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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마스턴운용의 성장통 [thebell desk]

김장환 건설부동산부장공개 2023-06-16 13:56:04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4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자산운용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예고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곳이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급성장한 곳들로 당국 조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전부터 잡음이 많다. 일단 구설에 오른 부분이 '똑' 닮은 꼴이다. 조갑주 전 이지스자산운용 대표는 가족이 투자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대형 마스턴투자운용 대표 역시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에 개발사업을 넘겨줘 사익을 편취했다는 의혹이 있다.

사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안들이다. 시행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는 국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들의 현실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짚고 넘어갈만한 구석이 있다. 불과 10년여 단기간에 급성장을 했지만 그에 걸맞은 당국 관리·감독은 받지 않아왔다는 점이다.

항간에 거론되는 것처럼 앞서 문제들이 자본시장법과 부동산투자회사법 위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취지 자체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안이라면 개선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도덕적 해이란 잣대만 가지고 무작정 '죽일 기업'처럼 비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부동산 투자 시장이 태동기부터 성숙기에 접어들기까지 이들 운용사가 시장에 미친 영향, 순기능 역시 상당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은 외국계의 텃밭이었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상업용 오피스 거래를 대기업이 사용할 '사옥'을 구하는 정도로만 한정해 생각하던 시기다. 당시 연기금과 자산가들은 '실사용'에만 초점을 뒀지 '수익성'에 방점을 찍고 투자 관점에서 오피스를 바라보지 않았다.

외국계 '큰손'들은 달랐다. 1997년 IMF가 터진 이후 경제가 어지러웠던 당시에 모건스탠리(서울스퀘어), 메릴린치(미래에셋센터원) 등 글로벌 거대 자본들이 한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상당한 국부유출이 일어났다.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게 론스타 사례다. 현대산업개발 소유였던 스타타워를 2001년 6300억원에 매입하고 3년 뒤 싱가포르투자청(GIC)에 90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단기간에 43%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정작 론스타는 납세 의무는 피해가려고만 했다. 세무당국이 수천억원대 세금을 부과하자 수년 동안 소송을 진행했다. 10년만에 끝난 소송에서 우리 정부는 일부 승소했으나 론스타는 수천억대 차익을 고스란히 손에 쥐고 떠났다. 국내 운용사들과는 전혀 다른 면이다.

일각에선 '부정적인 면보다 론스타의 유산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외국계 '먹튀' 논란이 국내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 제도가 정비되고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와 부동산 펀드 등의 법률 완비를 부른 마중물이 됐다. 특히 긍정적인 면을 꼽아보자면 상업용 부동산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토종 자산운용사의 탄생을 들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코람코다. '토종 1세대' 부동산 투자운용사로 볼 수 있는 코람코는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이규성 전 회장이 공직에서 물러나면서 2001년 창업한 회사다. 외환위기 직후 부채상환을 위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려는 기업들이 속출하던 상황에 기업구조조정(CR) 리츠 운용 사업을 전문 영역으로 삼아 태어났다.

선진시장의 투자기법을 국내에 정착시킨 코람코의 탄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부동산 투자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출현도 불가능했다. 코람코에 뿌리를 두고 만들어진 곳이 바로 '2세대'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이다. 조갑주 전 대표, 김대형 대표 모두 코람코 창립 초기 멤버로 한솥밥을 먹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0년 설립된 지 12년여만에 아시아 시장 부동산 운용자산(AUM) 규모2위 업체로 올라섰다. 이 기간 마스턴투자운용 AUM은 35조원으로 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프랑스와 폴란드, 하와이 등 해외 부동산펀드 투자 범위를 넓히며 급성장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종합자산운용사를 제외한 독립계 자산운용사 중에서는 이지스와 마스턴을 국내 '원투'로 볼 수 있다.

이들이 없었다면 IMF 당시처럼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 자산을 사들여 떼돈을 벌고 그 차익을 해외로 가져가는 것을 여전히 눈뜨고 지켜만 봐야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토록 투정했던 '먹튀 논란'을 잠재운 이면에 바로 토종 부동산자산운용사들의 활약이 있었다. 국내 부동산 투자 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성장시킨 공이 분명 있다.

론스타 사태는 비록 우리 경제에 큰 아픔을 준 이벤트였지만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분명 안겼다. 당시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건설적 방향에서 제도를 정비하고 또 이를 답습해 새로운 사업군을 만들려는 선구자들의 노력이 있었던 덕분이다.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의 이번 사태도 훗날 '성장통'처럼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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