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성과 보수]'스톡옵션 제한' 홍은택 카카오 대표 "선례될까 걱정"주가 2배 오를 때까지 미행사 천명, 우수인재 영입 저해 우려
제주=원충희 기자공개 2023-03-29 13:49:44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8일 13:2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는 솔선수범 차원에서 (스톡옵션 행사제한을) 했지만 후임 CEO에게 선례가 되선 안될 것 같습니다."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사진)는 28일 제주도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안으로 올라온 이사보수한도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안건을 설명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홍 대표는 카카오 주가가 현재보다 2배 이상 높아지지 않을 경우 스톡옵션을 행사치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스톡옵션은 재직기간 내 행사치 않으면 퇴임 후 소멸된다. 홍 대표 재직 동안 카카오 주가가 2배 오르지 않는 한 미행사 스톡옵션은 휴지조각이 되는 셈이다. CEO로서의 각오를 보이는 것은 좋지만 우수한 경영인재를 영입하기 어려워지는 점을 우려한 발언이다.
◇홍은택 대표, 스톡옵션 행사제한 스스로 건 이유
지난해 기업인 중 연봉왕으로 꼽힌 인물은 조수용 카카오 전 대표이사(357억4000만원)다. 2위는 331억8400만원을 수령한 여민수 카카오 전 대표다. 카카오 CEO들이 재계 연봉 1, 2위를 석권했다. 이들의 고연봉 기반은 스톡옵션이다. 지난해 3월 퇴임하면서 각각 45만주, 42만5000주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이에 따른 행사이익은 각각 337억5000만원, 318억2400만원이다.
그러나 후임인 남궁훈 전 대표는 주주가치 제고 노력 차원에서 주가가 15만원이 되기 전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을 일체 보류하고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공언했다. 그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재직기간 내 제대로 된 연봉과 인센티브를 결국 받지 못했다. 홍 대표 역시 주가가 2배 오르지 않으면 스톡옵션을 행사치 않겠다고 천명했다.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표명한 셈이다.
스톡옵션은 회사 재직기간 내에만 행사가 가능하며 퇴직 이후에는 미행사 물량이 소멸된다. 홍 대표 재임기간 내 카카오가 주가가 2배가 되지 않을 경우 스톡옵션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다. 현재 카카오 주가가 6만원선인데 12만원 이상 올라야 한다는 의미다.
카카오 CEO들이 이런 연봉제한 조건을 스스로 건 이유는 카카오 공동체를 둘러싼 그간의 논란 때문이다. 계열사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상장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톡옵션으로 보유한 주식으로 매도하면서 카카오 경영진에도 불똥이 튀었다. 더구나 2021년 언택트 수혜를 받아 17만원까지 고공행진하던 카카오 주가가 5만~6만원대까지 떨어지자 주주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화재사고로 인한 서비스 장애, 택시업계와의 갈등, 문어발 확장 등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 또한 거세지면서 임원 고액연봉은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다만 홍 대표는 주총 현장에서 "당시 (스톡옵션 행사제한) 발표를 할때 가장 고민한 것은 이게 선례가 되면 안 될 것 같다는 점이다"며 "더 좋은 분을 영입하기 위해 그만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과도한 조건으로 스스로 옥죄면 인재를 모시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후임 CEO는 이 같은 연봉제한 조건을 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임원으로 10여년 근속, 장기인센티브 규모만 20억 수준
카카오 CEO의 연봉은 급여와 상여, 기타근로소득(명절상여 및 사내복지), 기타로 나뉜다. 이 가운데 스톡옵션과 퇴직금 등 기타소득은 보수한도에 미포함된다. 카카오의 작년 이사보수한도가 120억원인데 조수용·여민수 전 대표는 각각 30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스톡옵션이 보수한도에 포함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다. 카카오는 올해 이사보수한도를 80억원으로 감액했다.
홍 대표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29억7500만원이다. 급여 7억원에 상여 19억9700만원, 스톡옵션 행사이익 2억7700만원이 포함됐다. 상여에는 중장기 성과급이 들어가는데 중장기 정량적 성과지표(연결·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주요 사업지표 등)와 정성적 성과를 감안, 보상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그는 카카오 사내이사 선임 전인 2021년 10월 1일 근속과 업적 향상에 대한 장기적인 동기부여 제공을 위해 장기인센티브 보상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의거해 자사주 상여금을 받았는데 지급시점 기준 취득단가(주당 9만4100원)로 2만1225주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홍 대표는 2012년 12월 카카오 콘텐츠 서비스 부사장으로 시작해 소셜임팩트 총괄 수석부사장, 카카오메이커스 대표, 카카오커머스 대표, 소셜임팩트 부회장,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카카오 내 임원재직 기간만 10여년에 이른다. 그만큼 장기인센티브 규모가 여타 임원들보다 많다.
한편 카카오는 이번 주총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이사 퇴직금 지급규정을 개정했다. 퇴직금 지급률을 직책별로 구체화하고 다음 신규 선임 대표부터 적용하는 조건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회사의 명예에 손상을 입히거나 치명적인 손해를 입혔을 경우 등 퇴직금을 감액하거나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급제한 규정을 신설함에 따라 이사의 책임을 강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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