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공정위의 '공정' 눈치보기 [thebell desk]

김용관 산업1부장 겸 부국장공개 2023-04-07 07:22:10

이 기사는 2023년 04월 06일 11: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당초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건은 기존의 HD현대건과 달리 독점 이슈가 없기에 기업결합심사가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발목이 잡혔다. 발목을 잡은 곳은 아이러니하게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다.

앞서 지난해 말 한화그룹은 한국을 포함해 베트남, 싱가포르, 영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튀르키예 등 8개 나라 경쟁당국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순차적으로 기업결합 승인이 이뤄졌고 경쟁 회사들이 많아 최대 난관으로 여겨졌던 유럽연합도 예상보다 이른 3월31일 '무조건 승인'을 했다.

애초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조기 승인 결정으로 해외 기업결합심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봤으나 시간을 끌면서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6월까지 승인이 미뤄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승인이 계속 지연되거나 조건부 승인이 나오면 인수 자체를 접을 수 밖에 없다"라고 강경한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접기야 하겠냐마는 그만큼 절박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매각 주체인 KDB산업은행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정위의 결론이 늦어지면 국내 조선업 및 방산업 경쟁력이 저하되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대우조선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2012년 조선업 불황이 시작된 이후 고질적인 순손실로 고전 중이다. 사실상 부채와 다름없는 신종자본증권 효과를 제외하면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 편입 과정에서 이뤄질 자본확충에 유일하게 기대를 걸고 있다.

산업은행은 공정위 승인 불발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가 실패할 경우 더 이상 자금지원이 불가하다며 배수진을 쳤다. 책임 소재도 분명히 했다. 정상화의 마지막 기회를 박탈한다면 그 책임은 공정위에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했다.

경제 파급력이 큰 부실 회사의 매각건은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든 정상화하려는게 일반적이다. 더욱이 LNG 수송선 독과점 이슈가 있던 HD현대의 인수 합병에도 승인을 해줬던 공정위가 이번 건을 승인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공정위가 밝힌 이유는 함정 주요 부품공급사인 한화가 함정을 만드는 대우조선을 가져갈 경우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특수선(방산) 분야에서 독과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정위의 무지인지, 의도인지 납득하기 힘든 이유다. 국방 물자는 태생적으로 독과점이다. 추진체계나 전투체계, 소나체계 등 함정 부품이 민간기업이 아닌 방위사업청에 관급(방사청에 직접 납품)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가격이나 거래 조건의 차별은 있을 수 없다.

이런 공정위의 승인 지연에는 경쟁사들의 민원이 자리잡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올해와 내년 사이에 나오는 이지스함 등 굵직한 함정 발주를 앞두고 있다. 대우조선 경쟁사 입장에서는 한화 인수가 늦어질 수록 입찰에서 유리한 만큼 가능한 한 경쟁자의 탄생을 늦추려고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는 그만큼 기업에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세다. 그러나 공정위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상당 기업들이 불복 소송을 내는게 현실이다. 2021년에는 90% 넘는 금액에 대해 불복 소송을 당했다.

공정위의 처분이 정말 '공정'했다면 이런 정도로까지 많은 불복 소송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건도 공정위의 판단이 공정한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또다른 경쟁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혹은 로비에 굴복한 것인지는 몰라도 좌고우면하는 공정위의 모습이 낯설다.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