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토리 모니터]삼성전자, 어깨 무거운 DX…'비스포크'에 힘싣는다메모리 불황에 재고 63% 증가…SDC도 악성재고 예방 시급, 가전사업부 출하량 목표 확대
손현지 기자공개 2023-04-26 13:48:35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1일 09:4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TV와 가전, 모바일을 담당하는 DX부문의 부담감이 커졌다. 작년 모든 사업부문의 재고자산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DX부문만 유일하게 재고 축소에 성공하며 출하량 확대를 노려볼 만 해졌기 때문이다.DX부문 수장인 한종희 부회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판매량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맞춤형 가전인 비스포크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분야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비스포크 판매량을 전년 대비 50% 높이겠단 목표를 제시했으며 꾸준히 수요가 늘어나는 OLED TV에 방점을 맞췄다. 300만원 이상의 고가 프리미엄 라인업을 중심으로 생산 확대 방안을 모색 중이다.
◇DX부문만 나홀로 선전…더블특수 효과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총액은 최근 꾸준히 우상향 기조를 보였다. 2020년(32조431억원), 2021년(41조3844억원), 2022년 52조187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년간 재고 증가율이 63% 달한다. 해당기간 총 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중도 8.5%, 9.7%, 11.6%로 크게 늘었다. 재고자산 회전율도 4.9회에서 4.1회로 둔화됐다.
매년 5월, 11월 두 차례 재고자산 실사에 나서며 재고자산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4분기에만 5조원 넘게 재고자산을 줄였지만, 경기위축으로 인한 소비부진과 반도체 한파 타격이 예상보다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DX부문을 제외한 전 사업부문의 재고가 크게 늘었다. 반도체(DS부문)는 2020년 14조796억원에서 작년 29조576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조4227억원에서 2조1661억원으로, 하만은 1조1447억원에서 2조1026억원으로 확대됐다. 유일하게 DX부문만 재고를 털어낸 모습이다. 가전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DX부문은 2020년 16조4195억원에서 2021년 22조378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가 작년 20조1901억원으로 그래프가 꺾여 축소된 모습이다. 지난 3분기부터 생산량을 크게 줄여 재고를 조절한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80%대를 웃돌던 영상기기와 휴대폰 생산라인 가동률은 작년 3분기부턴 각각 75.4%, 72.2%로 떨어졌다.
특히 TV 등 주요 가전은 지난 4분기 더블 특수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로 원래도 성수기로 여겨지는데, 작년 11월에는 카타르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가 더해져 효가가 배가 됐다. 삼성전자는 이 시기 각종 프로모션과 할인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공격적으로 재고소진에 주력했다.
다만 나머지 사업부는 가전제품과 달리 생산량 자체를 조절하는게 쉽지 않았다. 반도체 공장만 하더라도 가동을 한번 멈추면 재가동까지 6개월 넘게 소요된다. 제조공정 특성상 가전제품과 달리 가동률을 섣불리 낮추기가 쉽지 않다.
◇완제품 재고 많은 SDC·DS, 악성재고 관리 시급
삼성전자의 재고 이슈는 대부분 완제품이 팔리지 않아 생긴 문제다. 작년 말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4조4088억원에 달했다. 제품과 상품 계정에 쌓은 평가충당금은 1조4939억원, 반제품·재공품엔 1조5354억원, 원재료·저장품 명목으로는 1조2897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미착품 관련 평가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반도체에서 발생한 평가손실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DS부문의 재고자산은 29조576억원으로 전년(16조4551억원) 대비 76.6%나 늘었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D램 재고자산은 21주를 상회한다. 통상 5주를 건전한 재고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판가를 낮춰 재고를 소진한 탓에 올해 1분기 실적부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재고 관리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시장의 회복은 당분간 더딜 것으로 전망된 탓이다. 삼성이 그간 지양하던 감산을 결정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다수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 재고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 디램(DRAM)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2달러대가 무너지면서 올해 1분기에도 저점을 찍었다.
작년 한해 디스플레이 패널시장 하락에 재고소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스마트폰용 패널 시장은 2021년 17억5000대 수준에서 2022년 13억8000대까지 감소했다. 대형 패널 시장도 같은 기간 9.8억대에서 8.8억대로 축소됐다.
하만도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생산 중단, 유동인구 감소, 소매점 영업중단 등 타격을 입었다. 특히 프로페셔널 오디오 솔루션 제품들은 대규모 모임과 이벤트 축소 등으로 인해 판매가 부진, 재고가 쌓여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믿을 건 DX, 비스포크·OLED TV 공격 마케팅
결국 삼성전자가 올해 성장을 위해 믿을 구석은 DX부문이다. 한종희 DX부문 부회장은 맞춤형 가전인 '비스포크'와 OLED TV 생산량 증대를 통한 수익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달 '비스포크 라이프 미디어데이'에서 올해 비스포크 판매량을 전년 대비 50% 이상 늘리겠다는 포부도 공고히 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불확실성이 높지만, 생활가전 제품은 소비자 일상에 필요한 제품인 만큼 공략 포인트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비스포크 라인업을 기존 24종에서 27종으로 확대했다.
최익수 삼성전자 DA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한국은 2대 중 1대, 미국은 4대 중 1대를 비스포크 제품으로 판매해 프리미엄을 더 확대하는 게 삼성전자의 방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축은 OLED TV다. 작년 삼성의 OLED TV 판매량은 30만대 수준에 그쳤다. 당시 해외에서만 판매했던 터라 올해부터 국내로 범위를 넓힌 이상 판매량 확대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OLED TV 출하량은 작년 652만대에서 꾸준히 늘어 2026년 1054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사업부는 소극적인 출하량 목표치를 잡았다. 올해 출하량 목표치는 2억7000만대, 작년 출하량인 2억6000만대보다 소폭 올려잡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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