀온 것으로 파악된다.
KB증권은 2022년 2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발부리 증권(Valbury Sekuritas)의 지분 65%를 약 550억원에 인수했다. KB발부리증권으로 사명 변경을 완료하고 올해부터 현지법인을 통해 채권, 기업공개(IPO) 등 IB 영업을 확대하는 데 주력한다.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도네시아 기업들을 적극 만나 한국에서의 채권 발행 업무를 비롯한 IB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했다.
KB증권은 인도네시아 진출을 통해 IB 영역 확대에 도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주식 거래시장이 커지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지금은 인도네시아 경기 성장 수준이 한국의 30년 전 상황과 유사하지만 단기간 내 성장성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돼 해외 투자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에는 KB금융그룹의 계열사 5곳이 진출해있어 사업 협력 시너지도 크다. 가장 먼저 진출한 KB손해보험 인도네시아 법인부터 KB부코핀은행, KB국민카드 인도네시아 법인, 발부리 증권, KB발부리 캐피탈 매니지먼트까지 은행·보험·증권·카드·캐피탈 등 전 영역에 걸쳐 금융업 성장 발판이 마련돼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KB발부리증권은 다수의 지점망을 바탕으로 리테일 브로커리지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앞서 진출한 KB금융지주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단순 브로커리지 업무를 넘어 현지 벤처기업 투자, 인수·합병(M&A) 주선, 채권 발행 등으로 투자은행(IB) 업무 영역을 해외로 넓혀갈 방침이다.
박성원 KB증권 부사장은 "인도네시아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며 "현지 증권시장이 우리나라의 3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인데 10년 후에는 국내총생산(GDP)가 높아지고 우리나라처럼 증권업이 성장한다고 전망돼 발부리 증권을 통해 현지에서 IB사업을 키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시장인 만큼 이에 대응해 채권, IPO 시장의 성장성과 현지 비즈니스 가능성등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하고자 다녀왔다"며 "글로벌 채권발행 전문가인 이기우 이사와 함께 현지 채권 시장의 매커니즘과 잠재 고객들을 파악했고 누가 주요한 기관 투자자인지, 어떤식으로 거래되는지 등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KB 발부리증권 IB 사업 시동건다…채권 발행부터 '속도'
KB증권은 국내 채권발행(DCM) 1위 경쟁력을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현지기업의 채권 발행에 도전한다. 올해 현지 제지회사인 INKP(Indah Kiat pulp&paper)의 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올 9월이면 달러 사모사채(김치본드)의 만기가 도래해 리파이낸싱을 검토하고 있다. 채권 발행 규모는 2000억원 정도에 달한다. 딜이 성사되면 발부리 증권과 협업해 첫 성과를 내게 된다.
INKP는 세계 최대의 종합제지그룹인 Asia Pulp & Paper Group(APP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APP그룹은 인도네시아 재계 2위인 시나르마스 그룹의 중간 지주사로 인도네시아 외에도 미국, 중국 등에도 대규모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으로 재계 순위 5위에 든다.
이기우 글로벌DCM 부서장은 "기업 CEO를 만나서 직접 미팅을 했는데 6~7월 국내 및 글로벌 상황을 잘 판단해서 딜을 추진하게 될 것 같다"며 "그 외에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다수의 한국기업의 자금 조달 니즈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IPO 영역도 발전하고 있지만 채권 발행 딜이 지금은 더 잘 되고 있어 속도를 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사가 주목하는 인도네시아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모두 진출해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ASEAN) 중심국이자 세계 4위 인구 대국으로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ASEAN지역 최대의 내수 시장과 젊은 인구를 기반으로 5% 초반대의 꾸준한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금융시장의 경우 점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리테일 거래대금 증가 등 규모 측면에서도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 이사는 "아직 인도네시아는 금산 분리가 안돼있어 우리나라의 80~90년대 분위기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지금은 인도네시아 대기업들이 자금이 필요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금융회사를 통해 조달을 하지만 나중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대기업의 현지 법인은 현지 은행 등을 통해서 자금 조달하는데 저희처럼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증권사가 채권을 인수해서 세일즈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사전에 대응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KB증권에서 글로벌 채권 발행을 담당하는 이기우 이사는 기업금융2부 부서장을 맡고 있다. 그 안에 글로벌DCM팀을 꾸려 담당하고 있다. KB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IB 조직 내 글로벌 DCM팀을 둬 시너지를 내고 있다. 덕분에 30억불(약 4조원) 규모의 KDB산업은행 글로벌본드(SEC-Registered) 발행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이 이사는 롯데를 거쳐 2008년 KB투자증권에 합류했다. 원화 커버리지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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