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전략 분석]한일현대시멘트, P-CBO 발행의 의미그룹편입 후 첫 회사채…역대 최고 신용등급, 재무 안정화 일조
이경주 기자공개 2023-04-03 07:27:05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16:2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일현대시멘트가 최근 발행한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는 상징성이 있다.워크아웃을 졸업한지 6년만의 첫 회사채 발행이다. 시장 복귀는 13년만이다. 더불어 복귀를 위해 받은 회사채 신용등급은 설립 이후 가장 높다. 한일시멘트그룹 편입 이후 5년만에 사업과 재무가 완벽히 안정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고 있는 신준 상무 체제에서 이뤄낸 성과다. 신 상무는 모회사 한일시멘트 CFO로도 활약하고 있다.
◇나신평 A0 평가, 350억 P-CBO 성공 기반
한일현대시멘트는 이달 27일 P-CBO 방식으로 35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만기가 2026년 3월까지인 3년물이다. 발행금리는 4.234%다. P-CBO는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 발행하는 증권이다.
한일현대시멘트 신용도가 낮지는 않다. 이번 조달을 위해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본평가를 받은 결과 A0(안정적)를 부여받았다. A급은 올 들어 펀더멘털이 양호한 기업에 한해 공모채 투자자들 수요가 쏠리고 있는 구간이다.
한일현대시멘트는 무리하게 공모채에 도전하지 않았다. 건설업을 전방시장으로 두고 있어 투심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불리한데다, 13년만의 수요예측이라 불확실성을 기피하려는 투자심리가 더 클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스터디가 안 된 기업이라는 의미다.
비록 정책자금(P-CBO) 힘을 빌었지만 의미는 크다. 워크아웃을 받던 기업이 한일시멘트에 견줄 정도로 정상화됐다는 것을 공식인증받은 셈이다. A0는 한일시멘트 신용등급(A+)보다 한 노치 낮은 수준이다. 더불어 설립 이후 최고 등급이기도 하다.
한일현대시멘트는 1969년 현대건설 시멘트 사업부를 분리해 설립한 곳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2010년 5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워크아웃을 거쳤다. 한일시멘트그룹에 편입된 것은 2017년 7월로 졸업 한 달 전이다. 한일현대시멘트는 2000년대 중반까진 신용등급이 A-였고 워크아웃 직전엔 BBB+, 워크아웃 기간엔 CCC로까지 떨어졌다.
이에 공모채 발행도 2010년 4월이 마지막이었다. 비용이 가장 저렴하면서 장기간 보유할 수 있는 조달방식이 선택지에서 사라졌다. 그만큼 유동성도 취약해 진다. 때문에 이번 P-CBO는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첫 단추를 꿰맨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신준 상무, M&A 때부터 활약…PMI도 성공적
실무를 주도한 것은 신 상무다. 신 상무는 1969년생으로 중앙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1998년 한일시멘트로 입사해 올해로 25년째 근무하고 있다. 2010년부터 회계팀장을 하다 2018년부터 재무팀장을 했다.
이후 2018년 지주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재편을 거치며 신 상무는 그룹전체를 조율하는 CFO역할을 하게 됐다. 2020년 10월 지주사 한일홀딩스와 한일시멘트 CFO(재무·회계·내부회계 담당)로 선임됐고, 2021년 11월엔 한일현대시멘트 CFO 역할도 맡았다.
한일현대시멘트가 받은 A0등급은 기업 체급과 올해 업황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한일현대시멘트는 지난해 매출이 4712억원으로 A+인 한일시멘트 같은 기간 매출(1조596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352억원으로 한일시멘트(814억원)와 비교해 40%에 그친다.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6491억원으로 한일시멘트(1조9202억원)의 3분의 1수준이다. 재무안정성도 상당한 차이로 열위하다. 한일현대시멘트 부채비율은 78.4%, 차입금의존도는 29.5%다. 한일시멘트 부채비율은 43.1%, 차입금의존도는 17.2%다.
한일현대시멘트는 한일시멘트와의 사업적 긴밀성을 기반으로 하는 시너지 등 강점을 입증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시장에 함께 대응해야 강하다. 한일시멘트는 한일현대시멘트와 점유율을 합산해야 시장 2위 사업자가 된다. 2021년 기준 한일시멘트 점유율은 12%, 한일현대시멘트는 10%로 합산점유율 22.4%다.
덕분에 나신평은 유사시 그룹이나 한일시멘트가 한일현대시멘트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일현대시멘트 자체신용도는 A-인데 이보다 한 노치 높게(A0) 평가해 줬다.
더불어 대규모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영월공장 순환자원 활용설비 투입도 중장기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관련 투자비용이 818억원이었고, 향후 3년(2023~2025년) 동안 2000억원을 더 투입할 계획이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1913억원으로 전년 말(1230억원) 대비 700억원 가량 늘었다. 향후에도 차입 확대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신평은 이에 대해 “2024년 이후 투자에 따른 손익개선 효과가 나타날 예정임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는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했다.
이번 P-CBO로 차입의 질은 개선했다. 단기성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702억원으로 전체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이자비용은 42억원이다. P-CBO 규모 만큼 장기물량이 늘어나고 이자비용도 저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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