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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트는 K-순환경제]'2세 승계 채비' 케이엠, 장남 vs 차남 경영 무게추는③신병순 회장서 차남 신지훈 케이엠 상무·장남 신승훈 케이엠헬스케어 사장 축 이동 시작

조영갑 기자공개 2023-04-20 07:19:13

[편집자주]

순환경제(Cirucular Economy) 시대가 오고 있다. 자원투입→생산→사용→폐기에서 종결되는 선형경제를 탈피하고, 영속가능한 경제 모델이 글로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RE100(100% 전력대체)' 행렬에 동참하고, 코스닥·비상장사들은 폐자원으로 다양한 소재를 뽑아내는 등 K-순환경제가 태동하고 있다. 더벨은 K-순환경제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7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클린룸용 방진복, 마스크 제조사에서 폐플라스틱 리싸이클 소재 메이커로 진화하고 있는 '케이엠'이 2세 승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올해 말 만 70세가 되는 신병순 회장이 3월 주총에서 대표이사 임기를 연장하긴 했지만, 이번 임기 내 경영승계의 무게추가 신 회장 대에서 2세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모회사와 자회사에서 경영을 챙기고 있는 신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대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엠은 지난해부터 폐 페트병에서 추출한 리싸이클링 레진사 소재 GRS(국제재생표준인증) 제품을 삼성전자 등에 공급하면서 올해를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 ESG 경영의 핵심요소인 지배구조(Governance) 역시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리노베이션 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고, 사업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경영승계가 핵심이다.

케이엠 대주주 신 회장은 1989년 케이엠의 모태인 한국글러브를 인수한 이래 34년 이상 쉼없이 경영을 챙기며 케이엠을 이끈 장본인이다. 신 회장은 대한항공, 동아제약 근무를 거쳐 한국글러브 전무를 지내던 중 1992년 회사를 인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우진ACT, 케이엠으로 상호를 바꾸면서 양적, 질적 발전을 견인했다. 코스닥 시장에는 2005년 상장했다.

당초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된 일회용품 제조사는 30년 간 7개의 종속회사를 거느린 어엿한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케이엠의 연 매출(연결기준)만 지난해 1516억원을 기록했고, 종속회사 전체의 매출을 합치면 약 5000억원에 수준에 이른다. 특히 2000년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인수한 케이엠헬스케어(옛 도우메디칼)는 지난해 1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면서 기업집단의 캐시카우로 부상하고 있다.

케이엠의 사정에 밝은 한 VC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우연한 기회에 회사를 인수하게 됐지만, 30년 넘게 경영을 총괄하면서 케이엠을 글로벌 반도체 소모품 '넘버원' 제조사로 키워냈다"면서 "1990~2000년대 반도체 중흥기와 맞물려 반도체 클린룸용 소모품을 생산하기 시작해서 방진복, 생활 마스크, 디스플레이, 헬스케어 분야로 다양하게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신 회장은 올 12월을 기해 만 70세를 맞는다. 아직 기업집단의 주포 케이엠과 케이엠헬스케어의 대표이사직을 겸직하면서 왕성하게 경영을 챙기고 있지만, 지난해 초 배우자인 김미경 씨가 작고하면서 개인적인 아픔을 겪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경영의 축이 신 회장에서 신 회장의 장남과 차남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집단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모회사 케이엠만 놓고 보면 '차남' 신지훈 상무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1984년 생 신 상무는 엘지전자 출신으로 2015년 케이엠에 입사해 신 회장 슬하에서 착실하게 경영 수업을 받았다. 경영지원 총괄 역할을 하면서 사실상 CFO(최고재무책임자) 직을 수행하고 있다. 해외법인 우진무진과기, 동산광전의 감사직도 겸하고 있다.

신 상무는 형인 신지훈 케이엠헬스케어 사장에 비해서도 케이엠 내 지분율이 앞선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엠의 지분율은 신 회장 27.45%(308만8072주), 신 상무 2.14%(24만1220주), 신 사장 1.69%(19만561주) 순이다. 형제가 기업집단 경영진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에 비해 지분율은 낮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초 작고한 모친의 상속분과 주식배당분을 합친 양이다. 고(故) 김미경 씨 작고 후 배당과 상속으로 신 회장은 약 16만주, 신 상무는 약 14만주, 신 사장은 9만주 가량을 늘렸다.

장남 신 사장(1982년 생)은 실질적으로 CEO(최고경영책임자)로서의 경영능력을 먼저 입증한 걸로 평가된다. 미국 시러큐스대학교(Syracuse University)를 졸업하고, 동부제철, GE헬스케어 마케팅팀을 거친 신 사장은 2020년 3일 케이엠의 자회사 케이엠헬스케어 사내이사로 부임해 회사의 마케팅을 이끌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화되면서 수출량이 급감하자 방호복, 마스크 등의 생산비중을 대폭 늘려 국내 수요에 대응, 1000억 매출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헬스케어 섹터에서 오랫동안 마케팅 업무를 담당, 전문성을 갖췄고 경영학 관련 책을 출간하는 등 '공부하는 CEO'로서의 자질 역시 갖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현재 신 회장이 등기상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어 '명목상 사장'에 그치고 있다.

2세 형제의 과제는 지분율 확대다. 당장은 부친이 건재하기 때문에 증여에 대한 니즈가 없다고 하더라도 향후 경영승계가 확실시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남 신 사장의 경우 케이엠 지분도 적을 뿐더러 케이엠헬스케어 지분 역시 미미한 걸로 파악된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엠헬스케어의 주요 주주는 케이엠(32.78%), 한국투자파트너스(10.56%), 신 회장(6.16%) 등이다. 당분간 주식 배당과 자체 매입 등으로 지분을 점진적으로 늘려가야 하는 구조다.

이목을 끌고 있는 점은 케이엠의 주가가 2020년 말 1만3500원대를 찍은 이후 3년 째 지속적으로 하락해 17일 현재 5800원대에 머무르고 있고, 지분 구성에 비해 자사주 물량이 많다는 것이다. 경영권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자사주(7.38%)가 신 회장 지분(27.45%)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는 점은 향후 증여나 상속에 지지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케이엠 측에 수 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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