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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에너지 road to IPO]'2차전지 장비 대어' 몸값은 낮추고 실리는 올렸다①합리적 PER·할인율 제시, 상단 기준 3200억 밸류…220억 규모 모회사 환원책도 이목

조영갑 기자공개 2023-05-25 08:24:05

[편집자주]

2차전지 장비 대어로 평가되는 필에너지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우수한 레이저 공정 기술과 안정적인 판로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의 톱티어 메이커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더벨이 타사의 이정표가 될 모회사 환원책, R&D 플랜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3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반기 공모시장의 '대어'로 평가받는 필에너지가 공모과정에 돌입하면서 투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수요예측 흥행을 위해 몸값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모회사(필옵틱스) 주주를 대상으로 강화된 환원책을 제시한 필에너지는 상장을 통해 글로벌 2차전지 장비 메이커로 거듭난다는 포부다. 2대주주 삼성SDI와의 결속을 다지면서 신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로드맵도 밝혔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필에너지는 지난 18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유상증자 공모의 닻을 올렸다. 총 218만2500주를 공모하는 필에너지는 공모가 밴드를 2만6300원~3만원으로 설정하고, 740억~844억원의 공모자금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6월 13~14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19~20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필에너지는 유입된 공모자금을 연구개발(85억원), 시설투자(150억원), 운영자금(185억원), 차입금 상환(70억원) 등에 활용한다. 필옵틱스 본사 인근에 2500억원(매출액 기준) 수준의 신규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신규 공정 장비 출시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필에너지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공정용 장비 제조사 필옵틱스의 자회사다. 2020년 4월 필옵틱스에서 2차전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독자적인 레이저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레이저 노칭(Laser Notching) 장비를 양산공급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2020년 10월 삼성SDI의 지분투자(20%)를 받은 데 이어 신공정으로 분류되는 스태킹(Stacking) 설비를 개발, 납품을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스태킹은 극판을 돌돌 말아주는 와인딩과 달리 극판을 잘라 차곡차곡 쌓는 방식의 공정이다. 공정 난이도가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방전 반복시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swelling) 현상도 적어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필에너지는 삼성SDI향 공급선을 토대로 지난해 매출액 1897억원, 영업이익 16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 매출액 730억원, 영업이익 75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공모 과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밸류에이션의 준거가 되는 피어그룹(유사기업)이다. 필에너지는 피어그룹 선정 과정에서 실적 규모가 유사하지만, PER 배수(P/E Multiple)가 40배수 이상인 '고밸류' 그룹은 제외하고, 30배수 수준의 기업을 선정했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설비 부문의 회사도 제외했다. 2차전지 공정용 장비 제조사 피엔티(시총 1조1484억원), 에이프로(시총 2307억원), 엔시스(시총 1280억원) 등이다.

업계에서는 필에너지가 2차전지 조립 공정 상에서 독자적인 레이저 노칭 및 스태킹 기술력을 보유, 한 해 2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고 있음에도 비교적 '겸손한' 밸류를 설정했다는 평가다. 필에너지는 피어그룹 평균 PER배수인 27.9를 적용, 4만1404원의 상대가치 주당 평가액을 산출하고 다소 높은 할인율(36.48% ~ 27.54%)을 적용해 3만원(상단)의 희망공모가를 써냈다. 상단으로 확정되면 상장 시총은 약 3200억원 가량이다.

IB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섹터의 PER 배수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고밸류보다 안정적인 공모를 통해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합리적 몸값을 제시한 만큼 수요예측 과정에서 흥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필에너지 공모 과정에서 특기할 만한 요소는 모회사 '주주환원'이다. 2020년 필옵틱스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된 필에너지는 기업공개 준비 과정에서 수차례 필옵틱스 주주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의견수렴에 공을 들였다. 유망 사업부문의 분할로 모회사 주주의 권익이 훼손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필옵틱스와 필에너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잇따라 간담회를 개최하고, 올해 4월 말 확정된 주주환원책을 공시했다. 환원 규모는 당초 120억~170억원 수준에서 의견수렴을 거치며 총 160억원~220억원(2022년~2023년 사업연도 기준)으로 대폭 확대됐다. 필옵틱스 현 시가총액(2241억원)의 10%에 해당하는 액수다.

특히 현물배당(주식)의 규모를 대폭 늘렸다. 필에너지의 IPO 공모 물량의 20%를 필옵틱스 일반주주들에게 배당한다. 일반주주 배정 물량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보유주식, 자기주식은 제외된다. 필옵틱스 관계자는 "(모회사 주식)100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3.6주를 배당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현금배당 역시 필옵틱스 당기순이익의 15%, 필에너지 구주매출 금액의 10% 규모로 지급된다. 필옵틱스 일반주주(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자 보유주식, 자기주식 제외)는 2022사업연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15%(지급)와 필에너지 IPO 공모 시 구주매출 금액의 10%를 차후 지급받는다. 내년 역시 2023사업연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15%와 필에너지 결산 배당 시 필옵틱스 귀속 분의 50%를 배당받는다. 상장 이후 자사주 매입과 소각 역시 진행된다.

필옵틱스 관계자는 "밴드 상단가를 적용하면 주주환원 규모는 250억원 이상이 되고, 상장 후 주가가 상승할 경우 더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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