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VIP운용, JB지주·SM 주총 얼라인에 힘실었다두 곳만 반대표 행사…높은 불행사율 이유는 '우호적 행동주의'
황원지 기자공개 2023-05-08 08:12:59
[편집자주]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됐다.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주체는 자산운용사들이다. 자금을 맡긴 고객들의 집사이자 수탁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다짐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을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개별 운용사들의 조직체계와 주주활동 내역을 관찰·점검하고 더벨의 시각으로 이를 평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1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VIP자산운용이 올해 JB금융과 에스엠(SM) 주주총회에서 모두 얼라인파트너스 측 손을 들어줬다. 우호적 행동주의를 목표로 하는 VIP자산운용은 올해 주주총회 기간 보유기업에 대해 대부분 찬성 또는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았으나, 유일하게 JB금융지주와 SM에만 반대표를 던졌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이 회사 가치를 더욱 키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셈이다.◇JB금융·SM 주총서 얼라인 편…'조용한' 찬성표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중순부터 지난달 말까지 7개월여 동안 총 27개 주주총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모두 찬성 의결을 한 주주총회는 총 11개, 의결권 불행사를 선택한 건 총 14개였다. 반대표는 모두 JB금융지주와 SM 두 곳에 집중됐다.
올해 JB금융 주주총회에선 주주제안을 올린 얼라인파트너스와 JB금융 경영진 측이 격돌했다. 가장 충돌이 컸던 건 배당이다. JB금융지주는 보통주 현금배당 주당 715원을 제시했으나 이에 반대한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제안을 통해 주당 900원을 제시했다. 글로벌 금융사에 비해 환원율이 낮고, 타 금융지주와 달리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VIP자산운용은 JB금융에 10년 넘게 투자를 이어온 오래된 주주로 지분 0.86%를 보유하고 있다. VIP자산운용은 얼라인 측의 배당 관련 주주제안에 대해 “배당금 상향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판단해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주주제안이었던 김기석 사외이사 선임의 건도 찬성했다. VIP자산운용은 “후보자 경력 등을 검토한 결과 선임에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찬성 의사를 표했다.
이외에도 사외이사 임기제한 규정에는 기권표를 던졌다. JB금융은 사외이사 임기를 기존 5년에서 6년으로 확대해 임기 2년의 사외이사가 최대 3회 연임할 수 있도록 한 정관변경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얼라인파트너스는 “사외이사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돼 온 상황에서 연임 기간 확대는 견제 능력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반대표를 던졌다.
VIP자산운용은 “주주제안을 제시한 측의 의견도 합리적인 부분이 있으나,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등도 최대 임기가 6년으로 회사 의안과 일치하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며 기권표를 던졌다. 양측이 격돌하는 가운데 중립을 선언한 셈이다.
VIP자산운용은 그간 JB금융을 둘러싼 주주행동주의에 일종의 중립 입장을 고수해 왔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제기한 주주환원율이 낮다는 지적엔 공감하지만 VIP자산운용의 기본 방침이 회사 경영진에 대한 ‘우호적 행동주의’인 만큼 공세적 조치에 동참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얼라인파트너스의 제안이 주주가치 상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판단, ‘조용히’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SM 주주총회에서도 얼라인파트너스 측인 이사회에 손을 들어줬다. 반대 의결권 모두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주주제안에 행사됐고, 얼라인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이사회 측 안건엔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해 말 지분 18.5%로 SM 최대주주였던 이 전 프로듀서는 주주총회 전 이사회에 본인에 우호적인 인물을 추천하는 안건을 올렸다. 사내이사 이재상·정진수·이진화, 사외이사 강남규·홍순만·임대웅, 기타비상무이사 박병무, 비상근감사 최규담 등 선임 안건과 정관 변경 및 신설 규정 등을 포함해 모두 10개에 달했다. 하지만 이 전 프로듀서와 함께했던 하이브 측이 경영권 경쟁에서 발을 빼면서 상정한 안건이 자동 철회됐다.
결과적으로 얼라인파트너스 측 손을 들어준 셈이다. 철회된 안건 외에 이 전 프로듀서가 제안한 안건인 이사회 소집통지기간 연장 안건은 표결이 이뤄졌다. VIP자산운용은 이사회가 올린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VIP자산운용은 해당 안건에 대해 “유사 내용이나 이사회 제안이 우세하다고 판단한다”며 이 전 프로듀서 측 제안에 반대했다.
◇높은 의결권 불행사율, ‘우호적 행동주의’ 영향
VIP자산운용은 타 운용사에 비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다. 총 27개 주주총회 중 거의 절반인 14개에 달하는 주주총회의 안건에 모두 불행사를 택했다. 지누스, 삼성SDI, SKC, 메리츠금융지주, 코스모신소재, 동국제약 등이다.
이는 VIP자산운용의 신중한 ‘우호적 행동주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VIP자산운용은 그간 주주행동주의를 전개해 온 아세아의 주총에서 8개 안건에 대해 모두 의결권 불행사 결정을 내렸다. 이유로는 ‘주주행동주의 진행 중에 있으며, 금번 주총때 표결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다’는 점을 들었다. 아세아는 VIP운용의 요구에 배당률 상향을 결정했으나, 규모가 작아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종의 불만의 의사표현으로서 기권을 결정한 셈이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주주행동을 결정하기 전에 해당 기업에 대해 오랜 기간 분석을 진행한다”며 “결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큰 만큼 주요한 대상이 아닌 경우 불행사처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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