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는 K-순환경제]'리싸이클 삼성' 올라탄 케이엠, GRS 명가로 거듭난다①폐 페트병 추출 원사로 방진복 제조…일회용품 양산 오명 벗고 재생표준 기업 진화
조영갑 기자공개 2023-04-18 08:35:18
[편집자주]
순환경제(Cirucular Economy) 시대가 오고 있다. 자원투입→생산→사용→폐기에서 종결되는 선형경제를 탈피하고, 영속가능한 경제 모델이 글로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 역시 'RE100(100% 전력대체)' 행렬에 동참하고, 코스닥·비상장사들은 폐자원으로 다양한 소재를 뽑아내는 등 K-순환경제가 태동하고 있다. 더벨은 K-순환경제의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3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임직원 수가 약 7만명 정도인데, 이 인원이 마시고 배출하는 페트(PET)병만 하더라도 연간 엄청난 양이고, 이를 탄소로 환산하면 연간 60톤(t)에 육박한다."지난 2월 서울 코엑스 세미콘코리아(반도체 장비·재료 전시회)에서 만난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삼성전자는 DS 부문 임직원 7만명을 비롯해 약 27만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초거대 기업이다. 대화 도중 페트병 이야기가 나온 까닭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공표한 '리싸이클 정책' 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1위의 D램 제조사(45%)로, 국제 D램 가격을 좌우 뿐만 아니라 반도체 업계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톱티어 파운드리다. ESG 정책에서도 예외는 없다. 대표적인 ESG 환경친화 정책이 폐 페트병 리싸이클이다. 내부에서 나온 폐 페트병에 더해 외부에서 발생한 폐자재를 활용한 리싸이클 제품을 적극 도입,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게 요지다. 저전력 반도체 개발도 유사한 궤다.
삼성전자는 폐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든 방진복 등을 개발하고, 이를 올해부터 전사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방진복은 단순 일회성 용품 같지만, 디펙(defect)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칩 수율을 지키는 '일등공신'이다. 폐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 중질유 등의 소재는 최근 가장 '핫한' 순환경제 아이템이다.
◇삼성그룹만 27만명 거대 '리싸이클 클러스터' 공급 개시
일회용 마스크 명가로 유명한 케이엠은 사실 순환경제와 가장 동떨어진 기업 중 하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생산시설 등에 클린룸 소모품, 마스크 등을 제조, 공급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케이엠은 제품 생산을 위해 부직포 원단, PVC 가소제, 타이벡 원단 등의 소재를 매입해 이를 제품으로 생산한다. 사용 후에는 전량 폐기되고, 재활용도 여의치 않다. 자원-제품생산-공급-폐기 식의 전형적인 선형경제다.
하지만 케이엠은 지난해부터 자원조달 단계에서 폐 플라스틱을 활용한 리싸이클 원사를 도입해 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다시 재활용해 원사로 만드는 순환경제 대열에 동참했다. 올해 이 비중을 높여 명실상부한 순환경제 제조사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효성티앤씨와 손 잡고, 폐 페트병 기반 레진원사를 공급받아 이를 삼성전자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리싸이클 방진복, 클린룸 와이퍼 제품이다.
케이엠은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클래스 100 리싸이클 방진복(Recycled Garment For Cleanroom Class 100)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지난해 7월 부터 일부 시제품(56%, 64%, 98% 리싸이클 제품)을 삼성전자에 정식 공급하기 시작했다. 클래스 100은 공기 1세제곱피트 당 0.5 미크론 이상의 미립자 파티클이 100개 이하인 고청정 클린룸을 의미한다. 리싸이클 방진복 1벌을 제작하면 500ml 폐 페트병 15병을 재활용하는 것과 동일하다. 방진복 포장재 역시 폐 페트병 레진사 소재다.
방진복 성능 평가 결과, 기존 비 리싸이클링 제품 대비 포집효율, 공기투과도 측면에서 우위를 보였다. 피부자극성 시험 결과도 '비자극 물질'로 공인 받았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GRS(Global Recycled Standard) 인증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GRS 인증은 재활용 원료의 함량(20% 이상)뿐만 아니라 사회적·환경적·화학적 준수 여부를 엄격하게 평가하는 국제재생표준인증 제도다.
◇'삼성이 하면 세계가 뒤따른다' GRS 낙수효과 기대
GRS 인증을 획득한 방진복, 와이퍼 등의 리싸이클 제품이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에 입고되기 시작한 만큼 케이엠은 올해 삼성을 비롯해 글로벌 제조사를 대상으로 GRS 제품의 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총 매출의 약 20%(350억원) 가량을 차지하는 삼성그룹에 GRS 제품을 대체하면 양산공급의 확산속도가 대폭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저전력 시스템 반도체 제조의 전초기지가 될 평택 P3를 노리고 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리싸이클 제품 비중을 내부적으로 늘리고 있고, 반도체 리딩기업인 삼성전자의 도입이 일종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삼성과 거래를 하는 기업들 역시 유사한 수준의 기준을 요구받을 수 있다. 케이엠은 전 세계 45개국과 거래하고 있으며, 전 세계 소재 반도체 메이커 전사에 일회용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케이엠은 올 하반기부터 양산공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생산라인 확대 역시 검토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역시 SK하이닉스에 이어 D램 감산을 예고했기 때문에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시점에 맞춰 후속 투자가 집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케이엠은 약 250억원을 투입, 기존 베트남 설비(KM ACT)에 이어 KM ACT VINA를 확충했다. 리싸이클 제품의 수요에 따라 해당 라인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케이엠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메이커에 케이엠의 제품이 다 들어가는데, 올해를 기점으로 GRS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까지는 제조단가가 높은 편이라 BEP(손익분기점)을 충족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공급이 늘어 양산단계에 진입하면 빠르게 BEP를 돌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GRS 제품의 ASP(평균공급가)는 일반 제품 대비 15% 가량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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