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모니터]나라셀라, 피어그룹에 ‘루이비통’ 왜 넣었나상장기업 전무한 와인사업 특성 어필…주관사 "명품 유통사업과 맞닿아 있다"
최윤신 기자공개 2023-03-29 07:03:10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7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와인업계 1호 상장을 추진하는 나라셀라가 밸류에이션 산정을 위한 피어그룹에 명품브랜드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LVMH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이하 LVMH)을 포함시켜 주목된다. 와인 수입·유통 사업이 명품 유통사업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IR 과정에서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포함시킨 것으로 파악된다.다만 이런 설명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자업계에선 업계 첫 상장사례인데다 사업의 가치 측정이 쉽지 않은 만큼 발행사와 주관사가 제시하는 밸류에이션 논리보다 수급 논리가 가격 결정의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 국내 2곳·해외 7곳 피어그룹 선정
나라셀라는 지난 23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나섰다. 주당 2만2000~2만6000원의 가격으로 145만주를 공모하기로 했다. 다음달 14일부터 양일간 기관투자자를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해 공모가격을 확정하고, 같은달 20~21일 청약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몇 년간 유통업계에서 큰 관심을 받아온 국내 와인 수입업계에서 첫 상장 도전사례이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방식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나라셀라보다 매출이 많은 금양인터내셔널과 아영FBC 등이 상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이들이 상장에 나설 때 나라셀라의 밸류에이션 방식이 표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서다.
나라셀라의 상장 주관을 맡은 신영증권은 유사기업으로 국내 상장사 2곳과 해외 기업 7곳을 선정해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산정하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계산했다. 국내 피어그룹으로 꼽힌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증권업계에서 예상했던 이름이다. 국내 상장사 중 와인 수입·유통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서다.
하이트진로의 매출 중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9%에 불과하고 롯데칠성음료도 3.6%에 그친다. 발행사와 주관사는 국내 상장사 중 유사한 사업 영위하는 기업이 전무하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상장 기업으로 확장했다. 일정한 기준을 거쳐 7곳의 피어그룹을 추가로 선정했다.
그런데 이 명단에 유로넥스트 파리 증권시장에 상장된 LVMH가 포함됐다. 루이비통 등 명품브랜드로 잘 알려진 회사다. 대표적인 글로벌 샴페인 회사인 모엣-샹동과 헤네시가 합쳐진 회사인 만큼 와인 분야에 깊은 정체성을 가진 회사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주요 사업영역을 고려할 때 피어그룹으로 포함시킨 것에 대해 의문의 시선이 나올 수밖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주류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사업분기 기준 주요 매출 비중에서 와인과 증류주(Spirits)가 차지하는 비중이 8.9%에 불과하다. 패션과 가죽상품이 48.5%로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 리테일 사업이 19.4%, 시계와 보석이 13.4%, 화장품·향수(9.7%) 등 다른 사업범주보다도 적은 비중이다.
다른 6곳의 해외 피어그룹은 와인이나 샴페인 등의 제조 및 유통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고려할 때 LVMH의 피어그룹 선정은 더 눈에 띈다.
발행사와 주관사가 적용 PER을 높이기 위해 억지로 포함시켰다고 보기도 어렵다. LVMH의 PER은 29.3배로 밸류에이션에 적용한 피어그룹 평균 PER 23배보다 높은 수준이긴 하다. 다만 해외 피어그룹만 놓고 보면 중간 수준이다. 마시 아그리콜라(34.58배)와 The Duckhorn Portpolio(31.44배) 등이 더 높다.
만약 피어그룹에서 LVMH를 제외하면 평균 PER은 22.2배가 된다. 할인율을 조금만 낮추더라도 현재의 공모가격 밴드를 제시하는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나라셀라의 비즈니스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LVMH를 포함시켰다는 게 주관사 측의 설명이다.
상장주관사인 신영증권 관계자는 "와인 수입·유통사업이 명품에 준하는 헤리티지를 가진 와이너리와 관계를 맺고 파트너로서 브랜드의 가치 증진을 최우선으로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명품 유통사업과 맞닿은 측면이 많다"며 "정확히 일치하는 상장 기업은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사업영역의 피어그룹을 포함시켜 기업가치를 보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와인유통업계에서 매출규모 4위권에 그치는 나라셀라가 차별화된 기업가치를 알릴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주관사는 IR 과정에서 나라셀라는 대표이사가 직접 와이너리와 깊은 신뢰관계를 쌓아가며 장기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 밴드하단, 최종 투자유치가격과 동일
물론 이런 논리가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피어그룹 대부분이 제조와 유통을 병행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사업의 연관성이 크더라도 직접적인 기업가치로 인정하긴 쉽지 않다”며 “결국 나라셀라의 가격 결정은 IPO 시장의 수급논리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나라셀라가 최대한 낮은 밴드를 제시한 것도 이런 흐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나라셀라는 지난해 10월 예비심사 청구 당시 주당 예정발행가격을 2만5000~2만8500원으로 설정했는데, 하단과 상단을 모두 약 10%가량 낮췄다. 공모주식수도 당초 150만주를 예정했는데 소폭 줄여 145만주만을 모집하기로 했다.
이번에 정해진 공모가격 밴드 하단인 2만2000원은 지난해 5월 에이벤처스가 투자한 주당 가격과 동일하다. 발행사가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낮은 가격인 셈이다. 당시 에이벤처스가 상환전환우선주(RCPS) 신주를 사들인 가격이 현재 주식수 기준으로 주당 2만2000원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와인수입업계 첫 사례인 만큼 밴드 하단을 넓게 제시해 최대한 많은 수요를 모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공모가격이 낮은 기업에만 수요가 몰리는 컨센서스가 시장에 형성돼있기 때문에 유효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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