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지주사 요건 점검]DB, 지주사 적용 제외...재진입 가능성은⑦자산 6000억→4000억 축소, 계열사 DB하이텍 주가 변동 여파
박규석 기자공개 2023-05-15 11:00:09
[편집자주]
중소 지주사들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존속 여부를 두고 주판을 튕기고 있다. 수입배당금 익금불산입과 같은 세제 혜택 등이 희석되고 있어 공정위의 규제를 받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남을지를 고민하는 분위기다. 지주사를 유지하더라도 오는 2027년 6월까지 상향된 자산 요건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잔존한다. THE CFO가 중소 지주사들의 공정거래법 요건 충족 여부를 짚어보고 이에 따른 향후 자산 관리 전략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9일 14: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 Inc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에서 제외됐다. 자산 요건 등의 변화로 관련 기준을 충족시킨 지 약 1년 만이다. 다만 주요 계열사인 DB하이텍의 주가가 상승할 경우 지주사로 재진입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DB의 향후 계획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지주사 골격만 갖춘 'DB그룹'
DB그룹은 크게 보험과 금융, 제조서비스 등 3가지로 구분된다. 각각의 사업부문은 DB손해보험과 DB금융투자, DB하이텍 등이 중심을 맡고 있다. 계열사들을 관리하기 위해 DB그룹은 지주사 체제는 아니지만 그 골격은 갖추고 있다. DB가 DB하이텍 등 제조부문을 거느리고 있으며 DB손해보험이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DB의 경우 2022년 말 기준으로 계열사의 대부분을 소수 지분으로 거느리고 있다. DB월드와 DB하이텍은 각각 33.97%와 12.42%를 보유하고 있고 DB메탈은 8.74%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DB가 회사 차원에서 확보한 주식 수는 많지 않지만 오너일가인 김준기 창업회장과 그의 장남 김남호 회장, 기타 DB그룹 계열사 등이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형태다. DB에서 종속회사로 분류되는 기업은 지분 100%를 보유한 DB에프아이에스뿐이다. DB에프아이에스는 IT시스템 운영이 주요 사업이다.
같은 기간 김남호 회장은 DB의 지분 16.83%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15.91%를 가지고 있으며 그의 장녀 김주원 부회장은 9.87%를 보유하고 있다. 김남호 회장 등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DB의 총지분율은 43.85%다.
DB의 이러한 지배구조는 그동안 크게 문제 될 부분이 없었다. 주식이 분산돼 있어 소액주주 등과의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사업 자체에 부담을 주는 일은 없었다. 경영 측면에서도 김남호 회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가 일단락된 만큼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토대 다지기 역시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2021년 말 개별 기준으로 DB의 자산총액이 5000억원을 넘어서면서 분위기는 바뀌게 됐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이 5000억원이 넘고 자회사 지분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지주비율) 이상이면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DB 입장에서는 자산총액 등의 증가로 지주사 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었다.
◇지주사 전환의 중심 DB하이텍
DB의 2021년 말 기준 자산총액은 6104억원이었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기준을 충족시게 되면서 2022년 5월 11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전환 신고에 따른 심사 결과를 받았다. 기준일은 2022년 1월 1일부터였다.
자산총액이 5000억원을 넘어선 배경에는 지분 12.42%를 보유한 DB하이텍의 공정가액(장부금액)이 있다. DB하이텍의 공정가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DB의 자산도 함께 늘어 자산 기준을 넘어서게 됐다. DB하이텍의 공정가액이 DB의 자산에 영향을 미친 이유는 관련 주식이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OCI)'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DB가 사용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FV-OCI로 처리된 금융자산의 평가손익은 기타포괄손익으로 반영돼 자본금에 영향을 준다. 이익나 손실이 발생해도 자본금이 늘거나 줄어든다는 얘기다. DB는 시장성 있는 지분증권의 공정가액을 보고 기간 말 현재의 주식 종가로 측정한다. 보고 기간 말 현재 종가가 없는 경우에는 직전 거래일의 종가를 사용한다.
DB하이텍이 DB의 FV-OC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2022년 말 기준 DB의 FV-OCI는 2064억원이며 이중 DB하이텍은 99% 수준인 2048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자산에서 FV-OCI가 차지하는 비중은 48%다. DB의 자산총액이 6104억원을 기록했을 당시 전체 FV-OCI는 4093억원이었고 이중 DB하이텍의 공정가액은 4008억원이었다. 이는 DB 자산총액의 약 66%로 지주 비율 50%도 넘는 수치다.
다만 DB하이텍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DB의 자산총액 역시 함께 감소했다. 주가가 공정가액 측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DB하이텍의 주가 하락이 DB의 FV-OCI 축소로 이어진 셈이다. 실제 2021년 12월 30일 기준 DB하이텍의 종가는 7만2700원이지만 지난해 종가(12월29일)에서는 3만7150원까지 줄었다.
결국 DB는 지난 5월 3일 공정위로부터 지주사 적용제외 신고에 따른 결과를 통지받았다. 기준일은 자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시점인 2022년 12월 31일이며 DB는 향후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요건 충족여부에 관해서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는 DB가 지난해와 유사한 형태로 지주사 전환을 할 가능성이 잔존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선 지주사 전환과 적용제외 모두 그 중심에는 DB하이텍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DB하이텍의 주가 상승으로 DB의 FV-OCI가 늘어날 경우 자연스럽게 전체 자산의 증가가 수반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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