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04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분자진단 솔루션 업체 '진시스템'이 경영권 방어 작업을 선제적으로 완료했다. 최대주주인 서유진 대표 지분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진 관련 정관을 보완해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가 이뤄질 가능성을 낮췄다. 우호세력인 '백기사'를 활용하는 전략도 견지하며 다각도에서 경영 안정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시스템은 지난달 29일 개최된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정관 변경을 마쳤다. 크게 이사회 인원수와 주주총회 결의 방법에 대한 조항이 바뀌었다. 보드멤버(이사회 구성원)가 무제한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고 기존 이사진의 교체 등이 쉽게 이뤄지지 못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진시스템이 이같은 경영 안정화 작업을 단행한 것은 외부 인수 시도 등에 대한 대비 차원이다. 앞서 인수 의향을 밝히며 접근해 온 곳들이 더러 있다보니 아예 정관 손질을 통해 강제적인 M&A가 이뤄지지 않도록 안전판을 설치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창업자인 서유진 대표를 비롯한 최대주주 측은 지분 매각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진시스템 관계자는 "진단키트 제조사 가운데 현장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장비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곳이 많다"며 "이럴 경우 제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발주를 주면 될 텐데, 해당 업체가 기술 내재화를 위해 계속해서 인수 제의를 해오다 보니 미연에 적대적 M&A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시스템은 이사회 변동 가능성을 낮추는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정관상 이사, 감사의 해임 결의 요건을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정관 제28조 주주총회의 결의방법 항목에 '이사 또는 감사의 해임을 의결할 경우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100분의 80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이상의 수로 해야 한다'는 구문을 새롭게 추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 지분은 24.16%다. 이들이 이사 해임 안건에 반대한다고 단순 가정할 경우 해당 건이 주총에서 가결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진시스템은 이사회 인원수가 제약없이 늘어날 가능성도 차단했다. 정관 제33조 이사의 원수 항목을 전부 변경했다. 기존 내규에선 자본금 총액이 10억원 미만인 경우를 제외하고 사내이사는 3명 이상으로 구성토록 했다. 하지만 변경된 정관을 통해 사내이사 인원수는 상시 3명 이상, 6명 이하로 고정됐다.


진시스템은 지분 차원에서의 경영권 방어 전략도 고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가능한 최소 요건(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인 지분 33%를 충족시키는 방향이다. 이를 위해선 적어도 9%의 지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진시스템은 백기사를 내세워 이 조건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진시스템 비즈니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백기사를 자처하는 우호세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법인으로 FI(재무적투자자)로 추정된다. 약 10% 지분을 취득해 최대주주에 힘을 싣어주는 방향이다.

당장 대주주 측에서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가능성은 낮다. 지배력 강화를 위한 자금력이 충분치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한 조달 등은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담보대출은 통상 오너들이 대규모 자금을 융통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서 대표는 이달 기준 별도로 주식담보대출 상품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