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국내 유일 '소송금융' 플랫폼…70조 시장 개척"민명기 로앤굿 대표 "탐색-선임-소송 밸류체인 아울러…변호사·의뢰인 '윈윈' 모델"
이장준 기자공개 2023-05-08 12:58:49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3일 11: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송 시장은 지난 15년간 연평균 9%씩 성장했다. 그런데 그중 70~80%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 '나홀로 소송'으로 진행된 데다 그 비중도 커지는 추세다. 소송과 변호사 수는 늘어나는데 심리적·경제적 요인 등으로 인해 의뢰인과 간극은 커지는 딜레마다.로앤굿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 모델로 '소송금융'을 내세웠다. 로앤굿이 의뢰인에게 변호사비를 먼저 지급하고 추후 의뢰인이 최종 승소한 경우에만 약정금을 되돌려받는 식이다. 영미권과 일본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모델인데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특히 기존 법률시장 파이를 갉아먹는 대신 70조원으로 추정되는 새 시장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리걸테크 플랫폼과 대한변호사협회 등 단체가 갈등하는 가운데 상생의 길을 열지 주목된다. 더벨이 민명기 로앤굿 대표이사(사진)를 만나 청사진을 들어봤다.
◇변호사 1000명 이상 회원 등록…중대형 로펌도 찾는 소송금융 서비스
로앤굿은 2020년 5월 설립돼 3년 정도 업력을 쌓은 리걸테크 스타트업이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비롯해 미래에셋벤처투자, HB인베스트먼트, 스프링벤처스, 한빛인베스트먼트, 나우IB캐피탈 등으로부터 100억원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리걸테크 분야에서 최단기간에 거둔 성과다.
현재 매달 약 20만명의 의뢰인이 로앤굿 홈페이지를 방문하며 연간 기준으로는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사건이 플랫폼 내에 등록되고 있다.
또 1000명 넘는 변호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전체 개업 변호사의 5% 수준이다. 리걸테크 업계에서 변호사 회원 1000명이 넘는 곳은 로톡(약 2000명)과 로앤굿뿐이다. 다만 로톡의 업력은 11년이 넘었음을 고려하면 로앤굿의 가파른 성장세를 엿볼 수 있다.
로앤굿은 현재 플랫폼에서 크게 세 가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여러 변호사로부터 제안서를 받고 상담할 수 있는 '법률상담' △변호사를 선임할 때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소송금융' △변호사 선임 이후 소송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사건관리'가 여기 해당한다.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론칭한 소송금융은 승소 가능성이 높은 의뢰인에게 변호사 비용(착수금)을 지급하고 최종 승소 시에만 약정금을 상환하는 형태의 서비스다. 의뢰인이 최종 승소하면 미리 약정한 약정금을 지급받으며 수익을 창출하지만 패소할 경우 소송금융 회사의 손실로 처리돼 대출로는 볼 수 없다.
이미 해외에서는 자리 잡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영미권에서는 20여 년 전 처음 출시돼 큰 시장이 형성돼 있다. 미국 상장사 버포드(Burford)가 소송금융에 활용하는 펀드 규모만 3조~4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와 변호사법과 금융법 등이 유사한 일본에서도 약 4년 전 처음 출시돼 일본 변호사협회 회장이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전문직과 플랫폼 간 갈등도 많은 데다 지난 3년간 서비스를 하며 단순히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해 수수료를 받는 건 비즈니스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작년에 6개월간 철저히 준비해 서비스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소송금융은 변호사에게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기존 법률시장 파이를 뺏는 게 아니라 기존에 사업화하지 않은 새 시장을 개척한다. 개업 변호사 매출은 3조원(대형 로펌 제외)에 불과하지만 의뢰인 청구금액이 7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따져봐도 추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로앤굿은 소송금융을 통해 착수금은 조금 주고 성공 보수를 많이 주고 싶은 의뢰인과 착수금을 많이 받고 싶은 변호사의 엇갈린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로스쿨 도입으로 10년 새 변호사 수가 2배 이상 늘며 수임경쟁이 심화한 업계에서도 이를 반길 것으로 관측했다.
