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08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에 실패하면 다 짐싸서 집에 가려고 했습니다."얼마 전 만난 케이피에스(KPS)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3월 케이피에스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업 '세기리텍'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전기차 배터리 주연료 생산업이 시기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터라 케이피에스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담은 종목 리포트가 잇따르고 있다. 축배의 잔을 권하자 모든 것을 건 각오로 세기리텍 인수전에 임했다는 소회를 전해왔다.
케이피에스는 장기간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본업인 디스플레이 패널 공정용 인장기 제조 사업은 업황 악화로 수주는 줄고 원가는 올라 2년째 적자다. 2020년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어 차근차근 파이프라인을 확장해왔으나 사업 특성상 넉넉한 이익을 거두기까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연결 기준으로 2019년부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세기리텍은 적기에 나타난 훌륭한 매물이었다. 욕심낸 이유는 라이선스 때문이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업에 진출하기 위해선 주민동의 등 환경 관련 각종 인허가가 필요해 세기리텍을 포함해 고려아연, 중일, 상신금속, 단석산업, 삼지금속공업, 국제금속, 화창 등 8곳의 사업자 외에 추가 진출이 어려운 구조다. 무엇보다 세기리텍이 리튬전지 리사이클링에 필요한 기술 특허를 이미 보유하고 있단 점은 투자 매력도를 더했다.
매력적인 매물인 만큼 인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케이피에스는 세기리텍 인수전 초기 시점에 뛰어들었다. 스토킹호스(Stalking-horse) 방식으로 진행된 딜에서 올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만 해도 세기리텍의 몸값은 그리 높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영풍그룹과 SM그룹, 풍전비철 등 대기업이 잇달아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은 날로 높아져 갔다. 최종적으로 캐이피에스는 333억원을 지불해야 했다.
경쟁자를 물리친 케이피에스는 '배보다 배꼽이 큰' 기업이 됐다. 케이피에스 본사와 디스플레이 장비 개발 자회사 케이엠티, 바이오 자회사 케이피피 등이 지난해 기록한 총 매출액은 124억원이다. 같은 기간 세기리텍이 기록한 별도 매출액은 866억원으로 케이피에스와 기존 자회사 매출액을 모두 합쳐도 세기리텍 하나만 못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력 사업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인수가 끝은 아니다. 케이피에스는 올해 목표를 연결 흑자로 설정했다. 세기리텍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게 분명하다. 다만 기존 디스플레이 장비업이 예정된 수주가 지연되거나 매출원가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연결 실적이 삐끗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케이피에스는 모든 변수를 고려하고 세기리텍의 생산관리, 디스플레이 해외 영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진정한 '배수진의 힘'은 내년 초 케이피에스의 성적표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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