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2세 등판' 에스비비테크, 승계 포석 두나③송현그룹 장녀 송수민 사장 '경영대', 사채 37억치 매입
김소라 기자공개 2023-06-19 07:49:15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4일 1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로봇 감속기 제조사 '에스비비테크'가 송현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오너 측이 신규 자금 조달에 힘을 보태면서 지배력을 한 뼘 더 끌어올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오너 2세가 적극적으로 지분 취득에 나서며 눈길을 끈다. 그간 그룹 내 뚜렷한 지분 확보 움직임이 없던 상황에서 이같은 변화는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에스비비테크는 지난달 3회차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300억원을 신규 수혈했다. 그중 158억원은 최대주주인 파스너 제조사 '케이피에프'에서 소화했다. 구체적으로 케이피에프가 100억원, 오너 측이 58억원을 납입했다. 나머지 자금은 투자조합 등 재무적투자자(FI) 측에서 책임졌다.
이번 CB 투자를 통해 최대주주는 자연스럽게 지분을 보충했다. 향후 기확보한 CB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할 경우 케이피에프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281만8385주(41.14%)까지 늘어난다. 올 1분기 말 기준 최대주주는 246만2980주(39.88%)를 갖고 있다. 송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송현홀딩스' 송무현 회장과 장녀 송수민 사장이 1분기 중 지분을 신규 취득하며 올초 대비 지배지분이 2%p 가량 더 늘었다.
올해 가장 두드러진 지배구조 변화는 오너의 직접적인 지분 확보 움직임이다. 앞서 에스비비테크는 케이피에프가 단일 최대주주로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송무현 회장은 에스비비테크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까지 사내이사진은 류재완 대표와 송진웅 COO(최고운영책임자) 등 2인 체제로 이뤄져 있었다. 대주주로 의결권만 행사해오던 오너 측이 올해 지배력 및 경영 측면에서 전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오너 2세가 공격적으로 지분을 늘렸다. 송수민 사장은 이번 3회차 CB 중 약 12%인 37억원을 납입했다. 전체 사채권자 가운데 개인 투자자로는 가장 큰 몫을 책임졌다. 추후 해당 CB를 전량 전환한다고 가정할 경우 송 사장 단일 지분은 17만7833주(2.59%)까지 증가한다. 최대주주인 케이피에프에 이은 2대주주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셈이다.
이는 가업 승계에 대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그간 그룹 내에서 뚜렷한 지분 취득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송 사장이 에스비비테크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그림이다. 추후 증여세 납부 등 세금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한 매매나 주식담보대출 같이 대규모 자금 확보 이슈에 대비하기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에스비비테크의 경우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로봇주로 묶이다 보니 향후 주가 측면에서도 다방면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풀이된다.
에스비비테크 관계자는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가는데 핵심 계열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 같다"며 "최대주주 측에선 감속기 기술 고도화 작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등 R&D(연구개발) 부분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오너 측에서 경영에도 직접 관여하는 모습이다. 송 사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부임했다. 이에 따라 에스비비테크는 류 대표, 송 COO를 포함한 3인 사내이사 체제를 갖추게 됐다. 앞서 송 사장은 송현홀딩스, 케이피에프, 티엠씨 등 그룹 내 타 계열사에만 재직해 왔다.
동시에 FI 멤버는 이사회에서 빠졌다. 지난해 말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던 이재현 어센트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다. 어센트PE는 올해 에스비비테크 지분 전량을 처분하며 주요 주주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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