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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논란으로 본 금융 지배구조]사모펀드 주주권 행사 통로가 된 이사회⑥지분 4%당 사외이사 1명 추천…과점주주 영향력 이사회 편중 우려

고설봉 기자공개 2023-04-03 07:10:11

[편집자주]

공공성을 앞세워 정부와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올바른 지배구조를 갖추고 정해진 제도 안에서 정도경영하라는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CEO 교체는 물론 이사회에도 칼날을 겨눠 위기감이 높아졌다. 금융지주사들은 태동 이후 가장 큰 지배구조 격변 앞에 서 있다. 더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현주소를 살피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문제삼는 지점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7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지주사에 투자한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통로는 이사회다. 이들은 투자 지분을 기반으로 이사회 내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장받는다. 이를 통해 경영 감시는 물론 주요 의사결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PEF들의 이사회 참여는 최근 더 진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일제히 주주환원정책 강도를 높이는 배경에 글로벌 PEF들의 강력한 주주권 행사가 있다. 투자수익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를 통해 더 강하게 금융지주사 경영진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는 글로벌 PEF들에 대한 문제의식은 크다. 전체 주주의 의견 및 이익을 공정하게 대변하지 못하는 소수 주주들이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모든 금융지주사 1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소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는데 비해 글로벌 PEF들의 주주권은 상대적으로 막강하다.

글로벌 PEF 중심의 이사회 운영은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지주사 회장(CEO) 및 경영진들과 글로벌 PEF들의 유대 관계가 자칫 견제와 균형이란 이사회 역할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CEO 선임 및 연임이 사외이사들에 의해 결정되는 금융지주 특성상 글로벌 PEF들의 요구를 회장과 경영진이 무분별할게 수용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견제와 통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사외이사

최근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관련해 가장 이슈화 됐던 것은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등을 포함한 이사회 구성 및 운영에 대한 문제였다. 금융 당국과 정부에선 금융지주사 이사회가 공정하지 못하게 운영되고 상호간 견제와 통제 등 역할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대표이사의 견제·통제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자본주의·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깊이 공감한다”며 “단기적으로 제재도 중요하지만 큰 틀에서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견제와 균형 하에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에도 금융지주사 이사회 의장들을 소집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우려를 전달했다.

당국에서 적극 나서 이사회 구성과 운영에 대해 지적한 것은 그만큼 이사회의 조직과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회장 등 경영진과 사외이사들간 관계가 견제와 통제라는 고유의 목적보단 상호간 이익을 위해 밀착하는 관계로 변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회장 등 경영진 선임을 직접 수행하는 권한이 이사회에 있는 상황이어서 사외이사 공정성 문제는 더욱 커졌다. 사외이사들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을 구성해 회장 등 경영진의 임기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들은 회장 등 경영진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만큼 사외이사들의 공정한 임무 수행은 중요하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공정한 지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글로벌 PEF들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에 입성한 사외이사들의 경우 글로벌 PEF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사외이사를 통해 전달되는 글로벌 PEF들의 요구를 회장 등 경영진이 저버릴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공정하지 못한 사외이사 추천과 사외이사의 역할이 지목된다.



◇글로벌 사모펀드의 사외이사 추천 경로

글로벌 PEF들의 이사회 참여는 크게 두가지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추천권을 직접 행사하거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참여해 간접 추천하는 방식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글로벌 PEF들이 직접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곳은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다. 간접 추천하는 곳은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1명의 사내이사와 1명의 기타비상무이사, 12명의 사외이사 등 총 14명이 이사회에 참여한다. 이 가운데 글로벌 PEF에서 추천한 인사 4명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재일교포 주주들이 추천한 인사도 4명 사외이사로 선임돼 있다.

신한금융은 글로벌 PEF의 투자 지분율에 맞춰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한다. 통상 지분율 4% 안팎의 주주에게 사외이사 추천권 1개를 준다. 현재 신한금융에 투자한 글로벌 PEF 가운데 IMM PE와 어피너티(Affinity Equity Partners), 베어링 PEA(Baring Private Equity Asia) 등에서 추천권을 행하고 있다.

또 신한금융은 과거부터 재일교포 주주들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했다. 역시 재일교포 주주들도 통상 지분율 4%에 추천권 1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주사 설립 때부터 최근까지 추천권 4개를 행사하고 있다. 최근 지분율이 줄었지만 여전히 추천권 4개를 행사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2020년 완전 민영화로 과점주주 체제가 완성된 뒤 사외이사 추천권을 글로벌 PEF들에게 내줬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 전원이 과점주주 측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됐다. 한때 7대 과점주주 체제가 유지되면서 사외이사 수도 7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5대 과점주주 체체로 바뀌면서 사외이사 수도 줄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해까지 7명이던 사외이사를 올해 6명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기존 사내이사 1명, 비상임이사 1명, 사외이사 7명 등 9명이던 이사회는 올해 사외이사가 6명으로 줄면서 이사회 총원도 8명으로 감소했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 6명 가운데 5명은 5대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인물로 구성돼 있다. 각 과점주주마다 각 1명씩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나머지 1명의 사외이사는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구성한 사외이사후보자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선임한 인물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글로벌 PEF들이 직접 사외이사를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글로벌 PEF들이 주축이 돼 운영되는 사추위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양사 모두 주주와 서치펌 추천을 거쳐 자문위위회와 추천위원회 등에서 검증을 통해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다만 사외이사 추천을 위해 참여하는 주주는 소수로 제한적이란 평가다. 특히 1% 이상 지분율 보유하고 단일 의결권을 행사하는 글로벌 PEF 등 특정 주주들이 추천위에 대거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전체 주주의 주주권 행사는 제한적이다.

KB금융 이사회는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사외이사는 7명이다. 하나금융는 10명의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8명이 사외이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이사회에 사모펀드 등 특정 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며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외이사들이 일부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형태를 보이는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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