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15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2.0을 지원하는 D램을 개발했다. CXL 2.0 D램은 메모리 전반의 용량 및 대역폭을 획기적으로 확장시키는 만큼, 빅데이터를 다루는 데이터센터·기업용 서버의 운영비 절감 및 효율화가 기대된다.

올해 서버용 D램 시장이 모바일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예측보다 더뎠던 DDR5 교체가 올해 3분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연내 양산에 나서는 삼성전자의 CXL 2.0 D램은 글로벌 시장의 차세대 서버 전환을 이끎과 동시에 수혜 효과도 함께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최초 CXL 2.0 D램, 유휴 메모리 사용성↑

삼성전자는 최근 CXL 2.0을 지원하는 128기가바이트(GB) CXL D램 개발을 공식화했다. 이번 CXL 2.0 D램 개발은 업계 최초다. CXL은 고속 인터페이스 규격인 PCIe 5.0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CXL 컨소시엄을 주체로 2019년 첫 규격이 제시됐으며, 이번 신규 128GB CXL D램에 적용된 CXL 2.0은 지난 2020년 발표됐다.

CXL은 시스템 메모리의 전반적인 성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메인 D램과 공존하는 CXL D램이 대역폭과 용량을 크게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기존에 좁고 느린 2~3갈래 길에 불과했던 데이터의 길을 CXL D램이 넓고 빠른 5~6갈래 길로 만들어주는 셈이다.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규모가 늘어난 만큼 병목 현상으로 인한 지연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번 CXL 2.0 D램 개발의 중요한 의의 중 하나는 메모리 풀링의 도입이다. 메모리 풀링은 CXL 2.0부터 지원되는 기능으로, 간단히 말해 여러 시스템 내 메모리를 가져와 사용할 수 있다. 메모리를 필요한 만큼 나누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잔존하는 유휴 영역 없이 메모리 전 용량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CXL 2.0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경우 서버 구성에 요구되는 DRAM의 용량을 10% 내외로 줄일 수 있다"며 "데이터처리량 증가 및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용량·대역폭 향상도 중요하지만, 증설에 따른 투자·운영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의 중요성도 높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D램 등 서버 구축에 많은 비용이 요구되지만, 비용 대비 실제 메모리 활용률이 높지 않다는 문제가 존재해왔다. 메모리 풀링을 적용한 CXL 2.0 D램을 탑재 시 데이터센터에서 더 효율적인 메모리 사용이 가능해 서버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 서버 운영비를 절감한 만큼, 이를 메모리에 재투자하는 형태도 기대된다.

◇메모리 초격자, DDR5 전환 더딘 서버시장에 활력 부를까

트렌드포스 등 시장 조사기관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D램 전체 생산량에서 서버용 제품의 비중이 모바일용 제품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한계 도달과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등 대규모 데이터처리를 위한 데이터센터·기업용 서버 증설 영향이다.

이에 삼성전자 역시 2020년 23.1% 정도였던 삼성전자 D램 매출 중 서버용 비중을 지난해 약 28%까지 늘리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번 CXL 2.0 D램 개발은 삼성전자의 서버용 메모리 초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다. 현재 DDR5 전환이 예상보다 둔화된 가운데 기술 경쟁력 강조를 통해, 글로벌 서버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내 양산도 목표한다고 밝힌 만큼, 삼성전자는 CXL 2.0 D램에 대한 유의미한 수요 및 채용 가능성을 글로벌 데이터센터 및 기업으로부터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128GB 용량을 먼저 내놨지만, 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요에 따라 다른 용량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빠르게 진전될 것이란 평가가 나왔던 데이터센터 등 서버의 DDR5 전환이 당초 예상보다 1~2분기 정도 미뤄진 상태"라며 "데이터센터 증설과 운영비 등이 주된 원인 중 하나로, 3분기부터 회복세가 시작돼 D랩 수요 등이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