출시 초반 반응도 좋다. 민 대표는 "국내 최초로 서비스를 론칭한 지 두 달 만에 플랫폼 내에서 월 100건에 달하는 사건의 소송금융 신청이 들어오고 있고 벌써 10건에 가까운 소송금융 집행을 했다"며 "특히 중대형 로펌까지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법무법인 오킴스와 소송금융 서비스 제공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오킴스는 의료·부동산·가사·상속소송 등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전문 로펌의 착수금이 상대적으로 높아 의뢰인에게 부담을 줬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해 로앤굿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할 때 가장 주목받은 서비스 역시 소송금융이다. 민 대표는 "소송금융은 소송 결과(승소)를 놓고 투자한다는 점에서 VC 투자와 성격이 굉장히 비슷한 측면이 있다"며 "금융업계에서 이를 일종의 대체투자 자산으로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펀딩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법률상담 서비스는 변호사가 수임제안서를 의뢰인에게 발송할 때 발송료를 지불하는 사업 모델이다. 사건관리 서비스는 지난해 법원 기일관리 앱 '케이스마스터'를 인수하면서 선보인 구독 모델이다.
타사 전사적자원관리(ERP) 모델의 경우 월 2~3만원대 구독료를 지급받는데 로앤굿은 월 1만원 수준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는 플랫폼과 사건관리 서비스 앱이 별도로 나뉘어 있는데 오는 6월 통합할 예정이다.
◇법률 여정에 맞는 종합서비스 제공…AI 접목 차별화
이를 통해 로앤굿은 변호사 선임과 관련해 '변호사 탐색(상담)–선임 비용 지급–선임계약(전자계약)–선임 후 사건관리' 등 과정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추후 추가 서비스를 얹을 계획도 안고 있다.
민 대표는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건 의뢰인의 법률 여정에 맞는 일련의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것"이라며 "변호사 선임을 망설이는 의뢰인들의 비용 장벽과 심리적 장벽을 낮출 근본적 해결책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확보한 데이터를 AI와 결합하는 시도도 이어진다. 법률상담 챗봇과 일반인을 위한 AI 판례검색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법률상담 챗봇은 30만건에 달하는 사건 의뢰 데이터를 기반으로 Q&A 형태로 학습시키면 정확도 높은 답변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챗봇을 통해 의뢰인과 가벼운 질의응답을 하면 변호사에게 상담받기 전 심리적 거리감을 좁혀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MOU를 맺은 위커버와 협업해 이달 중 이혼 분야에 특화한 AI 챗봇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AI 판례검색의 경우 그동안 변호사들이 주로 법적으로 의미 있는 판례를 찾아왔다면 일반인들이 일상용어로 판례를 찾고 쉽게 요약해서 제공받을 수 있는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로앤굿은 의뢰인이 자기 사건을 쟁점별로 기재해 사건을 의뢰하는 구조로 돼 있어 어떤 사건과 판례를 찾고 싶어 하는지 정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로앤굿은 다른 주요 리걸테크 회사와 달리 법률서비스를 의뢰인 중심으로 혁신하는 것을 비전과 미션으로 하고 있다"며 "법률시장의 소비자 입장에서 서비스의 효용을 극대화해야 변호사들 역시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가온그룹, ESG보고서 발간 지속가능경영 박차
- SK스퀘어 경영진 성과금, NAV 할인 개선폭 따라 준다
- 미래에셋생명 변액보험, '일석삼조' 재테크 상품
- 비브스튜디오스, AI 포토부스 '스냅파이' 기술력 선봬
- [렉라자 주역 ‘오스코텍’의 지금]자회사 제노스코가 갖는 의미, 상장은 득일까 실일까
- 대웅제약, 막강한 '신약효과'의 명암 '개발비 손상 확대'
- [Company Watch] 인력재편 끝낸 케이엠더블유, 6G 대비 '선택과 집중'
- [LG그룹 인사 풍향계]위기의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역할 남았다
- [LG그룹 인사 풍향계]LG엔솔, 임원 승진 역대 최소…김동명 대표, '유임 성공'
- [현대차그룹 CEO 성과평가]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전동화·전장·비계열’ 다각화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