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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 비화 나노젠에 하나증권도 개인 자금 태웠다 신기조합 통해 투자…단기간내 회수 어려울 듯

황원지 기자공개 2023-06-27 08:17:39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2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트남 바이오시밀러 업체 나노젠에 대한 국내 벤처캐피탈(VC)들의 자금 회수를 둘러싸고 소송전이 시작된 가운데 하나증권을 통해 들어간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불가피해졌다. 2019년 투자 당시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 외에 하나증권 WM센터가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을 모집해 투자를 진행했다. 국제중재센터와 현지 법원의 판결을 거치는 기간만 약 1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금 회수는 더욱 지연될 전망이다.

이번 소송전은 2019년 투자 당시 나노젠 측에서 작년 6월까지 코스닥 상장을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국내 재무적투자자(FI)들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지난해 풋옵션을 행사했으나 회사 측에서 1년 넘게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하나증권 리테일 고객 자금 30억원 투자, 회수 지연 불가피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VC들이 나노젠에 제기하는 소송전에 하나증권 WM센터의 개인투자자들도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소송전은 나노젠 투자액이 가장 큰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중심으로 당시 함께 투자했던 키움증권-히스토리투자자문 신기술투자조합, HB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 대리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았다.

문제는 하나증권이 WM센터를 통해 모집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도 물려 있다는 점이다. 히스토리투자자문이 키움증권과 손을 잡고 결성한 ‘키움-히스토리신기술투자조합’은 당시 50억원 안팎의 투자금을 집행했다. 이중 하나증권의 롯데월드타워 WM센터가 고객 자금 30억원을 모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WM센터 고객이었던 고액자산가들이 신탁 등을 통해 수익자로 참여했다.

당시 WM센터에서는 나노젠을 안정적인 투자처로 보고 고객에 투자를 권유했다. 나노젠 측에서 2021년 하반기까지 코스닥 상장을 약속했던 만큼 빠른 엑시트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또한 상장하지 못할 경우 연 복리 10%에 해당하는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풋옵션이 있어 원금손실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2017~2019년까지만 해도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는 위험하다고 생각됐지만, 이 WM센터가 신라젠, ABL바이오 등 여러 바이오 투자를 성공시켰던 만큼 고객들도 믿고 자금을 맡겼다.

그러나 수월할 것으로 예상됐던 고객 자금 회수 지연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국내 VC들은 현재 SIAC에 소 제기를 준비중으로 아직 접수하지는 않은 상태다. SIAC에서 승소하더라도 해당 판결을 받아 베트남 현지 법인에 다시 접수한 후, 현지 법원에서 이행 명령에 준하는 판결을 받아야만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SIAC에서 판결을 받는 데에는 통상 약 6개월에서 1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작년 풋옵션 행사부터 현재 소송전까지 모두 참여하고 있다”며 “고객 자금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전 폭풍전야… 추정 손실액만 최대 650억원

국내 자본시장에서 투자한 자금은 약 6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사모펀드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두 차례에 걸쳐 약 2000만 달러(250억원)을 투자했다. 운용업계에서는 키움증권과 히스토리투자자문이 신기술투자조합을 설정해 약 500만달러(약 60억원)을 투자했고, VC 중에서는 HB인베스트먼트와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각각 400만달러(약 50억원), 300만달러(약 30억원)을 투입했다. 이외에 전략적투자자(SI)인 HLB글로벌 또한 지금까지 2100만달러(약 260억원)을 투자했으나 이번 소송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나노젠은 1997년 설립된 베트남의 바이오시밀러 업체다. 최대주주인 호난 회장이 15년간 글로벌 바이오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설립했다. 2012년 간염치료제 복제약 생산에 성공하며 이름을 알렸고, 2018년 빈혈치료제와 항암보조제를 내놓으면서 매출을 빠르게 키웠다. 동남아시아의 사실상 유일한 로컬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국내 사모펀드와 VC 등에서 유망한 투자처로 떠오르며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 자금 투자가 진행됐다.

문제는 작년 6월 말 발생했다. 2019년 투자 당시 나노젠은 투자자들에게 2022년 6월까지 특정 기준을 충족한 상장(Qualified IPO)를 약속했다. 상장 시장은 발행사와 투자자가 상호 동의한 홍콩, 한국, 일본 및 국제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주식거래소로 한정했다. 1차적으로는 국내 코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했다. 상장시점에 밸류에이션은 당시의 1.3배 이상으로 맞추기로 했다. 나노젠의 당시 밸류에이션은 약 2억1000만달러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지난해 6월까지 약속됐던 상장에 실패하면서 풋옵션이 자동적으로 발동됐다. 투자 당시 나노젠은 상장을 하지 못할 경우 풋옵션을 둬 투자자들의 엑시트를 보장했다. 상장이 불가능할 경우 투자자 보유 지분 또는 전부를 발행회사 또는 최대주주가 연복리 10%를 가산한 가격으로 매수해주는 조건이다.

나노젠 측에서는 풋옵션 행사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노젠은 2019년 국내 자본 투자 이후 바이오시밀러 사업 성과가 저조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경영이 악화됐다. 여기에 2020년 시작한 코로나 백신 나노코박스 개발 또한 지지부진하면서 상장은 더욱 요원해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나노젠은 협상을 이어오고는 있으나 현재 경영 악화를 이유로 추가 자금 투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노젠 투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약 1년간 협상을 이어왔으나 자금 회수가 지연되면서 국내 VC들도 본격적인 소송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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