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는 K-순환경제]'선택 아닌 생존' 글로벌 아나바다, 5350조 시장 캐낸다[총론]'생산→폐기' 아닌 지속가능 산업, 삼성전자 필두 국내 스몰캡서도 순환모델 태동
조영갑 기자공개 2023-04-06 08:20:26
[편집자주]
순환경제(Cirucular Economy) 시대가 오고 있다. 자원투입→생산→사용→폐기에서 종결되는 선형경제를 탈피하고, 영속가능한 경제 모델이 글로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RE100(100% 전력대체)' 행렬에 동참하고, 코스닥·비상장사들은 폐자원으로 다양한 소재를 뽑아내는 등 K-순환경제가 태동하고 있다. 더벨은 K-순환경제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30일 14: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지구적으로 기승을 부리던 2019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톱티어급 자산 운용사는 새로운 시장 섹터에 주목했다. 자원의 재활용을 키워드로 하는 이른바 '순환경제'다. 블랙록, BNP파리바, 크레딧스위스, 골드만삭스 등의 글로벌 하우스는 순환경제 종목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를 대거 출시하고, 투자를 확대했다. 2019년 3억 달러 수준이던 순환경제관련 주식형 펀드 AUM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2021년 상반기 80억 달러 수준으로 불었다.# 산업용 프린터 제조, 가전제품 유통 등을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 A기업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치열한 논의를 거쳐 신사업 투자를 결정했다. 자원재생 관련 사업이다. 폐플라스틱, 비닐 등에서 신재생 자원을 추출하는 사업으로, 순환경제의 한 갈래다. 이를 위해 A사는 상반기 사업목적 추가, 부지선정, 인가 절차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가를 거쳐 실제 공장 가동에 들어가면 A사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될 전망이다.
◇국내 30개 대기업도 'RE100 선언' 재생·순환 에너지 동참 대열
"순환경제는 쉽게 표현하면 '아나바다' 운동의 인더스트리얼 버전이다. IMF 시절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자원 재사용의 움직임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글로벌 산업 시장의 화두가 됐다."
국내에도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의 순풍이 불고 있다. 순환경제 관련한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는 한 기관투자자는 순환경제를 '아나바다' 운동에 비유했다. 아나바다 운동은 IMF 당시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 폐기 대신 자원 재사용을 주창한 국가 주도의 운동이다. 2015년 유럽을 시작으로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순환경제는 말그대로 단절이 없는 '순환(원형)형' 생산·소비구조를 핵심으로 한다. '자원 투입→생산→사용→폐기'에서 종결되는 선형경제 구조를 청산하고, 폐기를 자원으로 연결시켜 자원의 재활용, 재생을 도모하는 경제구조다. 신재생에너지, 폐기물 재생산, 물 순환, 그린빌딩 등 다양한 하위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관련 경제 효과는 2030년까지 4조5000억 달러(약 535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새로운 산업의 갈래로 인정 받은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흐름과 함께 대두된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프로젝트'가 기화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국제적 기업간 협약이다. RE100를 고안한 다국적 비영리기관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에 따르면 현재까지 RE100을 선언한 글로벌 기업은 400여 개 수준이다. 국내 최대의 전기 소비처인 삼성전자가 최근 RE100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리싸이클링 제품을 생산하는 한 코스닥 기업 임원은 "삼성전자의 RE100 선언은 국내 산구조를 뒤바꿀 수 있는 뉴스"라면서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국내 수천 곳의 벤더사는 일정 기준을 장기적으로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전력 대체와 더불어 소모품에 GRS(Global Recycled Standard) 리싸이클링 제품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관련 공급사의 손이 바빠지고 있다. 현재 약 30곳의 주요 기업이 RE100 동참을 선언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역시 순환경제 태동에 부채질을 했다. 이른바 '언택트(Untact)' 문화가 심화되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일회용 쓰레기가 양산됐다. 여기에 글로벌 물동량이 둔화돼 원재료 값이 폭등하자 폐기물을 다시 보자는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심각하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21년에만 총 1193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 2017년 대비 50% 가량 증가했다. 폐합성수지류 역시 2021년 하루 1292톤으로 2019년 하루치 대비 80.6% 늘어났다.
◇도시 한 가운데서 폐비닐, 폐플라스틱 녹여 '석유 추출'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순환경제산업대전'에는 약 70개 국내 순환경제 관련 기업이 참여해 눈길을 모았다. 아직 초기 단계라 100여개의 부스가 전부였지만, 각 산업영역에서 자원순환, 재생산 기술력을 닦아온 유망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전시회에는 폐배터리, 폐휴대폰 등을 파·분쇄해 고순도 백금,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기업과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에어캡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 눈길을 모았다. 이와 유사한 갈래로 '폐플라스틱 유전' 기술 역시 각광을 받았다. 도시유전은 폐플라스틱, 폐합성수지 등을 고온으로 융용해 경질유, 중질유 등 석유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도시유전과 인지이엔티 등 비상장 기업이 이미 기술을 확보해 재생 추출유를 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도시유전의 경우 부수적인 환경 오염이 발생할 수 있는 열 분해가 아닌 독자적인 'RGO(Regenerated Green Oil) 공법'으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의 세라믹볼의 파동 에너지를 활용, 폐플라스틱을 유증기화해 분해하고 여기서 중질유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과정 자체가 친환경적이고, 폐플라스틱, 합성수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많은 투자기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인지이엔티는 열분해 방식으로 기름(인지유)을 추출해 현대오일뱅크 등에 공급한다.
반도체 최대 행사인 세미콘코리아에 GRS 제품을 출품한 '케이엠'은 올해부터 삼성전자 등 고객사에 플라스틱 추출사(레진사)로 제작한 방진복, 헤드캡 등을 납품한다. 약 7만 여명에 이르는 삼성 직원들이 소비한 폐플라스틱, 폐합성수지가 레진사 제조기업의 손을 거쳐 의복으로 재탄생하는 원리다. 지난해 7월부터 일부 제품을 공급한 데 이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양산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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