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업계 원가 분석]CJ제일제당, 고물가 역행한 '원가율 하락' 비결은시장 지배력 기반 '판가전이' 수월, 판관비 효율화 수익성 개선 총력
서지민 기자공개 2023-06-21 08:10:13
[편집자주]
식음료 기업의 수익성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원가를 관리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지난 수년간 기후변화, 전쟁, 환율변동 등 원가 부담을 높이는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원재료 가격 인상은 식품업계의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주요 식음료 기업의 수익성을 점검하고 원가관리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0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종합 식품업체 CJ제일제당의 매출원가율이 시장 전반의 원재료 가격 상승 흐름과 역행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요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으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해 원가 부담을 판매가격에 전이하기가 수월했다는 분석이다.◇'원가율 하락' 경쟁사와 대조, '가격 인상·해외매출 확대' 원가 방어
최근 수년간 식품기업의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추이를 보였다. 팬데믹, 전쟁 등 글로벌 리스크로 인한 원재료와 인건비, 물류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원가율을 살펴보면 농심의 경우 2020년 68.3%에서 2022년 71.3%로, 오뚜기는 같은 기간 82.2%에서 84.3%로 상승했다.
반면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의 매출원가율은 이러한 시장의 흐름과 다르게 움직였다. 2019년 71.1%, 2020년 68.8%, 2021년 68.1%, 2022년 67.9%을 각각 기록했다. 경쟁사와 달리 식품사업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부담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은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였다. 2020년부터 3년간 원당, 원맥, 대두 등 주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랐다. 원당의 톤당 매입가는 2019년 37만원에서 2022년 63만원으로 72% 상승했고 같은 기간 대두의 톤당 매입가는 47만원에서 85만원으로 81.4% 상승했다.
그러나 글로벌 판매량 증가와 판매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액 증가율이 원가상승률을 넘어서면서 원가부담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기준 식품사업부문의 매출액은 11조1042억원, 매출원가는 7조5430억원으로 2019년 대비 각각 38.6%, 32.4% 증가했다.
실제 CJ제일제당은 견고한 국내 식품시장 내 지위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가격 인상 전략을 유지해왔다. 2022년 정백당의 평균 톤당 판매가는 2021년 대비 20% 비싼 93만원이었고 밀가루의 톤당 가격은 87만원으로 1년만에 34.3% 올랐다. 스팸, 햇반, 햄 등 가공식품의 판가 인상도 이어졌다.
2019년 미국 냉동식품 생산 유통업체 슈완스 인수 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해외 사업 역시 원가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2018년 6747억원에서 2019년 3조원대로 급증한 해외 매출은 지난해 5조원을 돌파했다. 매출이 공장 캐파를 뒷받침하기 시작하며 원가 절감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슈완스 인수 부담·판관비 증가' 영업이익 둔화, 하반기 수익성 개선 전망
CJ제일제당은 매출원가율에 비해 영업이익률에서는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해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국제 운임비가 상승하면서 판매촉진비, 운반비, 광고선전비 등 판매비와 관리비가 소폭 증가했다.
올해 1분기 식품사업부문 매출액은 2조7596억원, 매출원가를 제외한 매출총이익은 854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 5.8%, 3.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1% 감소한 1340억원을 기록했다. 잇따른 판매가격 인상에 따라 소비자 저항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판매량이 감소해 판관비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 경향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CJ제일제당 제품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CJ제일제당은 이에 대응해 가성비 수요 타겟 제품을 출시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판매량을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매출이 회복되고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식품사업 수익성은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원재료 가격이 고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원재료 투입 시차를 감안하면 하반기부터 마진율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한 슈완스 인수 과정에서 발생했던 PPA(기업인수가격배분) 상각비 부담도 2024년도부터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인수시 발생하는 영업권을 무형자산으로 계상해 상각비를 반영하는데 CJ제일제당의 경우 슈완스 영업권의 약 50%를 5년 안에 상각해야 했다.
이에 따라 2019년 600억, 2020년 177억원, 2021년 83억원, 2022년 79억원을 매출원가와 판관비에 나눠 반영했다. 그러나 내년부터 상각비로 인식되는 비용이 감소하고 만두와 냉동 피자 등 주요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PPA 상각비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원가관리 전략을 통해 최적의 가격에 원재료를 구매하고 판관비 22%대를 유지하려 노력 중"이라며 "올해 식품사업 부문 수익성 개선을 위해 품목 수를 줄이는 등 비용 효율화에 역량을 모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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