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CSM 분석]교보생명 계리적 가정 변동으로 8000억 하향 조정예실차 발생, 상각으로 신계약 CSM 1.2조 상쇄
서은내 기자공개 2023-04-06 08:09:37
[편집자주]
보험업권에 부채의 시가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IFRS17 회계기준이 도입되자 보험사 재무지표에 대한 셈법이 크게 바뀌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지표가 보험계약마진, 즉 CSM(Contract Service Margin)이다. CSM의 변동을 보면 해당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들에 대한 수익성을 비롯해 회사의 가정 및 계리적 역량, 신뢰성 등에 대한 다양한 분석, 평가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벨은 주요 보험사들의 CSM의 변화와 그 의미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5일 1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CSM을 8000억원 가량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계약 CSM이 약 1조2000억원 추가됐으나 이같은 예실차 발생으로 연말 총 CSM은 연초와 같은 수준에 그쳤다.CSM이 이처럼 연초 대비 증가하지 않는 경우는 흔치는 않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이 CSM 산출에 있어 보수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새 제도 도입이 본격화된 올해 연말 큰 폭 성장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는 예상도 나온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CSM이 개별 기준 연초 4조5523억원, 연말 4조5910억원을 기록해 1년간 CSM 증가분이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결 기준으로는 연초 4조5787억원에서 연말 4조4808억원으로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CSM 증분이 미미했던 배경에 대해 회사는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인한 8000억원 수준의 하락 조정이 있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신계약 CSM으로 1조2000억원이 추가됐으며 CSM 상각액 규모는 4000억원이었다.
연말 CSM은 연초 CSM에 신계약 CSM, CSM부리액을 더하고 가정 변경 등의 예실차 조정, CSM상각의 결과로 산출된다. 결과적으로 교보생명은 연간 신계약 CSM이 1조2000억원만큼 발생했으나 가정변경 조정으로 연말 총 CSM 증가에 제한이 있었던 셈이다.
보험사 계리적 가정의 종류에는 해지율, 위험률, 사업비율, 계약자 행동 가정 등이 있다. 연말에 계리적 가정을 변경했다는 말은 연초에 회사가 세웠던 이같은 가정들 중 무언가를 연말에 수정했다는 의미다.
CSM이 하락 조정됐다는 말은 지난 한해 각종 지표들을 집계한 결과 실제 해지율이나 위험률, 사업비율 등이 당초 예상했던 가정과 차이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보다 실제에 가깝게 가정을 조정해 미래 이익 예상치(CSM)를 줄였다는 얘기다.
교보생명은 조정된 구체적인 계리적 가정의 항목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계리적 가정이 조정되는 예로는 사망률감소에 따른 지급보험금 증가 등이 있을 수 있다"면서 "교보생명은 타사들과 비교해 보수적 가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공시한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새 기준 IFRS17 적용시 지난해 말 자산과 부채 총계는 기존 회계기준에서보다 각각 9조3421억원, 16조9676억원씩 감소하며, 자본총계는 7조6254억원 증가하게 된다. 순이익은 기존 기준 대비 684억원 감소한다.
교보생명은 새 기준으로 전환하면서 보험계약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에 있어서 2년 완전소급법을 적용했다. 전환일 기준 이전 2년간의 보험계약에 대해서는 완전히 새 기준을 소급해 적용하며, 그 이전에 대해서는 공정가치법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교보생명의 CSM 규모는 상위 대형 생보사들과 비교할 때 높지 않은 수준이다. 연말 계리적 가정으로 하락 조정까지 더해짐에 따라 지난 연말 기준 CSM을 키우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의 이익창출력 한계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있는 한편, 이같은 CSM 산출이 올해 연말 CSM 성장폭을 키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보험사 가운데 지난해 연초 대비 연말 CSM이 줄어든 케이스는 많지 않다. 대부분 일정 폭 이상 증가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에도 계리적 가정 변동으로 연말 CSM이 크게 변경됐는데 교보생명과는 반대로 계리적 가정이 CSM을 약 3조원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보험사가 새 제도 도입 시점에서 CSM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정을 조정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싶어하지는 않을 개연성이 크다"면서 "올해가 제도 시행 첫해인만큼 보수적인 가정을 통해 연말 CSM 증분 규모를 최대한 크게 보여주기 위한 준비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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