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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트는 K-순환경제]'풍력명가' 유니슨, 中 손잡고 공룡 베스타스와 '일합' 채비①국내 1세대 풍력기업, 2020년 손바뀜 이후 최근 '육상→해상' 성장 축 이동

조영갑 기자공개 2023-04-10 08:21:30

[편집자주]

순환경제(Cirucular Economy) 시대가 오고 있다. 자원투입→생산→사용→폐기에서 종결되는 선형경제를 탈피하고, 영속가능한 경제 모델이 글로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RE100(100% 전력대체)' 행렬에 동참하고, 코스닥·비상장사들은 폐자원으로 다양한 소재를 뽑아내는 등 K-순환경제가 태동하고 있다. 더벨은 K-순환경제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4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풍력발전은 엄밀히 말하면 순환경제의 갈래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자원의 리싸이클링(재사용)을 핵심으로, 생산-폐기의 구분을 허무는 순환 구조라기보다는 천연자원(바람)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선형구조다. 하지만 생산과정에서 자원의 채취와 폐기 오염원이 전혀 없고, 지속가능한 방식의 발전이라는 점에서 '범 순환경제'에 포함될 수 있다.

4일 유니슨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박원서 유니슨 대표는 "태양광의 경우 폐기 과정에서 카드뮴 등의 중금속이 발생할 수 있고, 리싸이클링이 힘든 구조이지만 풍력은 오염원이 없고, 발전기의 풍력 연한이 찬 이후에도 리파워링(repowering)을 통해 고철, 입지 등을 계속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 받는 순환경제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했다.

레네테크 신재생에너지 본부장, 대우조선해양 풍력영업 그룹장 등을 지낸 박 대표는 유니슨의 전사적 리노베이션을 이끌고 있는 국내 손꼽히는 풍력발전 전문가다. 지난 3월 말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도시바에서 국민연금 출자 PEF로 손바뀜 '전화위복'

1984년 설립된 유니슨은 풍력발전 터빈, 타워 등 풍력발전시스템을 생산하는 국내 풍력발전 1세대 기업이다. 2005년 영덕풍력발전단지(39.6MW), 2006년 강원풍력발전단지(98MW) 등을 조성, 운영하면서 토탈 솔루션 공급자로서의 능력을 인정 받았다. 영광, 의령, 정암 단지 EPC(설계, 부품조달, 공사 일괄수주) 프로젝트 등을 수행했다. 핵심 인프라인 터빈, 타워 제조능력과 설계, 공사, 운영 능력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다.

독자적 기술력을 인정 받아 2012년 일본 도시바(TOSHIBA)에 인수됐다. 당시 도시바는 세계 최대의 원전 사업자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는 등 원전사업 투자를 확대했으나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풍력'에 눈을 돌리고, 유니슨을 낙점했다. 하지만 분식회계 사태를 겪으면서 그룹사가 분해, 풍력사업 역시 2020년 매각했다.

현재 대주주는 '주식회사 아네모이'(12.69%)로 삼천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 '비티에스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비티에스제1호의 최대 출자자(70%)는 국민연금공단이다. 당시 아네모이는 도시바로부터 지분 전량(13.9%)을 198억원에 인수하고, 유니슨이 발행한 3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역시 인수하면서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전량 보통주 전환되면 아네모이의 지분율은 23% 수준으로 확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계 자본에 인수되는 등 지배구조의 변동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출자한 PEF의 품에 안기면서 토종기업의 면모를 되찾았고 사업성 역시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주주 손바뀜과 유동성 보충을 기점으로 유니슨은 새로 개발한 4MW 제품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사업성을 회복했다. 유니슨은 지난해 4.2MW, 4.3MW 시스템을 필두로 역대 최대인 239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중국 메이저社 '밍양'과 동맹 '인프라+기술력' 세몰이

유니슨은 올해 '박원서 호'의 닻을 올리고, 글로벌 공룡들과의 일합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풍력 시장은 베스타스, GE, 지멘스카메사 등이 3분할하고 있다. 글로벌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온 세 기업이 중국을 제외한 육상풍력 시장 80%, 해상풍력 시장 90%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이머징마켓을 분류되는 국내 풍력시장을 두고, 베스타스의 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덴마크에 소재한 베스타스는 글로벌 풍력터빈 1위 기업이다. 연 매출만 10조원이 넘는다.
▲대한민국 풍력시스템 1세대 기업인 유니슨은 올해를 기점으로 해상풍력 발전에 투자를 확대한다. 사진은 의령풍력발전단지.(사진=유니슨 홈페이지)

유니슨은 지난해 중국 굴지의 풍력발전 기업인 '밍양'과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다는 포부다. 육상풍력에서의 기술력과 노하우, 운용 능력을 토대로 성장 동력의 축을 해상으로 이동한다는 구상이다. 해상풍력은 육상에 비해 5배 이상의 초기 비용투자가 투하되지만, 풍력 감쇄가 없다는 점에서 발전효율이 매우 뛰어나다.

밍양이 중국 내 18개 공장을 구축, 원재료 조달-제조 및 생산-운송 등 수직계열화가 완비돼 있고, 해상발전에도 노하우가 축적돼 있는 만큼 유니슨의 기술력과 만나면 시너지가 크리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특히 해상풍력 사업의 경우 통상 시스템의 운송, 설치가 조건부 계약에 포함돼 있어 원가 싸움에서 유럽 소재 베스타스보다는 중국의 밍양이 여러모로 강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양사는 베스타스의 공세에 맞서 장기적으로 14MW, 16MW 급 대형 터빈을 유니슨 사천 공장에서 생산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니슨의 우수한 터빈 제작기술과 밍양의 인프라 조달 능력을 결합해 국내에서 제작해 'Made in Korea' 제품으로 출하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정부가 해외기업에 대한 LCR(Local Content Requirements·국산부품 사용요건) 기준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 흐름과도 합치한다는 평가다. 밍양은 유니슨 사천공장의 실사를 완료하고, 규모 및 운송 환경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는 "경쟁사의 경우 설비확충, 운송 설치 등의 투자를 제로(0)베이스에서 구축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유니슨-밍양은 국내 시설과 노하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사업자들이 취약한 규모의 경제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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