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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에도 포기 없다' 의미 있는 한미약품의 재도전 적응증·용법 변경해 새 가능성 타진…후속 연구서 성과 속속

차지현 기자공개 2023-06-27 12:39:21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3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술수출 뒤 권리가 반환됐던 한미약품 파이프라인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새로운 파트너사를 찾거나 적응증을 바꿔 진행한 후속 임상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속속 나오면서다.

과감한 도전으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잇단 권리 반환에도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배경에는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리 반환 후보물질, 후속 연구서 성과 가시화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계약 해지로 권리를 돌려받은 후보물질에 대한 후속 개발을 지속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혈액학회(EHA)에서 자체 개발 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BTK) 저해제 '포셀티닙'과 로슈의 이중특이항체 치료제 '글로피타맙',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면역조절제 '레날리도마이드'를 조합한 3제 병용요법 임상 2상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번 중간 결과에서 3제 병용요법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DLBCL은 비호지킨 림프종(악성 림프종) 가운데 발생 빈도가 가장 높으며 빠른 진행이 특징이다. 한미약품 측은 "반응을 평가한 환자 14명 중 유효성 평가 기준인 객관적 반응(OR)을 충족한 비율이 79%에 이른다"며 "초기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36% 환자군에서 암세포가 사라진 완전관해(CR)가 관찰됐다"고 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2015년 일라이 릴리에 포셀티닙을 6억9000만달러(약 8935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하지만 릴리는 2019년 포셀티닙이 류머티즘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 2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권리를 반환했다. 이후 한미약품은 2021년 지놈오피니언과 포셀티닙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 후속 개발을 이어왔다. 다른 파트너사를 모색하고 적응증을 바꾸는 등 전략을 통해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던 후보물질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은 것이다.


2015년 비만·당뇨 치료제로 얀센에 기술수출했다가 2019년 권리가 반환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후속 임상도 순항 중이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는 인슐린 분비와 식욕 억제를 돕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와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 작용제다. 한미약품은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적응증을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으로 변경한 뒤 2020년 미국 머크(MSD)에 1조원대 규모로 다시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MSD는 최근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a상을 마쳤다. 해당 결과는 오는 24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하는 유럽간학회(EASL)에서 구두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MSD가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개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NIH)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에피노페그듀타이드와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위약을 비교하는 임상 2b상 계획을 등록하면서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위고비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되는 비만 치료제로, 지난해 매출 25억달러(약 3조원)를 기록한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또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장기지속형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잠재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힘을 쏟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15년 사노피에 기술수출됐지만, 2020년 경영 전략 변경 등의 이유로 권리가 반환됐다. 한미약품은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상업화를 목표로 진행했던 5건의 임상 3상 자료를 넘겨받아 후속 개발에 나선 상태다. 병용요법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비만 등 대사질환 분야에서 상용화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권리 반환=실패' 공식 깼다…과감한 도전 눈길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잇단 권리 반환에도 후속 연구를 지속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동안 기술 반환은 개발 실패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기술 반환의 경우 반환 사유를 살펴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후보물질의 효능이나 안전성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도입한 파트너사의 개발 전략이 바뀌거나 경쟁 약물 등장 등 시장 환경이 변해 권리를 반환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에 진행했던 방식으로 후속 개발을 하기보다 적응증을 바꾸고 병용 약물을 찾는 방식으로 과감하게 도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하는 기술이 많아질수록 권리 반환 사례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후보물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전략을 수정해 새로운 기회 요소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한미약품은 주요 후보물질을 기술수출 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계약금과 풍부한 임상 데이터를 확보했다. 기술수출 계약에서 선급금(업프론트)은 계약이 해지돼도 반환할 의무가 없다. 한미약품이 권리를 반환받은 파이프라인 7건의 총 선급금은 6000억원가량이다. 또 권리가 반환되더라도 계약 기간 파트너사가 구축한 임상 데이터는 향후 상업화나 또 다른 기술수출 계약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한 덕분에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얀센은 2019년 에피노페그듀타이드 권리 반환 당시 "2건의 비만 환자 대상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지표인 체중 감소 목표치는 도달했지만,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 임상에서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에피노페그듀타이드가 비만 치료제로서의 효능은 입증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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