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3색 효성의 길]큰그림 그리는 조현상 부회장, 핵심은 '탄소섬유'④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수소 저장 용기 원가 20%..."밸류에이션 확대 기대"
이호준 기자공개 2023-06-26 07:26:22
[편집자주]
대기업 계열사일수록 화려한 전적 혹은 반전 하나쯤은 갖고 있다. 비록 지금은 여러 이유로 과거의 명성을 잃어버렸을지라도 '옛날에는 잘 나갔지'라는 인식만큼은 확실히 남긴 곳이 있다. 반대로 위상 변화를 쉽게 상상할 수 없던 계열사지만 오늘날 '에이스'로 성장한 곳들도 꽤 있다. 효성그룹 '소재 3사'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캐시카우로 이름을 날렸던 효성화학은 올 1분기 452억원의 적자를 냈고 방향타 정도였던 티앤씨·첨단소재는 시장 점유율·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이들의 앞날은 어떻게 흘러갈까. 또 다른 변곡점을 맞고 있는 효성그룹 3사의 길을 더벨이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2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누구에게나 결정적 순간은 있다.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퀀텀 점프(대도약)'를 도모한 효성첨단소재에겐 2008년이 바로 그 순간이다. 의류용 섬유사업 구조을 탈피하기 위해 탄소섬유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독자 개발에 성공한 2013년 이후부터는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했다.도전과 성공의 결과는 확실했다. ㈜효성에서 분할돼 나온 2018년 이후 효성첨단소재는 약 5년 만에 시가총액을 세 배 성장시켰고 수소 경제와 태양광 단열재라는 고속 성장 시장에 올라탔다. 순식간에 효성그룹 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런 효성첨단소재는 또 한 번의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다수의 고객사 요청에 따라 탄소섬유 공장 증설 시기를 앞당기며 신형 주포에 집중 베팅했다. 특히 사내이사인 조현상 부회장의 탄소섬유 확장 의지 역시 상당히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영업이익률 '10%후반'...수익성 향상 기대감↑
효성첨단소재의 주력 사업은 '산업자재 부문'이다. 산업자재 부문은 크게 △타이어코드 △산업용 원사 △탄소섬유&아라미드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회사 전체 매출의 60%가량이 타이어코드 판매로 발생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주포는 단연 탄소섬유와 아라미드다. 두 신소재는 철보다 더 가볍고, 더 강해 '꿈의 소재'로 불린다. 지난해 말 기준 탄소섬유와 아라미드를 통해 일으킨 매출은 2668억원으로 전체 매출 3조8414억원의 7%를 차지한다.
눈길이 가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되지 않지만 2668억원이라는 숫자는 전년 대비 83% 증가한 것이다. 타이어코드(14%)와 산업용 원사(5%)의 매출 성장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신소재가 미래 방향인 셈이다.
장사수완 역시 인상적이다. 예컨대 효성첨단소재에 따르면 탄소섬유의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은 관련업계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10% 후반대다. 올 1분기 연결 기준 효성첨단소재 전체 사업부의 평균 영업이익률인 8.1%를 월등히 웃도는 상황이다.
다만 아직까지 이익기여도 자체가 높은 수준은 아니다. 사업보고서상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와 아라미드를 통해 창출해 낸 영업이익을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 신소재에서 올해 약 670억원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상 부회장의 큰 그림 '수소 경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신소재 내 주력·비주력의 관계다. 현재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에 시선이 더 쏠려 있다. 아라미드에선 코오롱인더스트리 등보다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탄소섬유에선 효성첨단소재의 기술력과 생산력이 더 좋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탄소섬유는 시장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태양광 단열재 및 수소 저장 용기 분야에서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수소차 원가의 20~30%, 태양광 단열재 원가에서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회사로서는 수익성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내부적으론 아라미드에 대한 투자를 잠시 접고 탄소섬유에 '올인'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애초 2024~2025년에 걸쳐 해마다 2500톤(t)씩 탄소섬유 생산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고객사들의 강한 요청에 따라 2024년에만 5000t을 증설하기로 결정하며 아라미드 투자는 미뤄졌다. 내년 2분기부터 상업 생산이 가능하게끔 계획돼 있다.
회사 경영진들의 의지가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오너일가로는 유일하게 효성첨단소재에서 활동 중인 조현상 부회장이 탄소섬유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사내이사인 조 부회장은 지분율도 12.21%가 달한다. 사업분할 이전에도 ㈜효성 산업자재PG장을 맡아와 사실상 탄소섬유의 어제와 오늘을 동시에 책임지는 인물로 분류된다.
현재 조현상 부회장의 시선은 수소 생태계 등 더 큰 그림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달 서울에서 열린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수소 모빌리티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소재가 탄소섬유"라며 "비용적으로도 이익을 볼 측면이 많아 계속해서 탄소섬유 공장을 증설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섬유의 증설이 마무리되는 내년 2분기 이후부터는 효성첨단소재의 더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회사의 밸류에이션 자체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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