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07일 11: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위적 감산'엔 선을 그었으나 올해 1분기 대규모 적자가 현실화하자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한 기존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동안에도 설비투자를 미루는 등의 형태로 실질적으로는 감산을 해왔으나 효과가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던 삼성전자가 감산에 대해 사실상 공식적으로 인정한 건 처음이다.

◇인위적 감산 전환

삼성전자는 7일 올해 1분기 연결회계기준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95.7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이하로 주저앉은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은 63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어닝쇼크'의 원인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른 출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의 여파가 더욱 악화된 데 있다. 이날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은 발표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선 DS부문은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메모리의 경우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축소 기조가 강하게 유지되면서 출하 증가율이 기존 전망을 밑돌았고 가격도 -20% 수준으로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증권가에선 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마저 주문량 감소에 따른 가동률 하락으로 전 분기 보다 수익성이 감소한 것으로 관측됐다.

예상보다 적자 폭이 커지자 적극적 감산 계획을 시장에 함께 내놓았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잠정실적 발표와 함께 설명자료를 내고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하에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런(시험 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감산 전략, 위기 극복 돌파구될까

삼성전자는 이미 기존 라인들에서 장비 보수와 재배치, 연구·개발(R&D) 투자 강화 등을 통해 자연적으로 웨이퍼 처리량이 감소하게 하는 형태의 간접적 감산을 하겠다고 시사했었다. 그러나 웨이퍼 투입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감산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었다. 재고가 워낙 많이 쌓여있어 이런 상태로라면 올해 안에 흑자전환이 어렵다고 보고 적극적 감산으로 기조를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연말부터 (자연적)감산을 했어도 1분기에는 웨이퍼가 안 나오기 때문에 (감산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인위적 감산을 발표한 적이 없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치킨게임'에도 무감산 전략을 고수해 경쟁사들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시장 장악력을 높였다. 1등 기업으로서 어려운 시기에 투자를 늘려 경쟁사들이 감산에 돌입한 틈에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무기로 삼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과거 12곳의 경쟁사가 난립했던 때와는 달리 D램의 경우 3곳의 독과점 체제가 명확해 감산을 하더라도 경쟁체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지 않아 보인다. 이번 감산 발표에는 이런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앞선 관계자는 "과거에는 플레이어가 열 곳이 넘었다면 지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밖에 없다"며 "예전만큼 삼성전자가 캐펙스로 밀어붙여서 끝낼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