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충전 인프라 시장 분석]힘의 균형, LG그룹 쪽에도 실릴 것으로 보이는 이유③충전기 제조와 플랫폼 운영에 일가견...국내 시장 중간 다리 삼아 북미 향할 듯
이호준 기자공개 2023-05-24 07:19:02
[편집자주]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다양한 기회가 존재하는 곳이다. 실과 바늘이라는 말처럼 최근 몇 년간 세계적인 전기차 보급 증가 추세로 관련업계 역시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가 커지면서 경쟁자도 많아졌다. 심지어 SK나 LG와 같은 대기업들이 기존 영세 중소사업자와 파이를 나눠먹는다. 결국 시장 재편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누가 패권을 장악할 것인가, 업계는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제조·설비 업체부터 충전사업자(CPO)까지 국내 대기업들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진출 현황을 더벨이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2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로운 경쟁사의 등장은 언제나 긴장된다. 지난달 기업설명회(IR)에서 LG전자가 올 상반기 중으로 첫 번째 전기차 충전기를 시중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업계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그룹 내 또 다른 계열사 LG유플러스도 현재 베타 서비스 중인 전기차 충전소 검색·예약 플랫폼 '볼트업'을 역시 상반기까지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갖가지 기대가 쏟아지는 가운데 LG그룹의 성패 전망을 압축하면 '확장성이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에서 LG그룹이 국내 판매 시장을 주로 겨냥하고 있는 만큼 한국을 넘어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을지, 가입자 쟁탈전에서는 승리할 수 있을지에 따라 시장 판도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밸류체인의 핵심 'LG전자·LG유플러스'
LG그룹은 지난해 사업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시도했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전기차 충전기 제조 업체인 애플망고(AppleMango) 지분 60%를 사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애플망고는 얼마든지 위로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전력이다. 전기차 충전기를 제조할 수 있는 원천기술(완속·급속)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LG전자는 2018년부터 씽크탱크인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에서 전기차 충전기 관제(실시간 모니터링 및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왔다. 애플망고 인수로 단순히 전기차 충전기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 직접 제조하고 생산할 수 있는 역량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또다른 중요한 변화는 이동통신 계열사에서 일어났다. 섬세한 설계와 고품질의 제조업체인 LG전자라도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주유소와 구독서비스 등 고객 접근성을 높일 만한 네트워크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LG그룹은 자기네 생태계로 이끌어주는 충전사업자(CPO)가 필요했고, 충전기 제품을 서비스와 연동하는 계열사가 필요했다.
이 역할은 LG유플러스의 몫이다. 전기차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시설과 상업시설, 거주지 등에서 수요를 빨리 찾아내 충전기 운영 및 관리·감독의 역할을 맡는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충전 통합 플랫폼 앱 '볼트업'을 베타 서비스 중이다. 상반기 중 공식 출시할 예정이고 통신사 할인 등의 유인책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 기대되는 건 LG그룹이 얼마만큼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라며 "충전기 전략 판매 외에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열사 시너지 등이 무궁무진해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설명했다.
◇계열사별 컨트롤 타워 확립, '상반기 중' 제품 출시 예정
하지만 지금 LG그룹만큼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춘 곳은 많다. 작년부터 시장 침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SK그룹이나 GS그룹에 비해 참여가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참여 대기업도 더 많이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충전기 제조와 플랫폼 운영에 일가견이 있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별로 전기차 핵심 부품의 모든 밸류체인을 공략하겠다는 게 LG그룹의 구상이다.
이미 사람도 컨트롤 타워도 있다. 예컨대 LG전자는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B2B(기업간거래) 사업을 맡는 BS사업본부 산하에 전기차 충전 사업을 전담하는 EV충전사업담당을 신설했다. EV충전사업담당의 조직 구성은 크게 영업·엔지니어링팀(10명), 사업기획팀(8명), 상품기획팀(7명)으로 나뉘며 PMI(조직통합작업)를 진행 중인 애플망고와는 협력 관계를 유지 중이다.
LG유플러스도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전담 조직인 'EV충전사업단'을 신설했다. 이전까지는 최고전략책임자(CSO) 조직 주도로 관련 사업을 준비해 왔다. 다만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볼트업은 베타 서비스 단계라 아직 계열사 간 긴밀한 협업을 하고 있지 않다"며 "가입자 수, 수익 등도 현재로선 비공개"라고 답했다.
결국 관건은 확장성이 될 전망이다. LG그룹의 시선이 향후 북미로 향할 것이라는 업계 내 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K시그넷처럼 전기차 충전 인프라 사업자로서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내기 위해선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북미 시장에 초점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규모는 2022년 32억달러(4조원)에서 2030년 241억달러(31조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LG전자의 첫 전기차 충전기와 LG유플러스의 플랫폼 '볼트업'은 올 상반기 국내에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LG그룹의 전장·부품사업을 지속시키는 중간 다리이자 해외 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늠케 하는 한국에서의 승부가 점차 다가오는 분위기다.
LG그룹 관계자는 "애플망고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에서도 충전기 제조 기술력을 인정 받을 수 있게 노력하고 이다"며 "현재 매년 두 배씩 성장하는 회사라는 비전을 갖고 사업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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