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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RE100 달성률이 20%뿐? 압도적 국내 1위" 한국ESG연구소 분석 결과…"비율 따지는 성과 모순, 그린워싱 우려 있어"

김혜란 기자공개 2023-03-31 09:55:36

이 기사는 2023년 03월 30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 가운데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가입이 다소 늦었던 삼성전자의 RE100 재생에너지 소비량이 압도적 1위(국내 기준)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ESG연구소가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 29곳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조사한 결과다.

국내에서 RE100 달성률이 가장 높은 곳은 44%인 LG에너지솔루션이고, 삼성전자는 약 20%로 29개 기업 중 16위로 뒤처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재생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면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소비량은 LG에너지솔루션의 10배가 넘었다. 이는 단순히 비율을 잣대로만 RE100 달성 기준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삼성, RE100 가입 늦었지만…꾸준했던 달성 노력"

한국ESG연구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전력소비량 대비 재생에너지 비율은 20.48%였다. 삼성전자의 2021년 말 기준 전력소비량은 2576만7000MWh, 재생에너지소비량은 527만8000MWh였다. 여기에서 재생에너지 소비량이란 RE100 기준을 말한다. 꼭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녹색 요금제(Green Pricing) 등을 활용하는 것도 탄소저감으로 인정해준다.

이선경 한국ESG연구소 센터장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RE100은 아직은 재생에너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상쇄를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라며 "재생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다른 사업자에게 돈을 주면 그 생산자가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 RE100 달성률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제 재생에너지 소비량은 47만2500MWh다. 삼성전자의 RE100 가입 시기는 작년,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4월 가입했다. RE100 가입시기가 늦은 삼성전자가 2021년 말 기준으로도 LG에너지솔루션보다 10배 이상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었단 얘기다. 이는 삼성전자가 RE100 가입 전부터 재생에너지 사용비중을 늘리는 데 힘을 쏟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센터장은 "기업마다 처한 현실이 다르기 때문에 (RE100 달성) 비율 자체만 놓고 특정 기업에 다른 기업이 RE100을 달성할 동안 뭘 했냐고 말할 수 없다"며 "그동안 삼성전자의 절대적인 노력의 크기가 작지 않았고 짧은 기간에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중에도 일찍 RE100에 가입했어도 실제로 재생에너지 소비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 할 만하다. 이 센터장은 "RE100에 가입한 것 자체로 마케팅을 하는 것보다 얼마나 실제로 노력했는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RE100 100% 달성한 애플, 뒤처지는 삼성?

RE100 산업분류 상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Manufacturing)' 기업으로 분류되는 애플은 2019년 일찌감치 RE100을 달성했다. 그렇지만 애플과 삼성전자를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두 기업의 전력 사용 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ESG연구소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애플 대비 전력 사용량이 약 9배나 높다. 애플의 경우 미국에 데이터센터만 있을 뿐 공장이 없는 데다 RE100이 외주생산을 맡기는 협력업체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것을 요청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유형 자산 비중이 37.5%이고, 대부분 외주생산하는 애플은 11%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RE100에 다가가려면 재무적으로도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단순히 RE100 달성 여부만 두고 '애플은 RE100 달성, 삼성은 미흡하다'는 식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반대로 말하면 전체 전력사용량이 많지 않은 업체는 RE100 달성을 과대 해석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출처:한국ESG연구소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경우 2021년 말 기준 230개 생산거점과 R&D(연구개발)센터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74개국에 진출해 있다"며 "(진출한) 나라마다 재생에너지 전략이 달라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를 쓰고 싶어도 어려운 환경일 수 있다. 해외로 많이 진출했거나 공장의 규모가 클수록 (RE100 달성은)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애플보다 노력을 안 했다라고 단편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는 얘기"고 말했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고객사이기도 하다. 애플 등은 삼성전자와 같은 협력사에 RE100 요구한다. 삼성전자가 RE100 100% 달성이 늦어지면 매출에 타격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가 최대한 애를 쓰고 있는데 비중이 20%대밖에 달성하지 못했으니 거래 관계를 끊겠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RE100에서 100은 100을 향해 노력해보자는 비전에 가까운 숫자지 달성하지 못했다고 금융시장에서 배척하겠다는 게 아니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100을 목표로 놓고 '각 기업의 노력과 개선 정도를 보고해봐라'라는 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ESG연구소는 지난 27일 2007년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이자 세계적인 에너지 석학 존 번 미국 델라델아웨어대 석좌교수를 초청해 '한·미 지속가능에너지 경쟁력과 정책 시사점' 주제로 한 포럼을 개최했으며, 이 같은 분석 결과를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는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전의찬·이주희 세종대 기후특성화대학원 교수,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이 참석했다.
*지난 27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ESG연구소 주최 포럼 '한·미 지속가능에너지 경쟁력과 정책 시사점'에서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가 특강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ESG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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