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재무분석]소노인터내셔널, 붙였다 뗀 '건설'…진짜 목적은④부채 700억 줄고, 자본 140억 늘어…서준혁 회장 누나가 '대표'로
이경주 기자공개 2023-05-15 11:01:16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9일 08:1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명소노그룹이 2021년 단행한 지배구조 재편엔 특이점이 하나있다. 주력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이 자회사 대명건설을 흡수합병했는데 불과 2년 만인 올 초 다시 인적분할로 떼 내는 결정을 했다. 사업적 목적을 위해서라면 비효율적이다. 비용과 직원혼선을 생각하면 애초 합병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이에 주목되는 두 가지 변화가 있다. 우선 경영자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서준혁 그룹회장의 누나인 서경선 제주동물테마파크 대표가 대명건설을 합병 직전 경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할로 재탄생한 대명건설은 재무상태가 몰라보게 개선됐다. 부채가 700억원 가까이 줄고 자본은 늘었다. 서 회장이 승계구도에서 일찌감치 배제된 누나를 배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룹 건설수요로 매출, 합병 전 부채비율 400% 육박
대명건설은 그룹의 모태회사다. 창업주인 고(故) 서홍송 회장이 처음 설립한 1979년 설립한 회사가 '대명주택'이란 건설사다. 대명주택은 1986년 동원토건이라는 토목회사를 인수한 후 현재 사명으로 바꿨다.
건설업을 기반 삼아 리조트와 호텔, 골프장 등 레저산업으로 확장한 그룹이다. 현재는 대명건설이 그룹 일감에 상당부문 의지하고 있다. 계열사들이 리조트나 호텔, 골프장을 새로 짓거나 확장할 때 대명건설이 건축을 전담한다.
합병 전 실적과 함께 재무가 악화되는 이슈가 있었다. 2019년 영업손실 201억원을 기록했고, 그 여파로 유동성이 부족해져 대규모 차입으로 이어졌다. 2018년 말 32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이 2019년 말 557억원으로 불었다. 부채비율도 2018년 말 76.3%에서 2019년 말 365%로 크게 뛰었다. 2020년 말엔 396.5%로 더 높아졌다.
그리고 2021년 3월 3일 소노인터내셔널이 대명건설을 흡수합병하면서 존속법인의 건설부문으로 바뀌었다. 소노인터내셔널이 비상장사라 한동안 건설부문 실적과 재무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다 이달 소노인터내셔널이 공시한 연결감사보고서에 건설부문 인적분할과 재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됐다.
분할을 결정(이사회 결의)한 시점은 2022년 12월 1일이다. 그리고 올 2월 1일에 건설부문을 인적분할해 대명건설을 다시 만들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배경에 대해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 객관적 성과평가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책임경영체제를 확립시키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다만 불과 2년만에 원상복귀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건설부문은 재무가 크게 개선된 상태였다. 지난해 말 부채총계는 816억원으로 합병 직전인 2020년 말(1506억원) 대비 700억원 가까이 줄었다. 반대로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520억원으로 2020년 말(380억원) 대비 140억원 늘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56.9%가 됐다. 합병 전(393.4%)보다 239.6%포인트 하락했다.
◇독립 원했던 서경선 대표…건설부문 떼어 받나
결과적으로 재편의 결과로 바뀐 건 주주와 재무다. 소노인터내셔널 자회사에서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을 가진 회사가 됐다. 인적분할을 했기 때문에 현 소노인터내셔널 주주가 곧 대명건설 주주가 된다. 다만 소노인터내셔널은 주주명부를 상세히 공개하지 않는다.
지난해 말 기준 ‘박춘희씨 및 특수관계자’가 지분 77.03%를 보유하고 있다고만 기재한다. 박춘희 명예회장은 서준혁 회장의 모친이다. 다만 업계에선 박 명예회장과 서 회장 지분이 대다수 일 것으로 추정한다.
박 명예회장은 슬하에 서 회장과 서경선 대표, 서 회장의 여동생 서지영씨 등 1남 2녀를 두고 있다. 그런데 2001년 창업주가 별세했을 때 박 명예회장이 당시 미성년자였던 서 대표와 지영씨의 상속권 포기 절차를 대신 받았다. 이에 당시 주력사인 대명콘도(현 소노인터내셔널) 지분을 박 명예회장이 37.7%, 서 회장이 36.4%씩 나눠 갖았다. 장녀와 차녀가 일찌감치 경영권에서 배제된 셈이다.
여기에 한 가지 사실이 추가된다.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서경선 대표는 2020년 8월 처음으로 대명건설 대표로 취임했다. 합병 반년 전 시점이다. 대명건설은 그간 전문경영인들이 경영을 했던 곳이다. 그리고 올 초 법인이 부활하자 서 대표가 다시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서 대표는 지분구도에선 배제됐지만 경영엔 관여해왔다. 2019년 3월까지 대명티피앤이 대표이사를 맡았었다. 대명티피앤이는 골프장과 테마파크 사업을 하는 계열사로 역시 2021년 3월 소노인터내셔널에 흡수합병됐다.
서 대표는 2019년 2월 개인회사 서앤파트너스를 세워 독립을 도모하기도 했다. 그해 서앤파트너스는 소노인터내셔널(당시 소노호텔앤리조트)의 자회사였던 제주동물테마파크 지분 100%를 138억원(취득원가)에 인수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제주도 조천읍 선흘리에 동물생태공원과 숙박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 대표가 대명건설 최대주주에 오르는 시나리오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모친인 박 명예회장이 인적분할을 통해 보유하게 된 대명건설 지분을 서 대표에게 상속하면 된다.
박 명예회장이 가치가 훨씬 큰 소노인터내셔널 지분까지 서 대표에게 일부 줄 경우 재원은 더욱 풍부해진다. 서 대표가 상속받은 소노인터내셜 지분을 대명건설의 다른 주주(서준혁 회장 등) 지분과 맞바꾸는 식으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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