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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사업, 고용부의 일방통행이 아쉽다 [thebell note]

이돈섭 기자공개 2023-04-03 08:11:19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까지 퇴직연금 사업자들 사이에서 고용노동부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고용부가 지난해 퇴직연금 제도를 개편한 사실을 광고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는데, 사업자들에 광고비를 대신 내라고 했기 때문이다. 대형사와 소형사 관계없이 전체 광고비를 똑같이 나눠내라고 했단다. 사업자들은 민간 기업이 고용부 사업에 돈을 대야한다는 사실이 못마땅했다.

증권업계 한 퇴직연금 사업자는 "고용부가 사업을 추진해 민간이 혜택을 봤으니 정책 효과를 직접 알리라는 것"이라며 "퇴직연금 사업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는 곳은 대형사인데, 소형사에 같은 부담을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43개 퇴직연금 사업자 중 광고비용 납부를 약속한 곳은 절반이 채 안 됐다. 결국 광고는 흐지부지됐다.

고용부가 퇴직연금 업계에 부담을 요구한 사례는 또 있다. 매년 한두 차례 열리는 퇴직연금 발전협의회에서 그간 꾸준히 거론된 주제 중 하나는 퇴직연금 협회 설립 건이었다. 업권별 제각각인 사업자 의견을 하나로 모을 주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고용부는 민간이 스스로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고용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각 금융업권별 협회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협회를 또 만들면 자칫 옥상옥 구조가 돼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 의견이었다. 협회 설립에 필요한 돈은 결국 사업자들이 출자해야 한다. 굳이 돈을 내면서까지 협회를 만들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한다. 고용부에서 연말 인사가 나고 부서장이 바뀌자 이 역시 조용해졌다.

정책당국이 시장이 원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그에 대한 비용을 업계에 요구하는 건 당국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렵다. 지난해 일정 규모 이상 DB 운영 기업에 적립금 운용위원회 설치와 운용계획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사전지정운용제도를 도입해 사업자 포트폴리오의 적정성을 심사해 공표한 주체는 정책당국이었다.

정책당국은 올해도 다양한 TF 조직을 구성해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데 한창이다. 퇴직연금 상품의 적정 수수료 범위를 산정하는 작업이 대표적이다. 정책당국은 퇴직연금 금융상품 운영 및 관리 수수료를 운용 수익률에 연동시켜 책정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수수료 상한선도 설정했다. 가입자들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에서다.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형사에 유리한 조항이라는 지적이 터져 나온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하지만 업계의 현실을 도외시 한 처사라는 불만도 있다.

정책을 만드는 정부 부처와 시장의 플레이어간 온도차는 생기게 마련이다. 관건은 이러한 간극을 얼마나 합리적인 방향으로 좁힐지 여부다. 고용부가 추진하고 있는 퇴직연금 관련 정책은 결국 노후자금의 안정적인 운용이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지만 현업 종사자들의 불만이 쌓인다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 시장 구석구석 얘기를 경청하고 불만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정책이 간절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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